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안종도가 오는 9월 12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안종도는 ‘멀티 아티스트’다. 피아니스트로 가장 많이 불리지만 하프시코디스트, 칼럼니스트, 연출가, 프로듀서, 음악감독, 교육자 등 다양한 호칭이 따라 붙는다. 도전도 즐긴다. 깊게 뿌리내린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전통과 실험, 고전과 현대, 음악과 다른 장르 간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안종도가 2023년 12월 리사이틀로부터 약 1년 9개월 정비의 시간을 가진 후 더욱 풍성한 레퍼토리로 돌아온다. 오는 9월 12일(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형식은 오늘도 죽는다.” 안종도는 이번 독주회의 부제를 이렇게 파격적인 문장으로 정했다. 그는 “음악사 속에서 반복되어온 형식의 생성과 해체, 보수적인 것과 진보적인 것의 충돌과 순환에 관한 질문에서 이번 리사이틀은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도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짰다. 먼저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환상곡 올림f단조(H.300, Wq.67)’로 시작한다. 18세기 고전 양식의 초석을 쌓은 작곡가 중 한 명인 C.P.E. 바흐는 바로크 형식의 유산을 받아들이면서도 즉흥적 음악 표현의 정수를 이 곡에 담아냈다.
피아니스트 안종도가 오는 9월 12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단독 리사이틀을 연다.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이어 연주할 로베르트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Op.16)’는 각 악장을 통해 긴장과 이완, 그리고 이중적 인격 표상인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 등이 조화를 이루며 슈만의 실험적 형식미가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정형화된 형식’을 따르지 않거나 그것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린 바흐와 슈만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1부를 지나 섬세한 다이내믹을 요구하며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의 가장 뛰어난 피아노 작품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 ‘변주곡 f단조(Hob. XVII : 6)’와 후기 낭만의 정서와 20세기 초의 구조적 미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제2번 내림b단조(Op.36)’로 2부를 구성한다. 안종도는 이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형식 안에 밀도 있게 응축되어있는 감정을 전하겠다는 각오다.
“자신이 속한 시대 안에서 매우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작곡가였던 하이든, C.P.E. 바흐, 슈만, 그리고 이와 반대로 조성과 형식이 해체된 20세기 초에도 베토벤이나 하이든이 보아도 놀랄 만큼 고전적인 방식으로 작곡했던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낡음과 새로움의 이분법이 실제로는 무너져 있다는 점을 관객과 함께 사유하고 싶습니다. ‘형식’이라는 집 안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작곡가가 그 집을 어떻게 지키고 허물며 탈출하고 재건축하는지를 리사이틀을 통해 보여줄 예정입니다.”
안종도 피아노 리사이틀 티켓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R석 5만원, S석 3만원이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