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내년 2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한다. ⓒ빈체로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라하브 샤니와 뮌헨 필하모닉, 파보 예르비와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사이먼 래틀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최강의 조합들이 내년에 한국 무대를 밟는다.

이들과 협연할 한국 아티스트들도 파워풀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 그리고 첼리스트 한재민 등이 황금빛 선율을 빛낸다.

클래식음악기획사 빈체로는 모두 9개의 공연으로 구성된 2026시즌 라인업을 15일 발표했다. 아우구스틴 히델리히의 무반주 바이올린 리사이틀과 루돌프 부흐빈더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도 놓쳐서는 안 될 콘서트다.

● 정명훈 &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1548년 설립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3년 만에 여덟 번째 내한 공연(2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연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오랜 세월 독일 정통 관현악 사운드의 상징으로 불리며, 탄탄한 전통과 정제된 음색으로 세계 음악사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하인리히 쉬츠, 카를 마리아 폰 베버, 리하르트 바그너, 프리츠 라이너, 카를 뵘, 요제프 카일베르트, 루돌프 켐페 등 독일 음악사의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들과 지휘자들이 대거 거쳐 간 악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23년 내한에 이어 이번 공연도 한국의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아 베버 ‘마탄의 사수’ 서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역사상 최초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서, 섬세하면서도 강단 있는 해석으로 오케스트라 전통의 깊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협연에는 세계 주요 무대를 휩쓸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함께해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빈체로가 선보이는 2026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이 무대는, 지휘자 정명훈이 선보일 독일 정통 관현악의 깊이와 장엄함,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독창적인 색채가 완벽히 조화를 이룰 예정이다.

● 라하브 샤니 & 뮌헨 필하모닉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내년 5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뮌헨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빈체로 제공


독일 관현악의 또 다른 강자, 뮌헨 필하모닉 역시 3년 만에 내한 공연(5월 5·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갖는다. 1893년 창단된 뮌헨 필하모닉은 걸출한 역사를 자랑하며 브루크너, 바그너, 브람스, 베토벤, 슈만 등 독일 작곡가의 해석에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지휘자 페르디난트 뢰베, 지그무트 폰 하우제거, 세르주 첼리비다케 등 거장들과 함께했던 브루크너 연주 는 그 권위와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공연 포디움에 오를 라하브 샤니는 2026년 9월부터 뮌헨 필하모닉의 차기 상임 지휘자로 활약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임기 시작에 앞서 한국 무대에서 이들의 호흡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샤니는 국제무대에서 차세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1989년생의 젊은 지휘자로, 피아니스트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18년 야니크 네제 세갱의 뒤를 이어 29세의 나이로 로테르담 필하모닉 역사상 최연소 상임 지휘자로 활동하며 악단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협연에는 날이 갈수록 자신만의 확고한 피아니즘을 선보이는, 이 시대를 주름 잡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함께할 예정이다. 뮌헨 필하모닉과 조성진이 보여줄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미하엘 잔데를링 & 루체른 심포니

스위스를 넘어 세계적 음악 성지라 할 수 있는 루체른. 이 도시를 대표하는 루체른 심포니는 1805년 창단된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로 국제적 명성을 떨치고 있다.

1806년 첫 공연 당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소수의 음악 애호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이 오케스트라는, 오랜 세월 다채로운 연주와 프로그램을 펼치며 시대와 호흡하는 악단으로 성장했다. 2026년은 루체른 심포니의 220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해로,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7월 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포디움에 오를 잔데를링은 2021년 루체른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해 브루크너,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후기 낭만주의 레퍼토리를 주력으로 악단의 정통성과 개성을 한껏 살리고 있다. 임기 시작 이후 아시아와 남미, 독일 투어, 수많은 음반 발매 등 루체른 심포니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루체른 심포니가 선사할 프로그램은 아직 미정이다.

협연자로는 점점 더 무르익은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첼리스트 한재민이 오른다. 그가 연주할 곡은 엘가의 첼로 협주곡. 뛰어난 테크닉을 넘어 무궁무진한 음악성으로 앞으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한재민의 협연도 큰 기대 요소다.

● 구스타보 히메노 &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차세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 두에냐스가 내년 9월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하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빈체로 제공


지난 2023년, 20년 만의 두 번째 내한으로 화제를 모았던 룩셈부르크 필하모닉. 그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는 저력을 선보인 이들이 또 한 번 한국 땅(9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밟는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의 위상을 높이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마에스트로 마리스 얀손스를 사사한 스페인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히메노가 포디움에 오른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단원 출신인 히메노는 지휘자로 커리어 전환 후 단기간 내 굵직한 무대에 오르며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5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히메노의 끈끈한 조합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협연자로 오를 차세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 두에냐스의 첫 내한 역시 관전 포인트다. 2021년 메뉴인 콩쿠르 우승, 2022년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한 두에냐스는 2023년 발매된 데뷔 앨범 ‘Beethoven and Beyond’로 오푸스 클래식(Opus Klassik) ‘올해의 젊은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앨범은 직접 작곡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의 카덴차로 큰 이목을 끈 바 있다.

2025년에는 두 번째 앨범 ‘24개의 카프리스’로 클래식 음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의 2관왕을 차지했다. 그녀의 실연을 드디어 한국 무대에서 만날 기회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마리아 두에냐스의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바이올린 리사이틀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오차 없는 완벽한 기교는 물론, 기교를 넘어서는 대담한 음악성과 깊이, 마음을 어루만지는 강렬하고도 따뜻한 음색. 하델리히만이 들려줄 수 있는 독보적인 음악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청중들이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델리히가 2026년 한국에서 선보일 리사이틀(9월 13일 롯데콘서트홀)은 모두 무반주 작품으로 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오롯이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다섯 명의 작곡가가(텔레만, 콜리지-테일러 퍼킨슨, 이자이, 파가니니, 바흐)가 쓴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을 통해 각 작곡가들의 개성은 물론, 시대를 넘나들며 드러나는 바이올린의 매력과 발전 과정을 집약해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평소 하델리히는 무반주 작품을 즐겨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한 만큼, 해당 레퍼토리들은 그의 음악적 장점이 극대화되는 작품들이다. 그가 왜 세계무대에서 높이 평가받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납득하게 될 것이다.

● 루돌프 부흐빈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

2년 전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로 한국을 찾았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이번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프로젝트(9월 17·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특별히 2026년은 부흐빈더가 80세를 맞이하는 해로, 이번 무대는 이를 기념하는 투어의 일환이기에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베토벤 해석에 버금가는 그의 고전주의적 통찰과 섬세한 스타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임은 물론, 80세의 나이에도 음악 앞에서 언제나 순수하고 열정적인 겸손한 거장의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부흐빈더는 이번에도 세계 최정상급 실내악단으로 평가받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호흡을 맞추며,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선보인다. 루돌프 부흐빈더는 수십 년간 고전주의 레퍼토리 연구에 매진해온 연주자로서, 여섯 개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의 구조적 명료함과 표현의 섬세함을 깊은 울림으로 전달할 것이다. 17일은 27·21·20번, 20일은 23·24·2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 파보 예르비 &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는 지휘자와 악단이 어떤 것인지를 이날 공연은 보여줬다. 이처럼 애정 어린 파트너십을 보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관객들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2022년 ‘파보 예르비 &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내한 공연 리뷰 중)

현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지휘자 파보 예르비. 무대 위 카리스마는 물론 친밀한 매력으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들을 진두지휘하는 그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마에스트로로도 꼽힌다.

2011년 예르비가 본인의 고향 에스토니아에서 직접 창단한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유럽 페스티벌 신(Scene)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형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에스토니아 최고의 여름음악 축제인 페르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음악단체로 활동 중이다.

예르비의 인간적 면면과 음악적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나아가 단원 한 명 한 명의 뜨거운 열정과 개성, 끈끈한 결속력이 빚어낸 놀라운 음악적 시너지를 전파하는 악단이다.

4년 전 첫 내한에서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와 에르키 스벤 튀르 등 신선한 레퍼토리로 제대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이번 내한(10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도 그들만의 특별한 음악 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를 자랑한다. 클라라 주미 강과 에스토니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사이먼 래틀 &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이 내년 11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과 함께 2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한다. ⓒ빈체로 제공


내한공연마다 극찬 받아 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상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함께 2년 만에 한국에서 공연(11월 12일 장소 미정·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한다. 남부 독일의 따뜻하고 중후한 음색, 칼날 같은 정교함을 겸비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꼽힌다. 오이겐 요훔, 라파엘 쿠벨릭, 콜린 데이비스, 로린 마젤, 마리스 얀손스 등 내로라하는 거장들이 BRSO의 전통을 일구어 왔다.

2023/24 시즌부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있는 래틀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휘자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런던 심포니의 수장을 역임한 그는 2025년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수상, 해당 부문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음악가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프로그램 모두 무게감 있는 작품들로 꾸려져, BRSO의 홈그라운드인 뮌헨 현지에서나 들을 수 있는 대작들을 서울 무대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첫날에는 오케스트라의 뛰어난 기량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이튿날에는 말러의 기념비적 역작인 교향곡 2번 ‘부활’을 올린다. 거장과 최정상 악단의 현재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이번 내한은 2026년 클래식 공연계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 욘 스토르고르스 & BBC 필하모닉

욘 스토르고르스가 내년 12월 BBC 필하모닉과 내한공연을 연다. ⓒ빈체로 제공


영국의 개성 강한 오케스트라로 손꼽히는 BBC 필하모닉이 무려 11년만의 내한(12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앞두고 있다. BBC 필하모닉은 영국 공영방송 BBC 산하의 5개 오케스트라 중 하나다. BBC프롬스 축제의 핵심 오케스트라임은 물론, BBC 소속답게 방송과 녹음, 신작 초연과 참신한 프로젝트까지 다채로운 행보로 음악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우리 시대 작곡가들과의 협업은 물론,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 역시 오케스트라 활동의 중요한 축이다.

BBC 필하모닉의 수장 욘 스토르고르스는 이번이 첫 내한이다. 지휘 강국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로, 에사 페카 살로넨이 이끌었던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의 악장을 지냈고 이후 지휘자로 커리어를 전환했다. BBC 필하모닉과는 2014년 시벨리우스, 2015년 닐센 교향곡 전집을 발매하며 북유럽 작곡가에 강세를 보였으며, 고전과 낭만을 넘어 조지 안타일, 톰 콜트, 타피오 투오멜라, 페르 뇌고르, 카이야 사리아호 등 매우 활발한 현대음악 레퍼토리를 펼치고 있다.

BBC 필하모닉과 욘 스토르고르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함께 나눌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다. 굵직한 세계무대에 지속적으로 오르며 한국을 넘어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나아가고 있는 김봄소리, 그가 들려줄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단연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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