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제8대 음악감독을 맡은 로베르토 아바도를 중심으로 내년 시즌에 모두 14번의 공연을 연다 ⓒ국립심포니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제8대 음악감독을 맡은 로베르토 아바도(71)가 내년 시즌에 여섯 차례 포디움에 선다, 그는 멘델스존과 슈만으로 대표되는 초기 낭만주의를 중심축에 놓고 이탈리아 음악(레스피기·베르디·로시니)과 20세기 교향악(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슈니트케)을 유기적으로 이어 하나의 음악적 서사를 펼친다.
아바도의 음악철학과 시너지를 이루며 시즌의 입체감을 더하는 객원지휘자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올라리 엘츠, 안토니오 멘데스, 이승원 등이 국립심포니를 지휘한다. 또한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알반 게르하르트 등 세계적 거장들의 협연무대도 기대된다.
국립심포니는 2026시즌 프로그램을 4일 공개했다. 새 음악감독 아바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예술적 도약을 준비하는 14번의 공연을 준비했다. 베버 서거 200주기를 맞아 실내악 무대를 마련했고, 상주작곡가로 그레이스 앤 리를 선정했다.
● ‘이성적 낭만’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세 개의 축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제8대 음악감독을 맡은 로베르토 아바도를 중심으로 내년 시즌에 모두 14번의 공연을 연다 ⓒ국립심포니 제공
내년 시즌은 초기 낭만주의, 이탈리아 음악, 그리고 20세기 교향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음악적 서사를 이룬다. 이 가운데 멘델스존과 슈만으로 대표되는 초기 낭만주의가 시즌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멘델스존의 정제된 형식미와 슈만의 내면적 정서는 아바도가 추구하는 ‘이성적 낭만(구조 속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며, 두 작곡가의 세계는 쇼팽·브람스 협연 무대와 맞물려 음악적 지평을 넓힌다.
레스피기·베르디·로시니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레퍼토리는 선명한 선율과 오페라적 긴장감을 통해 이탈리아 음악 특유의 ‘표현의 직접성’을 드러낸다. 이는 국립심포니의 극음악적 기반과 아바도의 음악 철학이 맞물리는 지점으로, 새 음악감독 체제를 규정하는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프로코피예프·쇼스타코비치·슈니트케 등 20세기 교향악 작품을 통해 초기 낭만주의의 구조적 미감이 현대적 언어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주며, 시즌의 음향적 스펙트럼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 올라리 엘츠·안토니오 멘데스·이승원...입체감 더하는 3색 객원지휘자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올라리 엘츠는 내년 시즌 국립심포니를 객원지휘한다. ⓒ국립심포니 제공
아바도의 철학과 시너지를 이루며 시즌의 입체감을 더하는 객원지휘자들의 활약도 주목된다. 에스토니아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올라리 엘츠(54)는 북유럽 레퍼토리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과 정교한 사운드 조율로 레퍼토리의 균형감을 더한다(3월 7일).
독일 에코 클래식 어워드(ECHO Klassik) 수상 경력을 지닌 안토니오 멘데스(41)는 스페인 레퍼토리 특유의 색채와 리듬으로 시즌의 외연을 확장한다(8월 7일). 또한 2024 말코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자 이승원(35)은 미국 무대에서 다져온 현대적 해석을 바탕으로 거슈윈·번스타인 등 20세기 작품의 생동감을 극대화하며 젊은 감각을 더한다(5월 17일).
●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알반 게르하르트...세계적 거장들의 협연무대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은 내년 시즌 국립심포니와 협연한다. ⓒ국립심포니 제공
협연자 라인업은 작품의 성격과 시대적 맥락을 가장 설득력 있게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64)과 조나탕 푸르넬(32)은 각각 브람스 협주곡 2번(9월 13일)과 쇼팽 협주곡 2번(6월 5일)을 통해 초기 낭만주의가 지닌 구조적 단단함과 정서적 섬세함을 서로 다른 결로 펼쳐 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레티시아 모레노(40)는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8월 7일)에 라틴 레퍼토리의 열기와 생동감을 입히고, 2025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자 박수예(25)는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3월 7일)에 북유럽 전통의 절제된 음향을 더하며 세대와 지역을 잇는 대비를 만든다.
첼리스트 알반 게르하르트(56)와 니콜라스 알트슈태트(43)는 바버 첼로 협주곡(5월 17일), 프로코피예프 ‘신포니아 콘체르탄테’(2월 11일)를 통해 20세기 협주곡이 지닌 긴장과 서사적 밀도를 각기 다른 시선에서 탐구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55)는 부소니 ‘디베르티멘토’, 달바비 ‘플루트 협주곡’(12월 3일)을 선보이며 시즌의 대미를 색채감 있는 음향으로 장식한다.
● 베버 서거 200주기 맞아 준비한 실내악 무대
다양한 편성의 무대도 눈길을 끈다. 베버 서거 200주기를 맞아 독일 초기 낭만주의 오페라의 형식을 확립한 그의 음악을 실내악으로 소개하며, 명료한 음색과 관악 중심의 색채, 선율적 서정미를 보다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6 첼로 앙상블은 대편성에서는 드러나기 어려운 첼로 고유의 음색 층위와 밀도를 부각하며, 악기의 본질적 울림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여기에 ‘다크 나이트’ ‘셔터 아일랜드’ ‘디 아워스’ 등 영화음악 콘서트를 더해 새로운 관객과의 접점을 마련한다.
● 2026/27 상주작곡가 그레이스 앤 리...한국적 정체성 서양 관현악법으로 구현
국립심포니는 차기 상주작곡가로 그레이스 앤 리를 선정했다. ⓒ국립심포니 제공
국립심포니는 차기 상주작곡가로 그레이스 앤 리(29)를 선정했다. 그는 ‘2025 작곡가 아틀리에’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서양 관현악법으로 세련되게 구현하는 작곡가’로 평가받으며, 멘토단의 만장일치로 최우수 작곡가에 선정됐다.
인디애나 대학교와 라이스 대학교를 거쳐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ASCAP 미국 저작권협회 젊은 작곡가상(2023, 2025)을 두 차례 수상하며 국제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국립심포니는 2026/27 시즌 동안 그에게 신작을 위촉·세계 초연하며 동시대 음악의 창작 생태계 확장에 앞장설 예정이다.
● 드로잉 작가 성립과 협업한 시즌 키비주얼...절제된 선과 대비적 감정 흐름 표현
국립심포니의 2026 시즌 키비주얼은 드로잉 작가 성립과 협업해 제작됐다. 절제된 선과 대비적 감정 흐름으로 시즌 메시지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다. ⓒ국립심포니 제공
2026 시즌 키비주얼은 드로잉 작가 성립과 협업해 제작됐다. 절제된 선과 대비적 감정 흐름으로 시즌 메시지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화면 구성은 아바도 음악감독 체제가 지향하는 명료한 구조와 내면적 깊이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국립심포니 관계자는 “2026년은 새 음악감독 로베르토 아바도와 함께 오케스트라가 또 하나의 음악적 전환점을 맞는 해다”라며 “고전과 현대, 전통과 혁신을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통해 국립심포니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국립예술단체로서 한국 관현악 문화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 시즌 공연 예매는 12월 8일 오후 2시 인터파크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유료회원(코내시모) 대상으로 시작된다. 예술의전당 유료회원 예매는 9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일반예매는 10일 오후 2시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R석 8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1만원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 또는 전화(02-523-8947~8)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심포니 2026시즌 프로그램>
#. 제8대 음악감독 취임연주회 ‘차갑고도 뜨거운’: 1월11일(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
레스피기, ‘환상적인 장난감 가게’(P.120)
베르디,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 3막 중 ‘사계’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 2월11일(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첼로 니콜라스 알트슈태트
슈니트케, ‘한여름 밤의 꿈이 (아니)다’(1985)
프로코피예프,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마단조(Op.125)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 바단조(Op.10)
#.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3월7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올라리 엘츠/바이올린 박수예
튀르, ‘템페스트의 주문’(2014) *한국초연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Op.47)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라장조(Op.43)
#. 거슈윈, 파리의 아메리카인: 5월17일(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이승원/첼로 알반 게르하르트
아이브스, ‘대답 없는 질문’(S.50)
바버, 첼로 협주곡 가단조(Op.22)
번스타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거슈윈, ‘파리의 아메리카인’
#.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6월5일(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피아노 조나탕 푸르넬
슈만, 교향곡 ‘츠비카우’ 사단조(WoO 29)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바단조(Op.21)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가장조(Op.90)
#. 베토벤, 교향곡 7번: 7월4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협연 미정
멘델스존, ‘고요한 바다와 즐거운 항해’(Op.27)
슈만, ‘미뇽을 위한 레퀴엠’(Op.98b)
베토벤, 교향곡 7번 가장조(Op.92)
#. 파야, 삼각모자 모음곡: 8월7일(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안토니오 멘데스/바이올린 레티시아 모레노
샤브리에, ‘스페인’
랄로, 스페인 교향곡 라단조(Op.21)
파야, 오페라 <허무한 인생> 중 간주곡과 춤곡
파야, ‘삼각모자’ 모음곡 1번 & 2번
#. 슈만, 교향곡 2번: 9월13일(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피아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내림나장조(Op.83)
슈만, 교향곡 2번 다장조(Op.61)
#. 멘델스존,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12월3일(목)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로베르토 아바도/플루트 에마뉘엘 파위
멘델스존, 현악 8중주 중 스케르초(오케스트라 편곡 버전)
부소니,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Op.52, BV 285)
달바비, 플루트 협주곡
멘델스존, 교향곡 3번 가단조(Op.56) ‘스코틀랜드’
#. 영화음악 콘서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5월 1일(금)·2일(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앤서니 가브리엘
한스 짐머, <다크 나이트> 모음곡
막스 리히터, <셔터 아일랜드> 중 ‘온 더 네이처 오브 데이라이트’
필립 글래스, <디 아워스> 중 ‘더 키스’
죄르지 리게티, <스페이스 오디세이> 중 ‘에트모스피어’ 등
#. 베버 서거 200주기 기념 ‘실내악 시리즈 I’: 3월26일(목)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앙상블
베버, 오페라 <오베론> 서곡(실내악 편곡 버전)
베버, 피아노·플루트·첼로를 위한 3중주 사단조(Op.63)
베버, 클라리넷 5중주 내림나장조(Op.34)
#. 베버 서거 200주기 기념 ‘내악 시리즈 II’: 9월18일(금)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앙상블
베버, 피아노 4중주 내림나장조(Op.8, J.76) 등
#. 실내악 시리즈 III 국립심포니 6 첼리스트: 11월22일(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연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첼로 앙상블
오펜바흐, 6대의 첼로를 위한 ‘볼레로’
바그너, 6대의 첼로를 위한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토마스 미푸네 편곡)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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