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와 함께 오는 12월 9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고잉홈프로젝트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고잉홈프로젝트는 2025년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로 선정돼 올 한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올해 고양에서 네 차례 이상의 공연을 펼쳐 온 이들은 ‘홈 그라운드’에서의 피날레 무대를 준비한다. 1년 동안의 상주단체 활동의 결실을 지역 관객과 함께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을 마련한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 출신 음악가와 한국과 친숙한 해외 연주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오케스트라로 손열음이 이끌고 있다. 지휘자 없는 무대를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오는 12월 9일(화) 오후 7시 30분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모리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과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다.

2025년 고양문화재단 상주단체로 선정된 고잉홈프로젝트가 오는 12월 9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피날레 무대를 선보인다. ⓒ고잉홈프로젝트 제공


이날 공연은 고잉홈프로젝트의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터치하는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로 문을 연다. 지난 여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아람누리 무대에 올랐던 손열음은 이번 공연에서 다시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협연자로 무대에 선다.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만든 곡이다. 그는 비록 오른팔이 없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계속 활동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가지고 여러 작곡가들에게 왼손만을 위한 작품을 부탁했고, 그중 가장 유명한 곡이 라벨의 곡이다.

오로지 왼손만으로 음악적 기교와 음향적 밀도를 완전하게 구현해야 하는 고난도의 레퍼토리다. 보통의 협주곡은 3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이 작품은 20여분 정도의 단악장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손열음은 올해 3월 안야 빌마이어가 지휘한 네덜란드 헤이그 레지덴티 오케스트라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와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파울 비트겐슈타인이 편곡한 바흐의 곡들도 담겼다.

이번 무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선보이는 실연(實演)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손열음은 “고잉홈프로젝트에 큰 성원을 보내준 고양 관객 분들께 선물하는 공연이다.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한국에서 연주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에게는 가장 각별한 무대라고 할 수 있는 고잉홈프로젝트와 협연해 우리의 새로운 홈인 고양에서 이 곡을 연주할 수 있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미션 없이 곧바로,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고잉홈프로젝트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올해 다시 새롭게 선보인다. 합창 교향곡 역시 다른 지역이 아닌 고양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고잉홈프로젝트는 2024년 연주자와 지휘자의 역할을 동시에 맡은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의 리드 하에 한 편의 오라토리오를 연상케 했던 극적인 무대 연출을 펼쳐 합창 교향곡의 신세계를 열었다.

소프라노 홍혜란,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테너 최원휘, 바리톤 이동환(왼쪽부터)이 고잉홈프로젝트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 솔리스트로 나선다. ⓒ고잉홈프로젝트 제공

당시 완벽한 앙상블을 보여주었던 성악가들(소프라노 홍혜란, 메조소프라노 김효나, 테너 최원휘)과 다시 한 번 더 호흡을 맞추며, 여기에 한국인 바리톤 최초로 런던 코벤트 가든과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솔리스트로 초청 받았던 베이스 이동환이 가세해 한층 견고하고 새로운 합창 교향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노이오페라코러스와 위너오페라합창단도 힘을 보탠다.;

소프라노 홍혜란은 “지난해 고잉홈프로젝트와 함께한 무대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기쁨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그리고 음악이 가진 가장 근원적인 힘을 깊이 느낀 시간이었다. 올해 다시 한 번 그 감동이 재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상주단체 활동을 통해 고양에서 음악적 방향성을 깊게 다져온 고잉홈프로젝트는 이번 합창 교향곡을 끝으로 2025년의 고양 여정을 매듭 짓는다.

정통 클래식 공연부터 갈라 콘서트, 진입 장벽을 낮춘 캐주얼 무대와 지역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고양시민과 소통을 이어온 이들의 꾸준한 시도를 돌아봤을 때, 12월 9일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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