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무용수 한몸 되어 구르고 도는 발코니신...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온다

5월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
약물·우울증 등 오늘날의 10대 이야기로 재탄생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3.28 14:32 의견 0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매튜 본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TIME)”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마지막 장면에도 삽입된 남성 백조가 등장하는 ‘백조의 호수’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무용은 대중적이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이름 자체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의 올리비에 어워드 역대 최다 수상자(9회)다.

1986년 자신의 무용단을 설립한 이후 발표한 13편의 장편 작품들이 모두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현대무용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5월 영국 황태자로부터 현대무용계 인물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매튜 본 경(Sir Matthew Bourne OBE)으로 불린다. OBE는 ‘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대영제국 4등 훈장 수훈자)’라는 뜻이다.

그의 공연은 국내에도 LG아트센터를 통해 2003년부터 8차례 무대에 올랐다. ‘백조의 호수’(2003·2005·2007·2010·2019) ‘호두까기인형!’(2004) ‘가위손’(2006)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 등이 공연돼 15만명 이상의 관객이 몰렸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그는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을 변주해 새롭게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의 장인이다. ‘백조의 호수’에서는 가녀린 여성 백조 대신 근육질 남성 백조를 내세웠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현대의 뱀파이어 이야기로 바꿨다. 또한 오페라 ‘카르멘’을 자동차 정비소를 배경으로 한 ‘카맨’으로 선보이는 등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에 절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매튜 본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로맨스이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걸작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한다. 새하얀 타일로 둘러싸인 벽, 경비원들의 규율과 통제로 가득한 ‘베로나 인스티튜트’. 어른들에 의해 문제아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교정하는 이곳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두 남녀는 감시자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이어나간다.

매튜 본이 주목한 것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긴 필연적이고 아름다운 비극성이다. 그는 약물, 트라우마, 우울증, 학대, 성 정체성 등 현대의 젊은 세대가 마주한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묘사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오늘날 10대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프로코피예프가 작곡한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음악은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일에 맞춰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작곡가 테리 데이비스와 15인조 앙상블이 편곡 작업에 참여했으며, 51개의 오리지널 스코어 중 30곡을 골라 순서를 재배치하고 5곡의 신곡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원작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강렬한 음악이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매튜 본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지금 이 시대의 10대들의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작품 제작 방식에도 변화를 꾀했다. 매튜 본의 무용단은 2018년 영국 전역에서 만 16세에서 19세 사이의 무용수들을 선발하는 대규모 오디션을 개최했다. 1000명 이상의 지원자 중 워크숍 공연과 트레이닝을 거쳐 다수의 무용수를 정식 단원으로 합류시켰다. 이를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출연진들은 젊다 못해 어린 무용수들로 채워졌고, 그들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매튜 본은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와 협업해 다른 어떤 작품보다 파워풀하고 에너지 넘치는 안무를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공연 내내 끊임없이 뛰고 움직이며 고난이도의 동작을 펼친다. 특히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펼치는 파드되로 유명한 ‘발코니 신’에서는 두 무용수가 열정적이다 못해 한 몸이 되어 구르고 도는 경이로운 춤을 펼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이 장면을 일컬어 “아마도 무용 역사상 가장 긴 키스 신”이라고 표현했으며, 뉴욕타임즈는 “위대한 발코니 장면에 버금가는 강렬함을 선사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매튜 본과 함께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던 무대·의상 디자이너 레즈 브라더스톤이 정신병원을 연상시키는 하얀색 타일로 둘러싸인 세트를 만들어냈으며, 폴 콘스타블의 조명 디자인은 일순간에 ‘베로나 인스티튜트’를 낭만적인 안식처로 바꾸는 극적인 효과를 창조해낸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안무가인 매튜 본의 신작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 한국 초연된다. ⓒLG아트센터 제공


2019년 런던에서 초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젊은 세대가 무대 위에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다”는 평가와 함께 가디언, 데일리 텔레그라프 등 영국의 유력 언론으로부터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으며 매튜 본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초연을 마친 ‘로미오와 줄리엣’은 2023년부터 런던-LA-파리-도쿄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월드 투어를 펼치고 있다. 한국 공연은 오는 5월 8일부터 19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열린다.

‘로미오와 줄리엣’ 한국 투어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세대 무용수로 발탁된 각각 세 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출연해 저마다의 매력을 선보인다.

2019년 초연부터 타이틀롤을 맡고 있는 파리스 피츠패트릭, “무대 위에서 시종일관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로리 맥클로드, 2024년 ‘백조의 호수’에서 차세대 백조를 맡은 잭슨 피쉬가 로미오로 출연한다.

줄리엣 역은 카일리 미노그·제이미 컬럼 등과 작업한 안무가 겸 무용수 모니크 조나스, ‘카맨’ ‘미드나잇 벨’ ‘레드 슈즈’ 등 탄탄한 경력을 보유한 브라이어니 페닝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단시간에 주역 무용수 자리에 오른 한나 크레머가 맡는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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