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 “보석 같은 곡 만나는 곳”·강승민 “전우애 생기는 곳”...66명이 꾸미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는 ‘다다익선’ 주제로 4월26일~5월7일 13회 공연
6중주·7중주·8중주 등 대규모 편성 실내악 묘미 선사

민은기 기자 승인 2023.04.19 15:23 | 최종 수정 2023.04.19 15:36 의견 0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첼리스트 강승민·예술감독 강동석·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왼쪽부터)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동료들의 음악에 귀 기울이면 행복감이 저절로 밀려와요. 숨겨놓은 보석 같은 곡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고요.”(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겨요. 공연 한 번 하면 마치 10년 치 우정이 한꺼번에 쌓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첼리스트 강승민)

클래식 마니아들에게 해마다 봄이 돌아온 것을 알려주는 시그널이 있다. 바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다. 올해로 18년째를 맞았다. 오는 4월 26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5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에서 실내악 향연을 펼친다. 66명의 연주자가 참여해 12일간 13회의 공연을 준비한다.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첼리스트 강승민은 SSF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19세기에 지어진 전통 한옥인 윤보선 전 대통령의 고택(사적 438호)은 SSF의 상징과도 같은 야외 음악회가 열리는 핫플레이스다. 올해는 이곳에서 두 차례(5월 1일과 5일) 공연한다.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개인적으로 2021년 SSF에 참여해 ‘환희의 송가’를 연주한 경험이 매우 따뜻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해 마음으로 소통하는 자리였는데, 다시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리허설 때부터 느꼈다. ‘아, 내가 큰 가족 안으로 들어왔구나’라고. 이런 행복한 분위기에서 나오는 음악은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편성의 실내악은 오케스트라급의 웅장미도 보여줘야 하지만 개인의 유니크한 목소리도 담아야 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고 강조했다.

올해 SSF의 주제는 ‘다다익선: The More, The Merrier!’다. ‘많을수록 즐겁다!’는 테마에 걸맞게 실내악 편성 중 평소 만나기 힘든 6중주, 7중주, 8중주에 이르는 대편성 연주회가 매일 열린다.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첼리스트 강승민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SSF에 네 차례 이상 참여한 첼리스트 강승민은 올해도 개막공연과 폐막공연 등에서 관객을 만난다. 그는 짧은 기간 안에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전우애’가 생기는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주자들도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이렇게 마음껏 연주할 기회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라며 “이런 실내악 축제의 장은 연주자에게는 정말 큰 선물이다. 1년 중 이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무슨 곡을 연주할지 두근두근 기다리는 긴장감도 좋다고 말했다. “올해는 어떤 곡이 나올까 나름 예상 답안지를 미리 작성해보기도 한다”면서 “처음 들어보는 작곡가, 신선하고 충격적인 곡을 만나면 짜릿하다. 관객들도 저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며 웃었다.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SSF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는데 기둥 역할을 한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지난 18년 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실내악을 잘 모르는 분들을 설득해 음악회에 오게 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실내악이 어렵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면 오히려 솔로이스트의 연주를 2시간 듣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레퍼토리도 많다. 편견을 버리고 오면 이해하기 쉽다. 이 축제로 실내악에 대한 마음이 바뀌는 분이 있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다”고 말했다.

비교적 많은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만큼 애로점도 많다.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일정과 리허설 스케줄을 맞추기가 참 힘들다”면서도 “연주자들도 이런 실내악 축제가 아니면 큰 그룹으로 모아 실내악을 연주할 기회가 많지 않다. 청중 입장에서도 대편성 실내악을 많이 들을 좋은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첼리스트 강승민·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예술감독 강동석(왼쪽부터)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강 감독은 SSF를 통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올해 선보이는 작품 중에서는 덴마크 작곡가 요한 페테르 에밀리우스 하트만의 ‘피아노 3중주 내림B장조’와 독일계 스위스 작곡가 요하임 라프의 ‘현악 8중주 C장조’를 꼽았다.

“SSF는 꼬박 1년이 걸립니다. 페스티벌이 모두 끝나면 바로 다음날 다음해 페스티벌을 준비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연주자 섭외, 그 다음이 새로운 곡을 발견하고 레퍼토리를 정하는 거죠. 정말 좋은데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소개하려고 하고 있어요.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 덕분에 새로운 곡을 찾는 게 수월해요. 그래도 여전히 힘든 작업이죠.”

젊고 재능 있는 연주자들을 소개하는 것에서도 큰 기쁨을 찾는다. 강 감독은 “첫해에 학생이던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참가했다. 그 이후엔 조성진, 손열음, 이혁 등 젊은 연주자들이 거쳐갔다”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통해 전도유망한 연주자들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5월 6일 오후 2시)에서는 음악뿐 아니라 마임 공연도 만날 수 있다며 “2020년 때 못오신 폴란드 출신의 마임 아티스트 아이렌우즈 크로즈니가 오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18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참여하는 첼리스트 강승민·예술감독 강동석·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왼쪽부터)이 18일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올해 축제에는 강동석 감독과 한수진, 강승민을 비롯해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최하영, 올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우승팀인 아레테 콰르텟, 첼리스트 게리 호프만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연주자들이 무대에 선다.

“음악인들에게도 실내악은 음악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에요. 마음으로 서로를 듣고 화합하다 보면 거기에서 오는 행복감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요.”(한수진)

“대규모 편성은 축제만의 특권입니다. 모든 악기의 매력을 공유하고, 더 큰 호흡을 통해 더 큰 기쁨을 관객에게 전달할 겁니다”(강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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