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를 들여다보는 특별한 연극...‘P와 함께 춤을’ 공연

이경성 연출과 크리에이티브 VaQi의 신작
9월 28일~10월 6일 LG아트센터서울 공연

김일환 기자 승인 2024.08.16 16:43 의견 0
이경성 연출(사진)과 크리에이티브 VaQi는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의 작업 너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연극 ‘P와 함께 춤을’을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한다. ⓒLG아트센터서울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이경성 연출과 크리에이티브 VaQi(바키)가 ‘현대 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의 작업 너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연극 ‘P와 함께 춤을’을 선보인다. LG아트센터서울의 ‘크리에이터스 박스’ 세 번째 공연이기도 한 이 작품은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LG아트센터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크리에이터스 박스’는 흥미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만드는 경계 없는 협업 프로그램으로,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블랙박스 공연장 U+스테이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2023년 ‘차차차원이 다다른 차원’과 ‘로미오와 줄리엣 and more’를 성공적으로 선보였으며, 올해는 ‘P와 함께 춤을’을 소개해 관객 경험을 확장한다.

이경성 연출이 이끄는 VaQi는 동시대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일련의 작품을 선보이며 국내 ‘다큐멘터리 씨어터’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특정 사건이나 주제에 대해 풍부한 인터뷰와 리서치를 진행한 뒤 공동 창작을 통해 완성되는 이들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한국 연극의 지평을 넓혀 왔다고 평가 받는다.

이경성 연출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VaQi는 지난 2010년 관객들이 광화문 광장을 돌아다니며 주변을 맴도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를 선보였다. ⓒLG아트센터서울 제공
이경성 연출이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VaQi는 지난 2017년 파주부터 고성까지 300km를 횡단하며 제작한 ‘워킹 홀리데이’를 선보였다. ⓒLG아트센터서울 제공


2008년에 창단한 VaQi는 ‘Veritas, Art, Question, Imagination’의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집시들의 상징인 수레바퀴를 뜻한다.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굴러가며 구석구석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동안 VaQi는 관객들이 광화문 광장을 돌아다니며 주변을 맴도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2010),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 극장 편’(2014), 세월호 참사를 다룬 ‘비포 애프터’(2015), 파주부터 고성까지 300km를 횡단하며 제작한 ‘워킹 홀리데이’(2017), 난민과 탈북자 문제를 다룬 ‘보더 라인’(2021), 제주 4·3 사건을 다룬 ‘섬 이야기’(2022)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두산연강예술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신인연출상,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현대무용의 전설 피나 바우쉬, 그 작업 너머의 시간을 들춰 본다

피나 바우쉬는 무용(Tanz)과 연극(Theater)이라는 두 분야의 예술영역이 결합된 ‘탄츠테아터(Tanztheater)’라는 새로운 개념의 무용극을 통해 현대 무용의 지평을 영원히 바꾸어 놓은 전설적 안무가다.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의 인간들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카네이션’ ‘카페 뮐러’ ‘봄의 제전’ 등과 같은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관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피나 바우쉬는 2009년 타계했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세계 공연장에서 관객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 독일 부퍼탈에서 진행된 도미니크 머시·테일러 드루리와의 인터뷰

피나 바우쉬의 작업 너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직접 방문해 무용수들과 인터뷰를 했다. ⓒLG아트센터서울 제공
피나 바우쉬의 작업 너머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연극 ‘P와 함께 춤을’은 독일 ‘부퍼탈 탄츠테아터’를 직접 방문해 무용수들과 인터뷰를 했다. ⓒLG아트센터서울 제공


그렇다면 피나 바우쉬가 없는 지금, 그의 작품은 어떻게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에게 승계되고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이경성 연출과 크리에이티브 VaQi는 이러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새로운 무용수들에게 전수된 작품이 그 이전 피나의 작업과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작업은 피나 바우쉬를 숭앙하기 위한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피나 바우쉬를 통해서 ‘인간에게 전통이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단순히 박제되거나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여전히 현재와 소통하며 유효하게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업입니다”(이경성)

이경성 연출은 피나 바우쉬가 이끌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에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받았다. 2021년 여름 부퍼탈을 처음 방문해 리서치를 진행한 이경성 연출과 VaQi는 올해 1월 두 번째 방문해 피나 바우쉬와 20년 이상 작업했던 도미니크 머시와 테일러 드루리 등의 오리지널 댄서들, 그리고 피나 바우쉬 사후에 무용단에 합류한 젊은 무용수들을 만나 광범위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어 7월에는 부퍼탈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무용가 김나영, 에디 마르티네즈를 서울로 초청해 약 3주간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작업 방식을 통해 움직임을 창조하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신작 ‘P와 함께 춤을’의 재료가 됐다.

● “전통은 어떻게 계승되고 생명력을 가지는가”에 대한 질문과 대답

이경성 연출과 크리에이티브 VaQi의 ‘P와 함께 춤을’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펼쳐진다. 관객은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리서치, 피나 바우쉬의 창작 방식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이를 통해 각 아티스트들이 당장 발 딛고 있는 세계를 만나게 된다.

크리에이티브 VaQi와 오랜 시간 공동 창작을 해온 나경민, 성수연,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4명의 아티스트(김용빈·정재필·베튤·황수현)가 참여한다.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무용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6명의 아티스트들은 문화와 세대를 가로질러 각자의 질문을 가지고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지금’, ‘여기’서 서로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탐색해가는 여정을 함께 한다.

이경성 연출과 VaQi만의 독특한 접근과 탐색을 통해 펼쳐질 ‘P와 함께 춤을’을 통해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만나보자.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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