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 우리 오페라도 국제 이슈를 다루다...‘사막 위 디아스포라’ 세계 초연
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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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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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예승 작곡가의 창작오페라 ‘사막 위 디아스포라’를 세계 초연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거나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은 ‘전쟁난민’이라는 뜻으로 폭넓게 사용된다.
12월 11일(수)과 12일(목)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첫 선을 보인 ‘사막 위 디아스포라’는 지난 7월 낭독음악회를 거치면서 음악 및 공연 전반의 작품완성도를 높였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포탄과 총성이 난무하는 시리아 내전의 폐허 속에서 지하에 비밀 도서관을 꾸린 청년들의 실화을 다룬 델핀 미누이의 ‘다리야의 지하 비밀도서관’을 읽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
그동안 서울오페라앙상블은 권위주의 시대 국가공권력에 의해 탄압받은 작곡가 윤이상(나비의 꿈), 조선의 광인 화가 장승업(취화선), 조선 최고의 자화상을 그린 윤두서 (붉은 자화상) 등을 소재로 ‘시대와의 불화’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혼을 지켜낸 인물들을 그렸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는 ‘창작오페라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으로 시야를 넓혀 전쟁 난민을 소재로 한 새 작품을 선보였다. 우리 창작 오페라가 국제적 이슈를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한 주제에 걸맞게 세계 여러 나라 출신의 인물이 나온다. 한국의 순이(소프라노 정시영)는 코로나 팬데믹 때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로, 딸이 희생되자 트라우마를 잊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의 일원으로 중동 난민촌에 왔다. 일본에서 온 외과 의사 야마다(테너 김중일)가 순이와 함께 한다.
구호 활동가 오마르(바리톤 최병혁)는 테러로 부모를 잃은 나디아(소프라노 이소연)와 함께 비밀도서관을 운영한다. 악역으로는 무기와 마약으로 난민촌의 밤을 지배하는 아사드(바리톤 장성일)와 난민수용소 감독관 탈리아(메조소프라노 신성희)가 있다. 프랑스의 구호품 비행사 파비엥(바리톤 임희성)과 한국의 종군기자 경훈(테너 유태근)도 나온다. ‘우리 얼굴을 한 한국 오페라의 세계화’를 위해 기본적인 골격을 갖춘 셈이다.
정교한 슬라이드 영상을 통해 현장의 분위기를 재연했다. 난민촌 풍경은 물론, 다양한 이미지 영상으로 액티브한 무대를 연출했다. 정주현이 지휘한 서울오페라앙상블 오케스트라와 노이코페라코러스도 제몫을 해냈다.
/kim67@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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