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진솔이 오는 4월 14일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 ‘세라테 무지칼리’에 공식 초청돼 밀라노의 대표 콘서트홀 살라 베르디 무대에 오른다. ⓒ아르티제&말러리안오케스트라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지휘자 진솔이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 밀라노를 사로잡는다. 오는 4월 14일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 ‘세라테 무지칼리(Serate Musicali)’에 공식 초청돼 밀라노의 대표 콘서트홀 살라 베르디(Sala Verdi) 무대에 오른다.
세라테 무지칼리는 지난 1971년 창설 이후 세계 유수의 아티스트와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매해 품격 있는 무대를 선보여온 전통 깊은 음악제다. 이번 초청은 진솔의 음악성이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인정받은 상징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세라테 무지칼리는 그동안 마르타 아르헤리치, 안네-소피 무터, 유자 왕, 미샤 마이스키, 막심 벤게로프, 기돈 크레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참여해온 무대다. 이 같은 역사적 무대에 한국 지휘자가 초청받은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이번 공연은 ‘실내 오케스트라의 조화(L’Armonia dell’Orchestra da camera)’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며, 진솔은 이탈리아의 실내악 전문 오케스트라 라파시오나타(L’Appassionata)와 함께 모차르트의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레퀴엠 KV 626’을 연주한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생의 마지막에 작곡한 미완의 걸작으로 죽음과 구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음악으로 표현한 명곡이다.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의 흐름, 독창과 합창,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구성이 돋보이며 고전음악의 극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종교 음악으로 손꼽힌다. 오늘날에도 세계무대에서 자주 연주되며 모차르트의 정신성과 예술적 깊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무대에는 진솔을 중심으로 소프라노 세실리아 리제토, 메조소프라노 키아라 셀모, 테너 에두아르도 우르타도 람폴디, 베이스 로렌초 질러 등 세계적으로 활동 중인 정상급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또한 앙상블 보칼 콘티눔(Ensemble Vocale Continuum)의 풍부한 합창이 더해져 음악적 깊이를 한층 높인다.
연주를 맡은 라파시오나타는 2019년 가스파리 재단의 프로젝트로 젊은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탈리아의 실내 오케스트라다. 구성원들은 RAI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칼라 필하모닉, 볼차노 하이든 오케스트라, 만토바 챔버 오케스트라, 토리노 왕립 극장 오케스트라, 아레나 디 베로나, 파도바와 베네토 오케스트라, 볼로냐 시립 극장 필하모닉 등 이탈리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해온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돼 있으며 유럽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공연이 열리는 살라 베르디는 밀라노 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Giuseppe Verdi’) 내에 위치한 역사 깊은 콘서트홀이다. 약 1400석 규모의 공연장은 뛰어난 음향과 고전적 건축미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마우리치오 폴리니, 리카르도 무티 등 거장들이 수차례 무대에 오른 이곳은 밀라노 클래식 음악계의 중심지다.
라파시오나타의 예술감독은 “라파시오나타는 2019년 창단된 이후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활동해 왔으며, 지금까지 극히 드문 특별한 경우에만 객원 지휘자를 초청했다”며 “한국의 슈퍼스타 지휘자 진솔을 모시고 모차르트의 장엄한 레퀴엠을 연주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공연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수교 141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에, 양국의 예술적·문화적 유대를 기념하는 완벽한 무대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진솔 지휘자는 “모차르트 레퀴엠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존재의 의미를 다룬 작품으로, 음악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가장 진실한 접근이 필요한 곡이다”라며 “이탈리아의 훌륭한 연주자들과 함께 세라테 무지칼리의 무대를 준비할 수 있어 무한한 감사와 감동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진솔 지휘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사, 독일 만하임국립음대 석사를 졸업하고, 독일 바덴바덴 필하모니, 캄머오케스터 하일브론, 남독일 필하모니 콘스탄츠, 불가리아 플로프디프 주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여러 해외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음악적 영역을 넓혀왔다. 그는 홍진기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며 이탈리아 팔레르모 페스티벌 개폐막 지휘, 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의 무대에 올라 활약해왔다. 현재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대구국제방송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아르티제 예술감독, 플래직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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