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세종문화회관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의 해외초청작으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연극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를 선보인다. 수많은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 예술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해온 ‘싱크 넥스트’가 시즌 3년차를 맞아 처음으로 선보이는 해외초청작으로, 이란을 비롯한 유럽의 현안을 작품에 담아내는 극작가 및 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첫 내한 공연이다.
‘블라인드 러너’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유리잔 위에서 춤추다(Dance on Glasses)’(2001)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시간과 기억에 관한 3부작 - ‘타임로스(Timeloss)’ ‘청각(Hearing)’ ‘서머리스(Summerless)’를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견고히 했다.
‘다큐멘터리 연극’임과 동시에 ‘연극화된 다큐멘터리 필름’으로도 일컬어지는 그의 작품은 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돼 텍스트 중심의 서사를 가지고, 간결한 무대에서 카메라를 통해 무대 위 실황이 스크린에 투영되는 특유의 연출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블라인드 러너’는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가 이끄는 메르 시어터 그룹(Mehr Theatre Group)이 2023년 선보인 신작으로, 지난해 5월 ‘세계에서 가장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축제’로 독보적 명성을 얻고 있는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Kunstenfestivaldesarts)에서 초연됐다. 이후 베를린 페스티벌(독일), 누더존 공연예술 축제(네덜란드) 등에서 초청받아 공연됐으며, 특히 2024 베니스 비엔날레(이탈리아)에서는 전시 주제인 ‘Foreigners Everywhere’에 맞춰 진행되는 특별 기획공연 ‘Biennale Teatro 2024’의 프로그램으로 6월 20일과 21일 선보인다. 전 예술계가 주목하는 공연 프로그램을 서울에서 동시간대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 작품은 2022년 9월, 이른바 ‘히잡 시위’라 불리는 ‘마흐사 아미니 시위’의 시발점이 됐던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사건을 다룬 기자 닐루파 하메디와 남편의 실화를 모티프로 창작됐다.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여성인권 운동으로 이어지며 당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작품은 또한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채널 터널)을 소재로 해 유럽으로 집단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에 주목한다.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작품 감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블라인드 러너’는 페르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7월 19일(금)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가, 7월 20일(토) 공연 종료 후에는 구기연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알파고 시나씨(튀르키예 출신 언론인·코미디언)가 작품 속 중동·유럽의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이 작품의 사회 문화적 배경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강연’ 프로그램이 기획된다.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저의 최신작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이게 되어 팀 전체가 들떠있고, 한국 관객들이 관람 후 어떤 상상력을 펼치게 될지 궁금하다”며 첫 한국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여성 인권 수호를 위한 노력, 유럽 난민 이슈 등 현재 전 세계가 당면한 사회적 메시지가 동시대 한국 관객과 호응하며 일으킬 공론의 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7월 18일부터 21일까지 4회 공연. 공연 시간은 60분. 관람료 일반석 5만5000원, 사이드석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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