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신창용은 오는 11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전쟁소나타를 연주한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피아니스트 신창용은 2023년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 공연에서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1·2·3번)을 하루에 선보여 “프로코피예프에 최적화된 연주자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쉽지 않은 작곡가를 독보적인 자신만의 레퍼토리로 가져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중을 사로잡으며 K클래식의 흐름을 주도하는 클래식 스타 신창용이 오는 11월 30일(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프로코피예프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한다. 2년 만의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20세기 피아노 레퍼토리의 정점으로 꼽히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6번, 7번, 8번, 일명 ‘전쟁 소나타(War Sonatas)’ 전곡을 연주한다.

신창용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아닌, 오로지 홀로 건반 위에서 그 에너지와 드라마를 선보이고 싶다”며 이번 선곡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격렬함과 서정성, 긴장과 해방이 공존하는 전쟁 소나타는 연주자에게 극도의 집중과 몰입을 요구하는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무대는 그가 품은 프로코피예프에 대한 깊은 애정을 솔로 연주로 드러내는 자리이자, 신창용만의 해석을 확인할 절호의 기회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6번, 7번, 8번으로 구성된 ‘전쟁 소나타’는 2차 세계대전의 혼돈 속에서 탄생해 불안과 저항, 인간 내면의 갈등을 집약한 걸작이자 20세기 피아노 레퍼토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인천시향과 선보인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 무대가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속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리사이틀은 오롯이 혼자 무대에 올라 피아노 독주만이 가능한 집중력과 섬세함으로 작품의 극적인 대비를 한층 밀도 있게 들려준다.

피아노 소나타 6번은 날카로운 리듬과 격렬한 사운드로 당시 격변하는 시대의 불안과 긴장감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어지는 7번은 초절적인 테크닉과 긴박한 리듬으로 내면의 갈등과 혼돈을 폭발시키며 관객에게 숨 쉴 틈 없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마지막 8번은 고요하면서도 차가운 서정적인 선율로 전쟁이 남긴 깊은 상처와 잔영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세 작품은 각각의 성격과 색채가 뚜렷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처럼 전쟁의 다양한 면모를 그려낸 이 전쟁 소나타 3부작은 연주자의 깊은 해석과 몰입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신창용은 ‘보너스’도 준비했다.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를 위한 10개의 소품 중 제7번 ‘프렐류드’와 제10번 ‘스케르초’도 연주해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작품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특히 이 두 곡은 무게감 있는 전쟁 소나타 사이에서 청중의 긴장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프로그램 전체에 활력을 더한다.

강한 타건과 드라마틱한 대비, 서정성과 긴박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신창용의 연주는 ‘전쟁 소나타’와 완벽히 맞물리며, 관객에게 인간의 본능과 감정이 교차하는 강렬한 음악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번 무대를 통해 프로코피예프는 비로소 신창용으로 완성됨을 보여줄 예정이다.

“극도의 맹렬함과 녹는 듯한 섬세함을 주고받으며, 각각의 대조를 이룬다”는 2016년 뉴욕 카네기홀 데뷔 무대 리뷰처럼, 신창용은 폭넓은 표현력으로 프로코피예프를 담아낸다. 솔직하고 진솔한 매력, 화려한 테크닉과 세련된 연주로 국내외에서 많은 팬덤을 형성해온 그는 2년 만의 리사이틀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음악적 정점과 도전 정신을 증명한다.

‘신창용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Nol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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