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시코디스트 송은주는 오는 10월 2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한국하프시코드협회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송은주는 늘 ‘아이 러브 하프시코드’를 입에 달고 산다. 처음에는 피아노로 시작했지만 운명처럼 점점 하프시코드의 매력에 빠졌다. 건반에 연결된 해머가 현을 때려서 내는 피아노 소리보다, ‘플렉트럼’이라는 작은 돌기가 현을 뜯어서 내는 하프시코드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하프시코드(Harpsichord)는 영어 이름이다. 이탈리아어로 쳄발로(Cembalo), 프랑스어로 클라브생(Clavecin), 독일어로 클라비쳄발로(Klavicembalo)로 불린다.
섬세한 음색과 유려한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하프시코디스트 송은주가 오는 10월 2일(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이번에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호흡을 맞춰 더 풍성한 선율을 선사한다.
공연 타이틀은 ‘하프시코드를 사랑한 바흐, 그 협주곡들 Ⅱ’다. 바흐가 남긴 불후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모두들 선보이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은 리사이틀이다.
시리즈 첫 번째 무대(2024년 9월5일)에서는 ‘하프시코드 협주곡 가장조(BWV 1055)’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다단조(BWV 1062)’ ‘하프시코드 협주곡 바단조(BWV 1056)’ ‘2대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협주곡 다장조(BWV 1061)’를 들려줬다.
이번에 선보이는 두 번째 무대는 바로크 음악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데 포커스를 맞췄다. 1부는 독주곡으로, 2부는 협주곡으로 구성해 장르의 다채로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1부는 바로크 시대 대표적인 여성 작곡가이자 하프시코드 연주자인 엘리자베트-클로드 자케 드 라 게르(1665-1729)의 ‘클라브생 작품집(1707) 라단조 모음곡’을 국내 초연한다. 이어 장-필리프 라모(1683-1764)의 ‘클라브생 작품집 2권(1724, 1731) 마단조 모음곡’을 들려준다. 특히 라 게르의 ‘클라브생 작품집 라단조 모음곡’은 개인적 사연이 깃든 곡이다.
송은주는 “스승인 고든 머레이 교수님의 유품 악보였는데, 부인이신 앤 머레이 여사께서 ‘선생님이 직접 사용했던 악보’라며 건네주셨다”며 “언젠가는 무대에서 연주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드디어 선보이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인데다 연주 자료도 많지 않아 연주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흔치 않던 여성 작곡가의 작품이기에 관객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는 모두 여섯 곡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남겼다. 브란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공에게 작품을 헌정했기 때문에 ‘브란덴부르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송은주는 2부에서 김덕우(악장·바이올린), 김세현(플루트1), 박건영(플루트2), 이마리솔(바이올린1), 배시온(바이올린2), 윤진원(비올라), 이동일(첼로), 조재복(콘트라베이스)의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케미를 이뤄 두 곡을 들려준다.
‘4번 사장조(BWV 1049)’는 겉보기에는 합주협주곡이지만, 1악장과 3악장에서 독주 파트의 활약이 대단히 두드러지기 때문에 독주협주곡에 더 가깝다. 두 대의 리코더와 한 대의 바이올린이 독주자로 등장하는데, 특히 1악장 독주 바이올린의 기교가 매우 화려해 종종 리코더를 압도하기도 한다.
‘5번 라단조(BWV 1050)’의 독주자들 역시 바이올린, 플루트, 쳄발로 세 명이지만 하나의 독주 악기가 다른 독주 악기들을 압도해버린다는 점에서 4번과 비슷하다. 송은주는 감상팁을 줬다.
“이 곡은 협주곡이라는 장르에서 처음으로 쳄발로가 주인공을 맡는 독특한 곡입니다. 곡의 첫 부분은 독주 그룹과 합주 그룹이 서로 대비되면서 합주협주곡과 같은 인상을 주지만 1악장 후반부에 쳄발로의 화려한 카덴차가 있어 쳄발로 주자의 뛰어난 기량을 요하는 작품이에요. 쳄발로의 찐매력에 흠뻑 빠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