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영 작가는 오는 9월 1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전시회 ‘細花(세화)’를 연다. 사진은 오 작가의 ‘細花’. 건식벽화, 130×162, 2024. ⓒ제주갤러리 제공


서울 한복판으로 ‘제주 동쪽마을’의 풍경과 정서가 찾아온다. 한국적인 특수성과 지역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오늘날, 제주의 고유성과 개인의 내밀한 기억을 ‘건식벽화’라는 독특한 기법으로 표현한 전시가 열린다.

오기영 작가는 오는 9월 10일(수)부터 29일(화)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전시회 ‘細花(세화)’를 개최한다. 작가의 고향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 제주시 동쪽 마을 ‘구좌읍 세화리’를 중심으로 한 제주의 자연과 정서를 담아낸 건식벽화를 선보인다.

오 작가는 “21세기의 문명적 변화는 과거의 보편성을 넘어 지역성, 특수성, 차별성을 중요한 가치로 재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제주도는 지리적 고립과 단절 속에서도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미감을 보존해 온 독특한 공간으로, 이번 전시는 그러한 제주다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담아낸다.

특히 세화리는 작가와 어머니가 함께 살아온 삶의 장소로, 이번 작업을 통해 작가는 더 개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탐구한다.

오기영 작가는 오는 9월 1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전시회 ‘細花(세화)’를 연다. 사진은 오 작가의 ‘細花’. 건식벽화, 33.5×21.5, 2024. ⓒ제주갤러리 제공


주목할 점은 작가가 선택한 표현 방식인 건식벽화 기법이다. 이는 고대의 원시적인 벽화 기법으로, 흙을 활용해 표면을 다지고 ‘새김’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방식은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촉각적 감각과 자극하며, 재료가 가진 질박함은 제주의 미감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작가는 세화의 바다를 “형태가 있으나 형체가 없는 흐름의 현상”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흐름을 시각화하는 데 건식벽화가 가장 적합한 방식이었다고 설명한다.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 시리즈명인 ‘세화’는 작가의 고향을 지칭한다. 동시에 이 시리즈는 특정 풍경을 확대 재현한 추상 작품들로, 관람자는 작품의 제목을 보기 전까지는 특정 지역성을 인식하기 어렵다. 색과 선, 질감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넘실대는 파도의 기운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감각적 풍경으로 다가오며, 관람자 개인의 감정에 스며든다.

전시가 열리는 제주갤러리(서울 인사동 소재)는 한국 전통문화의 중심지에 위치한 공간으로, 내륙의 보편성과 수도권의 문화 흐름이 교차하는 장소다. 작가는 바로 이 장소적 특수성 속에서,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제주 세화라는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한국적 미감’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작가 시리즈 7번째 순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주최·주관하며, 제주 출신 작가들이 서울에서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지역성과 한국성을 새롭게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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