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파’ 한수진이 선사하는 영국 클래식의 찐매력...‘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콘서트

아드리엘 김 지휘로 2월7일 예술의전당 공연
에릭 코츠의 경음악 ‘런던 모음곡’ 한국 초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1.10 11:05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지휘자 아드리엘 김이 오는 2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브리티시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로 영국 클래식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에스에이치아트앤클래식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영국파’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유학을 떠나는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 가족 모두 영국으로 이주했다.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전공했고 외할머니도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지난해 12월 한 TV방송에 출연해 ‘아이 러브 바이올린’의 과정을 밝혔다.

“어느 날 너무 아파 누워있는데 엄마의 연주 소리가 너무 따뜻했어요. 저도 다른 사람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를 졸라 바이올린을 해봤죠. 그게 세 살 때입니다. 그런데 버거웠어요. 제가 낸 첫 소리에 충격을 받아 바로 포기했어요.”

대신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향한 반전은 여덟 살에 일어났다. “잠시 한국에 왔는데 외할머니가 제 나이 또래 친구를 가르치다 칭찬을 했어요. 저도 갑자기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외할머니는 워낙 칭찬을 잘 해주는 스타일이라 제게 칭찬을 많이 해줬고, 그 덕분에 진지하게 바이올린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바이올린 시작 8개월 만에 런던의 소수 정예 영재 음악학교인 예후디 메뉴힌 학교에 입학했다. 악보를 처음 본 상태에서 연습하지 않고 곧바로 연주하는 초견(初見) 테스트를 봤다. 연주 중간에 음악을 멈췄다.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감독관이 “눈으로 읽어보고 다시 해보라”고 말을 건넸다. 힘이 됐다. 끝까지 연주할 수 있었다. 음악을 분석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은 초견에서 나타나기 마련인데 “아마 그런 잠재력을 보고 뽑아준 것 같다”고 셀프 진단했다.

그 후 퍼셀 음악원, 옥스퍼드 대학, 영국 왕립음악원,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국제 솔로 연주자 과정을 거치며 세계적 연주자로 우뚝 섰다. 15세에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권위의 비에니아프스키 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사상 최연소’ 입상했다. 2등 수상과 함께 음악평론가상, 폴란드 방송 청취자상 등 7개의 부상을 받으며 샛별 탄생을 알렸다.

“최연소 참가자로 이슈가 됐어요. 근데 문제가 발생했어요. 저를 아끼는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장례 추모 연주와 콩쿠르 일정이 겹쳤어요. 은사님 추모가 우선이었기에 주최 측에 메일을 보냈어요. ‘만약 순번이 앞에 배정되면 참가를 포기하겠다’고. 다행스럽게도 주최 측의 배려로 마지막 날에 연주할 수 있게 됐어요. 은사님 추모도 하고 좋은 성적도 거두어 감사한 일이죠.”

그는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안들린다. 엄마도 왼쪽 귀가 안들린다. 유전적 요인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네 살 때 학교 준비물을 자꾸 가지고 오지 않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알았다. “베토벤처럼 중간에 안들렸다면 충격이 컸을 텐테 처음부터 그랬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한다.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라며 밝은 긍정 마인드를 보여줬다.

한수진이 새해를 맞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영국 클래식의 매력을 소개하는 특별한 시간을 준비한다. 공연 타이틀은 ‘브리티시 오리지널(British Original)’. 2월 7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두 살 무렵부터 영국에서 자랐고 공부했기 때문에 영국 정서와 문화의 색채를 잘 이해하는 한수진은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유럽에서 활동한 연주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과 지휘자 아드리엘 김과 힘을 합쳐 영국 클래식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한수진은 영국 낭만주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1872~1958)의 ‘종달새의 비상’과 안토닌 비발디의 ‘사계’를 재구성 재작곡한 포스트 미니멀리스트 막스 리히터(1966~)의 ‘비발디 사계 리컴포즈드’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들려준다. ‘종달새의 비상’은 2007년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에서 김연아 선수의 프리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쓰여 대중에게 친숙한 곡이기도 하다.

아드리엘 김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디 오리지널’은 막스 리히터를 비롯한 네오 클래식을 한국에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본 윌리엄스의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과의 에드워드 엘가(1857~1934)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8번과 9번 ‘님로드’를 연주한다.

또한 브리티시 경음악의 부흥을 이끈 에릭 코츠(1886~1957)의 ‘런던 모음곡’을 한국 초연한다. ‘코벤트 가든’ ‘웨스트민스터’ ‘나이츠브리지’의 3악장으로 되어 있으며, 영국 낭만시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음악적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이다.

런던을 상징하는 이 곡은 20세기 중반 영국 경음악 클래식 전성기에 경쾌하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유려한 선율미가 강조된 대표작이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을 비롯해 각종 국가 행사에 등장했다. 심플한 구조 속에 고전주의 세레나데나 낭만시대 오페레타 같은 대중 취향인 에릭 코츠의 음악은 20세기 영국 대중과 함께하며 지금까지도 영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첫 곡으로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1732-1809)의 ‘무인도’ 서곡이 준비돼 있어 영국 작품의 특징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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