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이아경(왼쪽)과 김선정은 오는 10월 25일과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하는 국립오페라의 ‘화전가’에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이아경, 김선정, 최혜경, 오예은, 이미영, 윤상아, 김주성, 임은경, 양제경 등 여성 성악가 9명이 오는 10월 공연하는 한국 현대오페라 ‘화전가’를 통해 가슴 먹먹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뛰어난 작품성과 살아있는 말맛’을 선사할 이번 오페라는 아름다운 스토리에 따뜻한 음악이 더해져 오페라 애호가와 연극 애호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10월 25일(토)과 26일(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화전가’를 초연한다.
오페라 ‘화전가’의 원작은 연극 ‘화전가’다. 연극은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공연이 연기됐고, 같은 해 8월 공연을 재개해 매진을 기록했으나 또다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조기 종료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무대는 그 아쉬움을 달래줄 기회이자 한국 현대오페라의 발전을 기대하는 오페라 애호가에게도 만족스러운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6·25한국전쟁 직전 여인들의 삶과 화전놀이
‘화전가’는 1950년 4월, 경북 안동을 배경으로 6·25한국전쟁 직전 여인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김씨, 고모, 세 딸(금실이·박실이·봉아), 두 며느리(장림댁·영주택), 마을 여인들(독골할매·홍다리댁) 등 모두 아홉 명이 김씨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인다.
김씨는 돌연 성대한 잔치 대신 꽃놀이를 가는 ‘화전놀이’를 제안하고 여인들은 밤늦도록 이야기 나눈다.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이념 갈등이 퍼져있던 시기, 남성들은 시대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거나 투옥 중이다. 남아있는 여인들은 요리하고 밤새 이야기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화전놀이’는 삼월 삼짇날(음력 3월3일)에 경치 좋은 곳에 가서 음식을 먹고 꽃을 보며 노는 피크닉이다. 봄을 상징하는 꽃인 진달래꽃으로 화전(花煎)을 지져 먹어 화전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오페라 연출 데뷔’ 정영두·‘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등 참여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10월 25일(토)과 26일(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화전가’를 초연한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번 무대를 위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극음악 작곡가’로 평가받고 있는 최우정과 공연계 흥행보증수표 극작가 배삼식, 영국 공연계 최고 권위상인 로런스 올리비에상 후보에 오르며 K컬처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연출 정영두가 의기투합했다.
연출 정영두는 안무가로 출발해 음악극 ‘벽을 뚫는 남자’ ‘적로’ 등을 연출하며 현대와 전통의 간극을 좁혀 왔다. 이번 ‘화전가’를 통해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하며, 그의 무르익은 연출력이 어떤 새로운 오페라 무대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지휘는 독일 오스나브뤼크 시립극장 최초로 동양인 상임지휘자로 발탁된 바 있는 송안훈이 맡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 예정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제작진으로는 의상디자이너 김영진이 있다. 김영진은 현대적 감성으로 한복을 재해석해 BTS, 틸다 스윈튼 등 월드 스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한복 디자이너이다. 패션 한복 브랜드 ‘차이킴’의 대표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해어화’에서 의상디자이너를 맡아 작품에 스며드는 의상을 제작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 정감 가는 사투리와 한국적 정서 녹인 음악
“참꽃은 뽈도그레, 산수유 영춘화/ 행정댁네 담장에는 보오얀 살구꽃” “빌것도 없는 인새이/ 와 이래 힘드노?” 원작의 경상도 사투리와 살아 있는 말맛도 음악에 그대로 담긴다. 또한 한국적 정서까지 놓치지 않고 선율에 담아내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대 역시 눈여겨봐야한다. 무대를 표현하는 키워드는 ‘여인들이 모여 있는 자리’다.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과 안방, 대청마루,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정자나무 아래 등 여러 공간들이 무대 세트에서 구현된다.
또한 아홉 명의 여성들로 꾸려지는 특별한 무대답게,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성악가들이 총출동한다.
김씨 역은 데뷔 30주년을 맞은 한국 대표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맡는다. 이아경은 한국인 최초 벨리니 콩쿠르 단독 1위를 비롯해 메조소프라노로는 유례없는 6개 콩쿠르 석권 기록을 가지고 있다.
고모 역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을 통해 사랑스러운 메조소프라노의 매력을 선보인 김선정이 캐스팅됐다.
큰며느리인 장림댁은 기품 있는 음색의 소프라노 최혜경, 큰딸 금실이는 풍부한 음악성을 갖춘 소프라노 오예은, 둘째 딸 박실이는 아름다운 고음의 소유자 소프라노 이미영이 맡는다.
셋째 딸 봉아 역은 화려하면서도 따뜻한 소리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소프라노 윤상아, 둘째 며느리인 영주댁은 맑고 따스한 음성의 소유자 소프라노 김수정이 출연한다.
마을 여인인 독골할매 역은 깊은 울림이 있는 소리를 선사하는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홍다리댁은 화사한 목소리의 소프라노 양제경이 맡아 무대를 채운다.
‘화전가’는 오는 10월 25일(토) 국립오페라단의 라이브스트리밍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를 통해서 생중계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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