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부부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아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세종솔로이스트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결혼 전 남편 길 샤함(54)은 “1년에 3개월은 연주하지 않고 가정에만 충실하겠다”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 아델 앤서니(55)에게 지금도 여전히 남편이 ‘3개월 휴무’를 지키고 있는지 물었다.

“길의 스케줄은 매우 바쁘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 가족에게 깊이 헌신하고 있어요. ‘석달 연주 스톱’이라는 구체적인 약속은 빡빡한 공연 일정 때문에 시간이 지나며 조금 달라졌을 수 있지만, 일과 가족을 균형 있게 맞추려는 노력은 변하지 않았어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커플’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한국 관객 앞에서 부부 케미의 힘을 뽐낸다. 두 사람은 세종솔로이스츠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아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부부가 함께 한국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약속을 지키려는 남편과 그 약속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아내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을 드러냈다.

샤함은 “아내와 함께 공연하는 것은 큰 기쁨 중 하나다”라며 “그동안 공유한 삶의 경험 때문에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고, 우리의 음악적 본능은 깊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앤서니 역시 샤함과의 호흡은 엑설런트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에 다른 음악적 개성이 반영돼 끊임없이 서로에게 배운다”며 “목표는 서로의 소리와 음정을 조화롭게 맞춰 통일된 파트너십을 만드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샤함은 1971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나, 10세에 알렉산더 슈나이더가 지휘하는 예루살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했다. ‘대타’에서 ‘스타’가 된 그의 스토리는 유명하다. 1987년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을 대신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무대에 섰다가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베를린 심포니,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이어갔고, 2008년 음악가에게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에이버리 피셔상’을 수상했다.

샤함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와 귀에 익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e단조 소나타’는 20대 시절 그가 연주한 녹음이다.

앤서니는 1996년 카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둘은 미국 명문 줄리어드 음악대학에서 만나 2001년 결혼했다. 이들은 슬하에 10·20대인 세 자녀를 뒀다. 자녀들은 전업 연주가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음악을 삶의 일부처럼 여기고 악기를 배우며 자랐다고 한다.

샤함은 “우리는 음악이 가족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으며, 앤서니는 “연주 활동과 육아 사이에 밸런스를 맞추는 건 힘들지만 우리 일정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계획되며 부모로서의 경험이 우리의 음악에도 깊이를 더하는 가장 큰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4월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초연한 후 도만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트 제공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4월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초연한 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세종솔로이스트 제공


샤함·앤서니 부부의 ‘힉엣눙크!’ 참여는 우연이 아니다. 두 사람 모두 세종솔로이스츠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부부는 세종솔로이스츠 창립자인 줄리어드 음악원·예일대 강효 교수의 제자다.

서로의 바이올린 연주가 지닌 장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부부는 공통적으로 상대가 바이올린을 노래하듯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곡이 담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능숙하다는 의미다.

“아내는 타고난 서정적인 연주를 가지고 있어요. 심지어 음악도 깊습니다. 바이올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 듯한, 가장 아름답고 표현력이 풍부한 악구를 만들어내죠.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이어서 늘 감탄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싶은 부분입니다.”

“남편은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로 바이올린을 노래하게 만드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어요. 그는 순수한 소리로 가장 큰 공연장을 꽉 채우죠. 단순히 음량이 큰 것이 아니라 공연장에 있는 관객 모두와 교감하며 울림과 명료함을 전달합니다.”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4월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초연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트 제공


앤서니는 세종솔로이스츠 창단부터 12년간 리더를 맡으며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 그는 “기교적이면서도 통일된 소리에 깊이 전념하는 새로운 종류의 실내악 앙상블을 만들고자 하는 단체의 목표에 매료돼 인연을 맺었다”라며 “오랜 기간 리더를 맡았던 것은 저희 모두가 가지고 있던 강한 유대감과 공유된 음악적 비전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솔로이스츠의 강점을 설명했다.

“단원들의 공동체 정신이 최고의 무기입니다. 우리는 올스타팀이면서도 한 팀처럼 연주합니다. 앙상블의 소리는 세련되면서도 살아있으며, 깊은 일체감은 흔치 않은 자발성과 소통의 깊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개별적 탁월함과 집단적 예술성의 결합이 세종솔로이스츠의 가장 큰 매력이죠.”

부부는 1부에서 안토닌 비발디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 폴리아’ 변주곡으로 막을 연다. 이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BMV 1043)’를 연주한다.

앤서니는 “바흐 협주곡 d단조에서 가장 좋아하는 악장은 ‘너무 느리지 않게’로 연주하는 2악장이다”라며 “두 대의 바이올린이 친밀하고 지속적이면서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2부에서는 이스라엘의 현대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한다. 두 사람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지난 4월 카네기홀에서 두 사람이 직접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세계 초연했다. 당시에도 바흐의 작품에 이어 연주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부부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는 ‘제8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를 맡아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세종솔로이스트 제공


샤함은 “이 작품은 바흐의 d단조 협주곡에 짝이 될 만한 곡을 써보자는 도만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곡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도만은 바흐 작품과의 음악적 대비를 의도했다. 바흐의 대위법적 짜임새와 다성(多聲)적인 특징을 현대음악 스타일에 맞춰 표현했다. 샤함은 “도만의 재치에 감동했고 영감을 주는 신작에 감격했다”고 말했다.

샤함은 무대를 사랑하는 연주자다. 한때는 연 200회의 공연을 소화하는 초인적 파워를 보여주기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힘에 달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음악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라며 “연주는 그 즐거움을 나누는 방법이며, 관객과 동료 연주자에게서 받는 에너지가 저를 채워준다”고 말했다. ‘음악의 현인’같은 멘트다.

샤함은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를 누빌 계획이다. 그는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것은 항상 흥미롭고, 과거의 위대한 명곡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다시 연주하는 것도 행복하다”며 “아델과 함께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전 세계 관객들과 계속해서 음악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