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하는 인형...한국 가수에 붙는 이런 꼬리표 깨야”...튜터 박혜상의 어드바이스

성악가 양성 ‘솔티 아카데미’ 교수진 참여
후배 8명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꿀팁 전수
​​​​​​​“예쁜 노래 의미 없어...감정 표현 집중해야”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7.31 19:15 | 최종 수정 2024.08.01 10:41 의견 0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벨카토 코스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조나단 팝 예술감독, 캔디스 우드 대표, 박혜상 소프라노(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지난 10년간 저에게 꾸준히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곳입니다. 이번에 함께 한국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돼 영광이고 기쁩니다. 후배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씩 차근차근 잘 전수할 겁니다.”

소프라노 박혜상에게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는 은인이다. 그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스쿨 음악대학원 석사과정과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지난 2014년, 줄리어드에서 한창 공부하던 시절에 솔티 아카데미와 인연을 맺었다.

솔티 아카데미는 헝가리 출신의 마에스트로 게오르그 솔티(1912~1997)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04년 벨칸토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설립됐다. 세계적 지휘자, 성악가, 오페라 코치 등이 성악 인재를 양성하는 3주간의 벨칸토 코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특별히 예술의전당과 협업해 한국에서 솔티 아카데미를 공동주최하고 있다. 7월 30일부터 8월 3일까지 5일간 진행되고 있다. 박혜상은 10년 전엔 스튜던트였지만 이번엔 튜터로 참여하고 있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솔티 아카데미 조나단 팝 예술감독, 캔디스 우드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박혜상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다양한 팁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성악가들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친 뒤 “노래를 부를 때 정확한 이탈리아어 뉘앙스를 살릴 수 있다면 음악적 효과가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무대 전체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부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범을 보여줬다. 직접 이탈리아어로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아아! 몇 번인가(Oh! quante volte)’의 한 구절을 불러 발음뿐만 아니라 악센트와 장음 등을 활용하며 노래가 훨씬 더 풍성해짐을 보여줬다. 특급 레슨이다.

교수진에는 조나단 팝을 비롯해 웨일즈 국립 오페라의 음악감독을 14년 동안 역임한 지휘자 카를로 리치, 이탈리아 스칼라 아카데미 교수로 재직했던 소프라노 바바라 프리톨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활동 이력이 있는 이탈리아어 딕션 코치 스테파노 발다세로니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박혜상은 “오페라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유연함과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리처드 보닝은 늘 ‘작게 부르라’고 조언했다”면서 “줄 위에서 곡예를 하듯이 선을 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벨카토 코스 기자간담회가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게오르그 솔티 아카데미의 벨카토 코스 기자간담회가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한국인 성악가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선입견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은 노래는 잘하는데 인형 같다거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며 “한국 성악가들은 표현을 함에 있어서 자꾸 멈추거나 벽이 느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을 깨뜨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업 내용을 살짝 공개했다. “첫 과정에서 헨델의 오페라 ‘오를란도’를 다뤘다. 죽음을 결심하는 장면인데 소리가 너무 예쁘게 나왔다. 그래서 노래를 멈추고 종이를 찢거나 책을 던져보라고 했다. 내면의 모든 감정을 꺼내기 위해서 과격한 지시를 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성악가들이 유명 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고 있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을 만드는 것은 우승과는 결이 다르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세계적인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라며 “한국인들이 왜 콩쿠르에서는 1위를 하지만 세계 주요 무대에는 잘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는데 젊은 아티스트가 마음을 열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개개인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안전하게 테크닉을 가르쳐 주려고 한다”며 “한국 성악가들이 노래를 잘 하는데 치중하는데, 노래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전체를 봐야 한다는 코멘트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벨칸토 코스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8명을 교육하고 있다. 프로그램 마지막 날(8월 3일)에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파이널 갈라 콘서트를 연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공연 경험을 제공한다. 또 우수학생 1명을 뽑아 내년 이탈리아 투스카니에서 개최되는 솔티 아카데미의 정식 벨칸토 코스 참여 자격을 준다.

조나단 팝 예술감독은 “오전에 진행된 세션에서 젊은 성악가들이 우리의 교육을 빠르게 흡수한다는 생각이 들어 고무적이었다”며 “성악 기술뿐 아니라 감동을 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캔디스 우드 대표는 “솔티 아카데미 코스의 특별한 점은 12명만 선발해 가족처럼 지원해준다는 점이다”라며 “단순히 교육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모든 네트워크를 제공해 활동을 돕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을 거쳐 합류하는 참가자에게도 같은 지원을 해줄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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