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50주기 기념 음악회 ‘쇼스타코비치의 교향적 증언(Symphonic Testimony)’이 오는 11월 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아트앤아티스트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20세기 음악사의 거장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 서거 50주년을 맞아, 그의 교향악에 새겨진 시대의 목소리와 예술가의 고백을 한 무대에 담은 기념 음악회‘쇼스타코비치의 교향적 증언(Symphonic Testimony)’이 오는 11월 23일(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휘자 김광현과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이번 무대는 화려한 팡파르로 문을 연 뒤 비탄의 고백을 지나 돌파의 피날레로 나아가는 111분의 대서사시로 펼쳐지며, 음악이 말하는 ‘증언’의 의미를 오늘의 청중과 공유한다.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 체제라는 격랑 속에서 예술가로 살아남아야 했고, 그가 남긴 교향악은 정치적 선전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진실을 기록한 연대기였다. 이번 공연은 모든 곡이 ‘쇼스타코비치’라는 예술가 자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1부 첫 곡 ‘축전 서곡(Op.96)’은 축제의 경쾌함과 찬란함, 그리고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서막을 펼친다. 이어지는 ‘실내 교향곡 C단조(Op.110a)’는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사중주 8번’을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루돌프 바르샤이가 현악 합주로 확대한 버전으로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바친 개인적·역사적 상흔을 응축하며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암묵적 저항을 들려준다.

눈여겨볼 부분은 2부의 프로그램이다. 김광현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교향곡 5번 d단조(Op.47)’가 아닌 ‘교향곡 10번 e단조(Op.93)’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김광현은 이 곡이 쇼스타코비치의 철학과 예술성을 가장 온전히 드러내는 ‘가장 쇼스타코비치스러운’ 작품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긴 호흡 속에서 고통과 파괴를 그린 1악장, 스탈린의 음악적 초상화로 지칭되는 2악장, 그가 사랑했던 제자 엘미라의 주제가 가까워지고 반복되는 3악장, 자신의 이름을 가진 자기서명 동기(D-S-C-H)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3악장과 4악장.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이 작품이야말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중 자신을 가장 또렷이 투영한 작품임을 증명한다. 즉 이 곡 자체가 곧 쇼스타코비치다. 김광현은 비극과 희극, 분노와 해방이 한 흐름 안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악장 간 인과와 동기 전개를 또렷이 들리게 한다.

김광현은 관현악·오페라·발레 레퍼토리에서 보여 준 탄탄한 해석으로 호평을 받아왔으며, 코리아쿱오케스트라는 활발한 연주 활동을 통해 민간 교향악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두 주체는 아트앤아티스트와 함께 장기 기획 시리즈를 통해 매년 교향악, 오라토리오, 오페라 콘체르탄테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며 단발성 기획을 넘어 지속적 레퍼토리 개발과 청중 저변 확대라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번 공연은 그 출발점에서 20세기 음악 유산의 본질을 재조명한다. 김광현의 해석은 구조와 의미의 균형을 최우선 하며, 개인의 목소리와 시대의 맥락이 만나는 지점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정교하게 구축한다.

그 결과 관객은 한 작곡가의 다층적 세계를 찬란함-비탄-돌파의 호흡으로 관통하는 여정 속에서, 음악이 어떻게 시대와 개인의 진실을 ‘교향적 증언’으로 승화시키는지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공연 티켓은 롯데콘서트홀, NOL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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