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신 예술감독 “잘 연주되지 않은 작품 소개...‘어텀실내악페스티벌’에 차곡차곡 쌓여 기뻐”

제6회 페스티벌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
‘영원한 뮤즈, 브람스’ 등 세 번의 콘서트 준비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9.25 10:36 의견 0
박유신 예술감독이 이끌고 있는 제6회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어텀실내악페스티벌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처음 시작할 때 잘 연주되지 않은 실내악 작품을 선보이는 걸 목표로 삼았습니다. 다행히도 주옥같은 작품이 매년 차곡차곡 쌓여 저희 페스티벌만의 매력으로 자리 잡고 있어 기쁩니다.”

9월 말 서울 한복판을 실내악으로 물들이는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이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첼리스트 박유신 예술감독은 최근 서면인터뷰에서 “여섯 번째 축제를 맞아 갈수록 실내악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숨은 실내악 명곡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일이 뿌듯하다”고 밝혔다.

올해는 큰 주제를 ‘첫 마음’으로 정했다. 페스티벌을 론칭했을 때 “실내악 부문에 힘을 쏟아보자”고 다짐했다.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미를 담았다. 특색 있는 세 차례의 콘서트를 준비했다.

첫 번째 무대 ‘걸작, Classic’(26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하이든(‘피아노 3중주 A장조, Hob.XV.18’), 모차르트(‘현악 5중주 C장조 KV.515’ ‘현악 6중주를 위한 신포니아 콘체르탄데 내림E장조, KV.364’), 베토벤(‘피아노 3중주 c단조, Op.1’)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박 감독은 “소규모 실내악 편성의 시작과도 같았던 고전주의 작곡가들을 다루는 흥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공연은 ‘영원한 뮤즈, 브람스’(27일 금호아트홀 연세).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인 브람스를 선택했다. 브람스의 곡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편성의 작품인 ‘바이올린, 호른, 피아노를 위한 3중주 내림E장조, Op.40’ ‘피아노 3중주 2번 C장조, Op.87’ ‘클라리넷과 현악기를 위한 5중주, Op.115’를 연주한다. 그는 “이 세곡을 한 무대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 ‘가을날 프라하, Prague Autumn’(28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은 스메타나(1824~1884) 탄생 200주년, 드보르자크(1841~1904) 서거 120주년을 맞아 두 작곡가의 대표곡을 들려준다. 박 감독은 “가을과 체코의 음악이 왠지 모르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다”라며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두 작곡가를 기념하는 해를 의미 있게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박유신 예술감독이 이끌고 있는 제6회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이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 동안 열린다. ⓒ어텀실내악페스티벌 제공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박 감독을 필두로 ‘노부스 콰르텟’ 김재영과 김영욱이 6년 연속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을 빛낸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세바스티안 보렌, 비올리스트 아드리앙 라 마르카·이한나, 첼리스트 문태국·강승민, 피아니스트 김태형·김수연·손정범, 클라리네티스트 김상윤, 호르니스트 김홍박 등이 함께 한다.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은 올해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될성부른 떡잎 키우기’에 나선 것.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고 연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6월 ‘영 체임버 오디션’을 개최했다. ‘아멜리 콰르텟’(바이올린 윤해원·김현우, 비올라 조윤서, 첼로 최아현)이 우승했는데 지난 19일 거암아트홀에서 이들의 단독 리사이틀을 열어줬다.

“오디션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연주자들의 나이가 굉장히 어렸거든요. 만19세의 연주자가 두 명이나 있었는데,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났어요. 이런 어린 연주자들이 벌써부터 현악사중주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는 실내악분야에서도 뛰어난 수준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멜리 콰르텟은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오디션 때 보여준 곡의 완성도와 연주에 대한 자신감은 독주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박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유신은 포항국제음악제 감독도 겸하고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아 행사명에 ‘국제’를 추가해 포항음악제에서 포항국제음악제로 사이즈를 더 키웠다. 11월 1일부터 8일까지 '바다의 노래(Song of the Sea)‘라는 주제로 열린다. 굵직한 페스티벌 2개를 이끌어야 하는 일은 사실 ‘중노동’에 가깝다.

“비슷한 가을 시즌에 두 축제를 진행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만 두 음악제를 겸하면서 각각의 축제를 통해 배우고 영감을 받기 때문에 두 축제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텀실내악페스티벌은 꾸준하게 지금처럼 가다보면 어느새 실내악을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한 축제로 자리 잡을 겁니다. 포항국제음악제는 내년이 5주년입니다. 5주년을 아주 특별하게 꾸려본다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박 감독 뒤에는 ‘엄청난 빽’이 힘을 보태고 있다. 남편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다. 두 사람은 2016년 처음 만났는데, 나흘 만에 바로 사귀기 시작했다. 서로 첫 눈에 ‘평생의 짝꿍’이 될 것이라는 필이 온 것이다. 6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2022년 결혼했다.

“남편은 거의 20년 가까이 실내악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존재만으로도 든든함을 느껴요. 제가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을 쉽게 풀어내줄 때도 있고, 무엇보다 서로 음악에 대해서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하다보니 같이 연주할 때 더욱 이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아직은 좋은 점뿐인데 10년 후 20년 후는 어떨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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