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오페라 붐업 뒤 새로운 연출 덧칠해야”...오페라페스티벌 살리기 묘안 봇물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 포럼 개최
‘외부자’ 류태형·유윤종 발제로 문제점 진단
​​​​​​​토론자 8명 굿아이디어 봇물 속 대안 제시

민은기 기자 승인 2023.10.20 18:20 | 최종 수정 2023.10.20 18:25 의견 0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오페라페스티벌의 비전과 가치’ 포럼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하만택 코리아아르츠그룹 단장, 강민우 누오바오페라단 단장,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단장, 서상화 국립오페라단 교육사업팁장, 신선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이정은 더뮤즈오페라단 단장,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단장, 지은주 대전오페라단 단장, 김수정 글로벌오페라단 단장, 허철 오페라뱅크 단장, 강진모 청주오페라앙상블 단장. ⓒ민은기 기자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소수 애호가들의 세계 안에만 갇혀있어서는 안됩니다. 오페라 저변 확대를 위해 마니아가 아닌 초심자 유입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커뮤니티를 가꿔야 하고, 홍보대사를 선정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또 알려야 합니다.”(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

“오페라 페스티벌이 안고 가야 할 동시대성(同時代性)을 위해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합니다. 지금 시대의 정신을 담은 창작 오페라를 소개하는 것과 기존 유명 오페라의 새로운 해석 또는 현대적 연출이 함께 가야 합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와 유윤종 문화전문기자(동아일보)가 한국 오페라 발전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두 사람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비즈니스룸에서 열린 ‘2023 라운드테이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비전과 가치’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서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두 발제자는 오페라계 내부자가 아닌 외부자다. 현업 종사사자 아닌 주류에서 비껴나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포럼을 준비한 신선섭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오페라계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제3자적 시선과 생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류태형 칼럼니스트는 6개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오페라는 초짜 관객 유입에 포커싱을 맞춰야한다. 그러려면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 또한 전통적인 연출을 따르는 작품에 더 집중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페라의 미래는 ‘새로움’에 있다. 오페라는 캐스팅과 연출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르다”라며 “이 새로움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비교의 잣대가 있어야 한다. 기준이 되는 고전적 연출로부터 새로워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준을 확고히 익히는 것이 새로움의 필수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준이 되는 연출 이후 형식을 깨는 다양한 연출의 작품을 세워야 효율적이다”라며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이런 원칙을 가지고 아카이브를 계속 쌓아야 흥행 롱런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루키노 비스콘티나 프랑코 제피넬리의 표준적·고전적 연출 없이는 데이비드 맥비커나 칼리스토 비에이토의 파격적·실험적 연출이 힘을 얻을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두 번째로 ‘오페라 스타 성악가의 발굴’을 언급했다. 올해 6월 바리톤 김태한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어느 성악 콩쿠르든 결선 진출자에는 ‘사우스 코리아’가 꼭 끼어있다. 류 칼럼니스트는 “최고의 기량을 인정받은 수상 직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을 국내 무대에 세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오페라단으로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성악가는 무대를 얻을 수 있는 윈윈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흔히 오페라를 ‘낭비의 예술’로 부르기도 한다. 세트와 의상 등 무대 예산은 오페라 제작의 10~20% 정도를 차지한다. 공연이 끝나면 이 소중한 ‘자산’은 거의 없어진다. 보관할 장소와 돈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낭비를 없애기 위해 ‘무대세트 보관 창고 공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창작오페라·신작 친절하게 안내하기’ ‘오페라 커뮤니티의 구축과 미래 청중 개발’ ‘오페라 페스티벌 홍보대사 지정’ 등 실천 가능한 팁들을 제안했다.

발제 배턴을 이어받은 유윤종 기자는 연출가가 시대와 배경을 자유롭게 바꾸는 ‘레지테아터(Regietheater)’를 활용한 동시대성에 주목했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의 무대가 중남미 좌파 게릴라의 전쟁터로 바뀌고,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배경에 라스베이거스를 끌어들이는 연출법이 오페라 관객을 끌어 들이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할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는 “동시대성은 사회 현실과도 관련된다. 두 세기 전의 ‘리골레토’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권력과 섹스에 대한 어떤 교훈과 관점을 제공하나? 한 세기 남짓 이전에 나온 ‘나비부인’은 오늘날 무력과 교역의 확산이 낳은 도덕적 문제를 어떻게 설명하나? 이런 문제를 던지지 않는다고 해서 완결도가 떨어지는 오페라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질문이 빠진다면 그것은 예술이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별다른 고민 없이 생략해 버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대의 창작자들은 예술적 아름다움과 함께 시대에 대한 질문까지 던졌고, 오늘날 이런 도전을 생략한다면 당대에 작품이 가졌던 역할과 가치 중 중대한 부분을 빠뜨린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가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비전과 가치’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민은기 기자


발제가 끝난 뒤 서상화 사회자(국립오페라단 교육사업팀장)의 진행으로 오페라 제작 현장 최일선에서 일하는 8명이 열띤 토론이 벌였다. 근래 보기 드문 아이디어와 조언이 봇물을 이뤘다.

강민우 단장(누오바오페라단)은 “콩쿠르 선발을 통해 뽑은 가수를 무대에 세우고 싶으나 연기가 안되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라며 “1년 정도 액팅을 익힐 기회를 주고 1년 후에 데뷔 시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호 단장(라벨라오페라단)도 신인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들었다. 그는 “오페라단 내부에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면 샛별을 충분히 키울 수 있다”며 “저희 오페라단도 스튜디오를 운영해 실력 있는 가수를 꾸준하게 육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만택 단장(코리아아르츠그룹) 역시 거들었다. 그는 “프로야구처럼 2군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충분히 연습시켜 오페라 1군으로 올리면 된다”며 “ 그리고 오디션 때 참가자들이 유튜브 등에 올려놓은 연기 동영상을 미리 심사해 액팅이 되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모 단장(청주오페라앙상블)은 “문체부 차원서 세트, 의상, 소품 등을 대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묘안이다”고 말했고, 강수정 단장(글로벌오페라단)은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오페라페스티벌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인데, 발제자들의 솔루션 가운데 채택할 것이 많다”라며 포럼이 유용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오페라 충성고객 만들기 훈수도 나왔다. 이정은 단장(더뮤즈오페라단)은 “오페라는 더 어려져야 한다. 화려한 대극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작은 무대에서의 어린이 공연을 많이 해야 한다”라며 “특히 페스티벌의 전야제 행사는 분장이나 의상을 더 과감하게 사용해 관객들을 위한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은주 단장(대전오페라단)은 “오페라페스티벌의 전국화도 숙제다. 올해 저희도 처음 참가했는데 계속해서 지방에서도 한 두 팀 정도 초청했으면 좋겠다. 홍보대사 위촉도 좋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허철 단장(오페라뱅크)은 “페스티벌의 모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세트권 구매를 더 활성화하고, 미래의 구매자들인 학생들만을 위한 공연을 만드는 것도 고민할 때다”고 덧붙였다.

예정된 토론자는 아니지만 옵저버로 참석한 안지환 단장(그랜드오페라단)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지난 오페라페스티벌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셀프반성하면서 “백서나 리포트를 만들어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선섭 조직위원장은 내년 오페라페스티벌의 아이템을 살짝 공개했다. 그는 “불멸의 성악가 6명 정도를 선정해 그들의 주요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전설적 성악가들의 플레이리스트 시리즈’를 준비해볼 생각이다”라며 “파바로티, 칼라스 등 누가 선정될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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