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길주 작가의 개인전 ‘불가능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한 당신의 바탕’이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박 작가의 작품 ‘revolution3’. ⓒ제주갤러리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사각형의 틀을 벗어난다.”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어 ‘캔버스가 주연이 되는 무대’가 펼쳐진다. 고정화된 규격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비정형 캔버스’에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는 8월 21일(목)부터 9월 8일(월)까지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 작가 박길주의 개인전 ‘불가능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한 당신의 바탕’을 연다. 회화, 영상, 조각 등 30여점이 전시된다.
박길주 작가는 네모 모양을 깨뜨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이 캔버스는 각기 다른 인격과 서사를 지닌 존재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주인공이자 조연으로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며, 때로는 고요한 독백으로 감정을 건넨다.
관람객이 작품 앞에서 느끼는 감정, 떠오르는 생각, 남는 여운은 고스란히 이들의 ‘대사’가 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박길주 작가의 개인전 ‘불가능한 어떤 것을 채우기 위한 당신의 바탕’이 8월 21일부터 9월 8일까지 제주갤러리에서 열린다. 사진은 박 작가의 작품 ‘14장7절’. ⓒ제주갤러리 제공
전시의 중심이 되는 신작은 ‘숨결마다 싱그러움이’(2025)다. 자연과의 교감을 담아낸 여섯 폭의 대형 회화다. 제주의 풀밭과 바람을 통해 우리가 자연을 마주하는 감각을 되살린다.
화면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작가가 말하는 순수의 은유다. 작가가 어린 시절 자연과 하나였듯,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인간 본연의 모습을 표현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던 작가는 제주에 정착하며 늘 그리움의 대상이던 자연을 다시 마주하며, 온몸으로 환대한 기쁨을 캔버스에 기록했다.
이번 개인전의 전시 서문은 희곡작가 이용훈이 직접 희곡 형식으로 집필해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전시 서문의 “혁명은 정왁구에서 시작된다”는 선언처럼, 박길주는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고, 불완전한 형태의 비정형 캔버스를 통해 새로운 표현 방식을 시도했다. 익숙한 틀을 넘어선 이 전시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연과 예술을 마주하는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 공간은 하나의 무대처럼 상상할 수 있으며, 오프닝(8월 21일 오후 5시)에서는 전시 서문을 바탕으로 한 짧은 연극 공연과 바이올린 연주가 열린다. 이러한 시도는 전시 전체에 공연 예술이 주는 설렘을 더해주며, 관람객에게 더욱 풍부한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