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54)과 아델 앤서니(55)가 한국 첫 동반무대에서 ‘부부 케미’를 뽐냈다. 커플의 현은 때로는 속삭이고 때로는 소리치며 긴밀하게 협업했다. 특히 자신들에게 헌정된 곡에서는 언터처블 사운드를 쏟아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올해 8회째를 맞은 세종솔로이스츠의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선 두 사람은 1부에서 비발디의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라 폴리아’ 변주곡을 먼저 선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그리고 2부에서 이날 공연의 메인인 이스라엘 출신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연주했다.

도만이 샤함·앤서니 부부를 위해 만든 곡으로, 지난 4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역시 두 사람이 세계 초연했고, 이날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시아 초연했다. 도만이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느낀 상실감과 애도의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아낸 작품이다.

아내가 퍼스트를, 남편이 세컨드를 맡았다. 샤함은 집중력과 여유를 잃지 않으며 무대를 장악해나갔고, 앤서니는 짝꿍과 긴밀한 호흡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슬픔과 기쁨, 상실과 희망, 행복과 비애가 공존하는 주제 선율을 이끌어 나갔다. 중단 없이 한 묶음으로 연주됐지만 전체 4악장 형식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한 뒤 악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아델 앤서니가 지난 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아브너 도만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아시아 초연한 뒤 포옹하고 있다.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1악장(깊은 생각에 잠긴)은 은은하고 아득한 묵상적 애가다. 소박하고 엄숙한 기도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2악장(긍정적인)에서는 표정을 바꿨다. 구슬픈 선율은 어느새 다채로운 짜임새를 이루는 낙관적인 춤곡으로 변신했다. 3악장(애통한)은 다시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모든 선율에 ‘한숨’ 모티브가 스며들어 있었다. 4악장(활기 넘치는)은 다이내믹하고 흥겨웠다. 슬픔 속에서 거의 잊혔던 기쁨이 다시 충만해졌다.

도만은 ‘슬퍼할 때와 춤출 때’ 연주에 앞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BWV 1043)’를 먼저 연주하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샤함과 앤서니도 이 규칙을 따랐다.

전제 3악장 가운데 특히 2악장 ‘라르고 마 논 탄토(매우 느리게, 그러나 자나치지 않게)’는 바흐의 작품 중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두 독주 파트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만들어 내는 유려한 음은 감동을 자아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두 사람을 완벽하게 빛내주는 역할을 했지만, 자신들이 주연으로 나서기도 했다. 데이비드 다이아몬드의 ‘라운드’를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