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청화가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임청화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소프라노 임청화(백석대 교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악에 입문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베이스를 탄탄히 쌓아왔던 사람들에 비하면 한참 늦깎이였다. 3개월 동안 벼락치기로 발성법을 배워 가까스로 숙명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지난 2016년, 데뷔 30주년에 즈음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텃세가 심한 음악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나’라고 질문하자, ‘연습만이 살 길이었다’고 말했다.
“성악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늦게 시작한지라 고달픈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피아노 치는 법도 대학에 들어와 배웠어요. 피나는 노력으로 성악과에 합격했지만 많은 수련을 필요로 했죠. 부침이 심한 음악계에서 연습 밖에는 살 길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졸업 후 큰 꿈을 안고 네덜란드 유학길에 올랐다. 하지만 어디 유학 생활이 그리 만만했겠는가. 낯선 땅에서 느끼는 대한민국은 한없이 작고 힘없는 민족이었다. ‘남한(South Korea)’이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놀림도 받았다.
“그다지 ‘해피’한 유학생활은 아니었어요. 처음에 학교에 입학한 후 1주일도 안돼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걸 우연히 들었어요. ‘한국이 어디야? 아프리카야?’라는 말에 너무 속상했어요. 그러다 번뜩 생각을 고쳐먹었죠. 무작정 화를 낼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해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연습실에서 살았죠.”
고난이 다가올수록, 어려움이 밀려올수록,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대한 꿈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힘들 때마다 ‘너는 대한민국의 딸이고, 얼굴이야’라며 응원해 준 어머니를 생각하며 견뎠다. 졸업 연주회 때 대한민국 1호 졸업생으로서 일부러 가곡을 열창했다.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에 한국인 유학생은 저 혼자였어요. 그래서 오페라 아리아를 배우면서도 우리 가곡을 늘 마음에 새겼어요. 졸업 연주회 때는 가곡을 부르겠다고 우겼어요. 코리아 1호 졸업생이니까 뭔가를 남기고 싶었거든요. 결국 아시아 ‘평화의 날’ 학생 대표로 헤이그 국회에서 한복을 입고 독창했고 한국인 1호로 수석 졸업했죠.”
다시 10년이 훌쩍 지나 소프라노 임청화는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았다. K팝이 세계를 강타한 것처럼 그동안 ‘K클래식 전도사’로 한국 가곡을 알리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유럽,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우리 가곡을 알릴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임청화에게 K클래식은 자존심이고 사명감이고 자랑이다.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9월 9일(화) 오후 7시 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타이틀은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임청화 독창회’다. 40년간 성악가로서 쌓아온 영광스러운 발자취를 돌아보는 뜻 깊은 무대다.
40년을 총정리하는 다양한 음악을 선사한다. 임청화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 중 제2곡 ‘9월(September)’, 모차르트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 기도’ 중 ‘주님을 찬양하라(Laudate Dominum)’,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 나오는 ‘오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를 부른다.
‘K가곡 지킴이’ 별명에 걸맞게 ‘서시’(윤동주 시·한지영 곡), ‘저 사람 하늘가네’(성재경 시·김현 곡), ‘사랑’(이은상 시·홍난파 곡), ‘우리 어머니’(오문옥 시·이안삼 곡), ‘통일 아리랑’(주응규 시·최현석 곡), ‘두물머리 아리랑’(전경애 시·임긍수 곡)을 연주해 우리 가곡의 매력을 전달한다. 두 아리랑(통일·두물머리)은 2016년 카네기홀 리사이틀에서 선보여 극찬을 받았다.
임청화는 경기도 양평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해 하나의 큰 물줄기 한강을 이루는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자랐다. 그런 기억이 ‘두물머리 아리랑’을 탄생하게 만들었다. “강가에 느티나무 천년만년 푸르고 / 천만송이 연꽃송이 피고지는 두물머리 / 양수리 두 한강 물 오늘도 얼크러 설크러 졌는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응원송이다.
또한 클래식 같은 대중가요 ‘가시나무’(하덕규 작사·작곡)를 들려주고, 듀엣으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쉬킨 시·김효근 역·김효근 곡)를 노래한다.
리사이틀 제목에 적은대로 ‘좋은 친구들’이 함께한다. 임청화가 걸어왔던 성악의 길에 힘을 보태준 동료와 제자가 출연해 자리를 빛낸다. 전찬희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진행을 이끈다. 소프라노 유성녀·라하영, 바리톤 박경준·김민성이 가곡, 오페라 아리아 등을 솔로와 듀엣으로 선사한다. 든든한 지원군 덕에 더 반짝이는 콘서트가 기대된다.
풍성한 음악을 위해 앙상블 반주를 준비했다. 바이올린 김유지, 플루트 이지혜, 첼로 안성은, 피아노 박유나가 무대에 선다.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고메나가 특별출연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을 연주해 더욱 다채롭게 무대를 꾸민다.
임청화는 데뷔 10주년에 교육자의 길에 들어서며 후학 양성에 힘썼고, 20주년에는 투병의 시간을 거쳐 음악의 본질을 되새겼다. 30주년에는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기념 콘서트를 통해 나눔의 메시지를 전했으며, 40주년을 맞은 올해는 목사로서 새로운 사명을 안고 다시 무대에 선다. 임청화는 “노래는 제 생명과도 같습니다. 무대에서 ‘샛별’처럼 누군가의 어둠을 밝히고 싶습니다”라며 리사이틀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티켓은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5만원, B석 3만원. 롯데콘서트홀과 놀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 문의는 리음아트&컴퍼니(02-3141-661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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