“처음엔 주먹 쾅쾅...포기하지 않았더니 이젠 손가락 연주”...뷰티플마인드 가을음악회 뭉클 감동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플루티스트 조성현 협연
​​​​​​​관객들 “갈수록 실력 향상...마음 울린 아름다운 시간”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9.18 17:13 의견 0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가 피날레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연주자와 듀오 연주를 하게 돼 너무 행복합니다.”(발달장애 클래식기타리스트 심환) “앞이 안보여 악보를 모두 외워야 하니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빛이 날수 있어 뿌듯합니다.”(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진)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고 모두가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 ‘뷰티플마인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가 올해도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세계적인 연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플루티스트 조성현도 협연자로 나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는 15일 오후 롯데콘서트홀에서 ‘뷰티플마인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를 열었다. 전석 매진됐다. 관객들은 모든 곡이 끝날 때마다 연주자가 완전히 퇴장할 때까지 박수를 쳤고, 음악회가 끝나자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장애와 비장애, 관객과 연주자도 모두 하나였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2010년 뷰티플마인드가 장애인과 소외계층 학생들의 지속 가능한 음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창단한 장애·비장애 통합 오케스트라다.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재학생과 수료생 등 4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제공


이원숙의 지휘 아래 선사한 피날레 곡은 뭉클했다.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마인드’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악 하는 마음을 연주하는 동안, 단원들의 일상과 연습 모습을 담은 장면이 무대 뒤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연습을 하러 지하철을 타고 오는 장면,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는 단원들의 모습, 긴장된 모습으로 연주하는 자녀를 지켜보는 무대 뒤 부모님들의 모습은 먹먹한 감동을 자아냈다.

1부는 스승과 제자의 피아노 무대로 문을 열었다. 강소연, 이현정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재능기부로 오랜 시간 가르쳐온 제자 이강현, 신주용 학생과 각각 파트너가 되어 미하일 글린카의 ‘루스란과 루드밀라 서곡’을 두 대의 피아노에서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했다.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밑바탕 중 하나는 아낌없이 재능 기부를 해준 선생님들의 힘이 컸다. 제자들은 음악대학에 진학했고 뷰티플마인드 취업프로그램인 ‘뷰앙상블’을 통해 직업 연주자로 취업도 했다. 매달 월급 받는 직장인이자 당당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제자들을 볼 때마다 선생님들은 뿌듯함을 감출 수 없다.

이어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이강현, 이유빈, 배성연 세 명의 발달장애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한 대에서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식스핸즈(six hands) 편성으로 들려줬다.

세계 유일 뇌성마비 피아니스트 김경민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과 자작곡 ‘희망’을 연주해 많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그는 “처음 피아노를 시작했을 때 손가락이 펴지지 않아 주먹으로 칠 수 밖에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 손가락으로 연주가 가능했다”며 관객들을 향해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으로 하이든의 현악 4중주 ‘농담’ 2악장과 4악장을 스승인 비올리스트 신종호와 바이올린 강재영·박준형, 첼로 김예람 학생이 들려주었다. 이어 플루트의 맑고 청명한 음색이 돋보이는 모차르트의 ‘플루트 4중주 쾨헬 285번’을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바이올린 김수진, 비올라 류종원, 첼로 김민주 학생이 연주했다.

1부 피날레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클래식기타 심환 학생이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대표작인 ‘나이트클럽 1960’을 듀오 무대로 연주했다.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 제공


이날 사회를 맡은 뷰티플마인드 홍보이사인 아나운서 정지영은 뷰티플마인드 심환, 김수진 두 명의 연주자와 무대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환은 “한수진 연주자와 듀오 연주를 하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수진은 “시각장애로 악보를 모두 외워야 하니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빛이 날수 있다”며 음악에 진심인 마음을 드러냈다.

2부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세계적 거장들의 협연 무대. 독보적인 음색으로 국내외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관현악과 최연소 조교수로 후학을 양성중인 플루티스트 조성현은 대담하고 화려한 플루트 선율이 돋보이는 하차투리안 ‘플루트 협주곡’을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선물했다.

한수진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가진 모든 기교를 들려주는 작품인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협연했다. 한수진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입상하며 화려한 수상 경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대한민국예술원 젊은 예술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세계적인 연주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창단 이래 14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이원숙은 시종일관 좌우를 이동하며 지휘했다. 뷰티플마인드 공연에는 포디움(지휘자가 서는 단상)이 없다. 장애 연주자들이 집중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자가 직접 연주자들 앞으로 다가가 음악 지시를 해야만 한다. 이원숙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들을 하나로 만들어 냈다.

공연을 본 한 관객은 “작년보다 실력이 향상되고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며 “관중과 연주자들이 한마음으로 사랑과 희망을 나누는 보람된 자리였고,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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