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윤이 들려주는 베토벤 ‘멀리 있는 연인에게’...마포문화재단 ‘M연가곡 시리즈’ 첫선

7월19일 아리아 등 포함해 ‘스토리 있는 무대’ 준비
​​​​​​​뒤이어 베이스 연광철·바리톤 최현수 등 잇따라 공연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7.03 09:43 의견 0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로 마포문화재단의 M 연가곡 시리즈 첫 무대를 장식한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로 마포문화재단의 연가곡 시리즈 첫 무대를 장식한다. 사무엘 윤을 시작으로 바리톤 최현수, 소프라노 홍혜란·테너 최원휘, 베이스 연광철의 리사이틀이 잇따라 열린다.

마포문화재단은 클래식 대가들이 주옥같은 연가곡을 노래하는 ‘M 연가곡 시리즈’를 올해 네 차례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연가곡이란 같은 주제와 분위기를 지닌 일련의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을 엮은 것이다. 요즘처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서로의 마음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시대에 음악가들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온 작품 형태 중 하나가 연가곡이기에 그 아름다운 가사와 선율에 귀 기울이게 되는 장르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M 연가곡 시리즈’에서는 사랑과 인생을 주제로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의 연가곡을 조명한다. 7월 19일 세계적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선보이는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전곡을 시작으로 10월 15일에는 동양인 최초로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바리톤의 시인’이라 불리는 최현수가 슈베르트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전곡을, 11월 14일에는 최정상급 성악가 부부 소프라노 홍혜란과 테너 최원휘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를 주제로 무대를 꾸민다. 12월 4일은 ‘현존하는 최고의 베이스’ 연광철이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로 대미를 장식한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로 마포문화재단의 M 연가곡 시리즈 첫 무대를 장식한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언덕 위에 앉아 바라보네
푸르고 흐릿한 구름 경치를.
멀리 있는 목장을 찾아보네
그곳은 사랑하는 당신을 알게 된 곳.

그대와 나는 멀리 떨어져 있지요.
언덕과 계곡이 우리 사이에 놓여
우리를 갈라놓았군요.
우리의 평화, 우리의 행복, 그리고 우리의 고뇌를

노랫소리를 들으면 사라질 거예요,
모든 공간과 시간이.
그리고 사랑의 마음은 이루어질 거예요,
사랑의 마음은 거룩해질 겁니다!

- ‘멀리 있는 연인에게’ 중 제1곡 ‘언덕위에 앉아서’

시리즈의 포문을 여는 사무엘 윤은 연가곡이라는 장르를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베토벤의 ‘멀리 있는 연인에게’ 전곡을 선보인다. 이 곡은 20대 초반의 젊은 의사이자 아마추어 시인 알로이스 야이텔레스의 연작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1816년 베토벤 나이 46세에 작곡됐다. 멀리 있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강하게 토로하는 내용인데 베토벤은 이 곡을 통해 ‘불멸의 연인’에 대한 남아있는 사랑에 대한 열정을, 혹은 당시 과도기를 지나는 그에게 시간적으로 멀어진 사랑과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사무엘 윤은 쾰른 극장의 종신 성악가로서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된 음악가였지만 독일에서의 안정적이고 명예로운 생활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했던 당시 상황과 비슷한, 인생의 찬란했던 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사무엘 윤이 들려줄 의미 있는 ‘멀리 있는 연인에게’를 기대할 만하다.

‘멀리 있는 연인에게’는 총 6곡으로 구성돼 제1곡부터 6곡까지 연결해서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시작과 끝에 각 곡을 나누어 배치했다. 그 사이 ‘아델리아데’ ‘입맞춤’ 등 베토벤의 가곡과 바그너 ‘탄호이저’에 나오는 ‘내가 주변을 둘러볼 때에(Blick ich umher in diesem edlen Kreise)’, 칠레아의 ‘아를의 연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Lamento di Federico)’을 넣어 전체 프로그램이 하나로 연결되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사랑의 설렘부터 아픔, 그리움, 희망 등 다양한 감정을 관객에게 더욱 생생하고 긴밀하게 전달한다.

차세대 성악 유망주로 손꼽히는 테너 김승직과 오페라 코치와 성악 전문 반주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정태양이 함께 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민다.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는 “아름다운 선율과 노랫말 속 깊은 울림이 있는 연가곡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국내외 최정상급 성악가들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곡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무엘 윤은 2012년 세계 최고의 오페라 축제인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최초로 주연을 맡았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타이틀롤을 맡아 연기했는데 당시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의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으로부터 최종 리허설에서 스무 번도 넘는 엄지 척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본 무대에서도 전곡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고 이를 계기로 ‘바이로이트의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 극장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해외 무대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인의 위상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2022년에는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독일 주정부에서 수여하는 궁정가수(캄머쟁어) 칭호를 수여받았다. 소프라노 헬렌 권과 베이스 전승현(2011년), 베이스 연광철(2018년)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다.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활발한 연주활동을 이어가며 모교인 서울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등 국내 성악계와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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