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리더·톤마이스터 등 ‘음악 스페셜리스트’ 키운다...국립심포니 최정숙 대표의 야심

미디어아트와 콜라보 등 실내악 공연 확대
‘국립’으로 간판 바꿔달고 다양한 시도 한창
음대생 출신 취업할수 있도록 일자리 개발

송인호 객원기자 승인 2024.01.16 13:12 | 최종 수정 2024.01.16 13:15 의견 0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최정숙 대표는 음대생 출신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스코어리더·톤마이스터 등 새 업종 개발에 한창이다. ⓒ국립심포니 제공


[클래식비즈 송인호 객원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다. 예전에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였다. 그런데 얼마전 ‘코리안’에서 ‘국립’이란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제야 원래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의 이름 앞에는 전부 다 ‘국립’이 붙었는데 유독 오케스트라단만 ‘코리안’이란 이름이 붙어서 참 의아했는데 그 궁금증을 풀기도 전에 바꾸어 버렸다.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말 그대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된 것이다.

이 일을 해 낸 사람이 바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최정숙 대표다. 물론 그전부터 논의가 있었다지만 결정은 최 대표가 재직할 때 된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본다. 최 대표가 국립심포니 대표로 부임한지도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 대표로 임명됐을 때 호사가들은 말이 많았다. 성악가 출신이 대표로 왔기 때문이다. 다들 이름난 지휘자 출신 정도는 대표로 올 것이라 생각들을 한 모양이다. 최 대표는 처음 부임하고 한동안 몸을 낮추었다. 업무파악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국립 이름에 걸맞게 대한민국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2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그동안의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장족의 발전과 변화를 가지며 국민들의 예술향유를 위해 그리고 음악적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 국립심포니 대표로 온 지 벌써 2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동안 일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말해 달라.

“한마디로 말한다면 재미있습니다. 이 재미있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재미가 꼭 즐거운 것만 아니랍니다. 힘든 일도 포함되어 있지요. 그걸 저는 재미있다고 표현합니다. 왜냐하면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저는 배우는 것도 있고 해결하고 나서 성취감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매번 재미있게 일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일이 재미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성악가로서 무대에 섰을 때는 몰랐는데 그 이면 즉 뒷무대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런데 여기 와서 일해 보니까 무대 위도 중요하지만 무대 뒤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한 시간이지만 그 뒤에서는 수십 시간, 수십 날, 어떤 일은 몇 개월씩 준비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게다가 아주 디테일하게 판단하고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여기 같이 일하는 행정파트 직원들의 수고가 많다고 느끼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처음에 성악가가 대표로 발탁됐을 때 다들 깜짝 놀랐다. 오케스트라에 대해 잘 알거나 아니면 노련한 지휘자가 올 줄 알았다.

“제가 처음에 대표로 왔을 때 다들 그랬어요. 그런데 제 앞에 분들도 다 행정하시는 분들이 대표셨어요. 그러다가 제가 성악가로서 음악 하는 사람이 대표로 온 거죠. 저는 대표잖아요. 즉 일을 하는 사람이죠. 오케스트라를 음악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예술감독 즉 지휘자가 하는 거예요. 마침 제가 오면서 동시에 유명한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지휘자로 부임해서 음악적인 부분은 이 분이 다 맡아서 하고 저는 대표로서 경영 전체를 아우르며 기획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해 나가는 거죠. 게다가 저는 누구에게 눈치를 볼 이유가 없죠. 지휘자 출신도 아니고 악기를 다루는 사람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예술감독과 상의해 오로지 음악과 음악가가 드러나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 예술감독이랑 같이 일해 본 소감은.

“네, 한마디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생각도 아름답고, 말도 아름답게 합니다. 이런 좋은 인격을 갖춘 사람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은 저에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호흡도 잘 맞습니다. 제가 일에 대해서는 정확한 업무처리를 하는 편이라 좀 딱딱하거든요.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차츰 서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농담도 하고 그래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단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제공


- 사실 대표라는 직함이 예술의 전문성보다는 행정적 전문성이 더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의 저명한 예술감독(지휘자)을 선임함으로써 국립심포니의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말 그대로 ‘국립’, 나라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직원과 단원만 100명이 넘고 1년에 120회가 넘는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공연만 딱 하면 끝, 이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이후에 처리해야 할 것들 공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엄청 많습니다. ‘국립’이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히 살핍니다. 게다가 국립이기 때문에 국립의 역할이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의 연주까지 해야 합니다. 또 전국을 아우르며 공연해야 하죠. 지방공연을 가면 대형버스 5대에 악기를 따로 싣는 대형트럭 2대가 같이 움직입니다. 얼마나 신경 써야 할 일이 많겠습니까. 특히 지방 공연을 가면 연주만 하고 올 수 없습니다. 워크숍도 하고 옵니다. 그러면 1박을 해야 하고 숙소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엄청납니다. 연주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예술감독 겸 대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 1년에 120회 이상 공연이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요. 단원들의 기량도 높여야 하고 새로운 기획 공연도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연습도 해야 하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텐데.

“제가 처음에 왔을 때는 이전 대표가 플랜을 다 짜 놓고 거기에 맞춰 예산과 기획을 준비했어야 했기 때문에 그대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저는 일정에 무리가 따르는지 아님 문제가 있는지 안전사고에 대한 파악 등 업무체크를 주로 했습니다. 그걸 보면서 다음 연도 플랜을 짜는 게 제가 했던 일입니다. 그 결과가 지난해에 나타난 것이죠. 먼저 2023년 신년음악회부터 변화를 줬습니다. 일반적인 교향악곡 연주로만 구성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와 접목으로 관객들에게 국립심포니의 역할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저희가 국립오페라단과 국립발레단 연주도 하거든요. 그래서 오페라 음악과 발레음악 심지어 국악까지 협연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얼마전 IBK챔버홀에서 재미있는 ‘실험적’인 공연을 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시리즈 Ⅱ - 사운드 팔레트’인데 이 공연에서 명화를 공연장에 직접 투사를 하는 미디어아트와 콜라보를 했다. 이 공연은 어떻게 해서 기획하게 됐나.

“실내악 연주가 1년에 두 번 계획되어 있었는데 실내악 공연은 국립심포니의 앙상블을 엿볼 수 있는 무대입니다. 실내악 연주가 많아야 단원들의 기량도 높아지고 게다가 움직이는 인원이 적으니까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지방 공연 가기도 좋고요. 그래서 이 실내악 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만든 프로그램인데 요즘은 예전이랑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단순하게 실내악 편성만 해서 공연만 하면 관객들이 지루해 합니다. 특히 젊은층의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 봤습니다. 그렇게 기획하게 된 것이 미디어아트와의 접목이었지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미디어 아트를 접목한 전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에 발맞추어 저희도 음악도 듣고 미디어아트도 볼 수 있는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아주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 새로운 것을 기획하면 거기에 맞춰 새롭게 변해야 하는데 단원들의 반발도 있었을텐데.

“단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설득을 했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우리는 국립이라고. 우리가 먼저 변해야 전체가 변한다고 했습니다. 다들 제 말을 받아들이고 응해 줬습니다. 고마움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그냥 편하게 가면 되는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국립’이라는 타이틀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른 단체 뒤를 쫓아가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앞서 가야죠. (웃음)”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이 단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제공


- 2014년부터 국립심포니가 상주작곡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성과와 효과를 말해달라.

“상주작곡가 제도는 2014년부터 운영해왔지만, 기성 작곡가를 위촉하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중장기 작곡가 육성 시스템인 ‘작곡가 아틀리에’를 도입했고, 아틀리에 기간 중 최우수 작곡가를 상주작곡가로 선정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작곡가들을 초빙해서 이들을 멘토로 해 작곡가 교육을 시작했죠. 이 작곡가 아틀리에는 5명의 작곡가를 선정해서 지원금을 지원하고, 10개월 간의 작곡 과정을 거칩니다. 그중 작품을 실제 오케스트라로 초연하는 ‘오케스트라 리딩’ 과정 중 평가를 통해 최종 1명을 선정해 국립심포니 상주작곡가로 활동하도록 합니다. 작곡가 아틀리에로 발탁된 초대 상주작곡가가 전예은 작곡가입니다. 이 전예은 작곡가가 2년 활동을 마쳤고 2024년부터는 노재봉이 두 번째 상주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다비트 라일란트 예술감독은 ‘이제는 대한민국이 작곡가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그러면서 2023 작곡가 아틀리에에서 작곡가 5명의 작품을 모두 실연 지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ACO(American Composers Ochestra)협회와 MOU를 맺어 같이 협업하기로 했습니다. 2023 아틀리에에 참가한 김은성 작곡가의 작품이 ACO의 연주로 미국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 그리고 ‘클래식 음악 영상 연출과 스코어리딩’이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건 무엇인가.

“한 해 음대 졸업생만 8000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졸업 후 취업할 곳이 없습니다. 음악만 가지고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이들이 전부 무대에 설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음악과 연계된 일, 즉 직업을 삼을 수 있는 뭔가를 찾고자 기획하게 된 것이 ‘클래식 음악 영상 연출과 스코어리딩’ 입니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장이 다 문을 닫는 바람에 극장무대에서 유튜브나 다른 영상스트리밍으로 넘어갔습니다. 음악공연 관련해서 영상작업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음악공연 영상작업에 필수적인 것이 음악 전문가입니다. 그냥 방송 영상전문가는 영상만 잘 만지거든요. 그런데 음악공연 영상제작 혹은 공연 방송은 음악을 알아야 합니다. 교향악 촬영은 연주에 따라 화면을 잡아야 하는 악기가 있어요. 예를 들면 플루트 솔로 연주가 나오는 장면인데 오케스트라 전체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으면 좀 답답하죠. 이때 음악 전공자가 연출을 하면 그 곡의 악보를 알고 있으니까 플루트 연주자 단독 샷을 카메라로 잡을 수가 있는 거죠. 이걸 하려면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해요. 그것도 오케스트라 악보를요. 흔히 총보라고 하죠. 이걸 보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이 교육이 스코어리딩이에요. 음악 전문 영상촬영이나 방송에서는 꼭 필요한 직종이죠. 일반 방송 연출감독은 악보를 볼 줄 몰라요. 이 스코어리더가 연출자와 함께 카메라맨과 협조를 하는 거죠. 악보를 보면서 곡이 연주될 때 카메라가 어디를 비추고 있어야 하는지를 미리 알려주는 거죠. 그러면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이 좀 더 그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죠.”

- 그리고 또 비평가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한다고.

“네, 예전에 제가 젊은 시절에는 음악평론가들의 활동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틈엔가 음악평론가들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클래식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평론가가 존재해야 합니다. 저희같이 공연하는 실연자들이 평가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러면 음악의 발전이 없겠다 싶어 저희가 음악평론가를 키워서 배출하고자 프로젝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톤 마스터’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다. 즉 음향기술자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특히 클래식음악에 특화된 음향기술자입니다. 클래식 음향은 일반 음향이랑 다릅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악기특성과 작품에 따라 내는 소리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맞춰 음향기기를 정교하게 세팅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국내에는 저희가 찾는 톤 마이스터가 딱 1명뿐이에요. 그래서 이 분야에도 음악 전공자들이 연계된 직업을 설계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끝으로 2024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계획을 간략하게 말해달라.

“새해에는 ‘음악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클래식 음악의 면면을 만끽하도록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이번 2024년 시즌 레퍼토리의 큰 핵심은 ‘혁신성’과 ‘동시대성’입니다. 저희 예술감독이 지난해 11월에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았어요. 누구보다 프랑스를 잘 알고 있는 지휘자로서 프랑스와 러시아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3명의 객원지휘자들인 체코 출신의 레오시 스바로프스키, 프랑스 출신의 뤼도비크 모를로, 그리고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한 한국의 신성 윤한결을 초청해서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해석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악기 ‘피아노’에 관한 연주가 있고 또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는 잘 만나볼 수 없는 하프와 기타의 협주곡이 공연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새로운 상주작곡가 노재봉의 신작 ‘집에 가고 싶어’도 연주됩니다. 그리고 또 202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의 협연무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다양한 페르소나가 준비되어 있으니 항상 찾아주시면 반갑게 맞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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