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베토벤은 모두 10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다. 초기 고전 시대 기틀 안에서 비상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1번, 청춘의 설렘과 활력을 표현해 ‘봄’이라는 부제로 유명한 5번, 청력 상실의 시기에 탄생한 7번, 화려하고 극적인 감정이 노출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9번 ‘크로이처’, 명상적인 분위기가 담긴 10번 등 모든 곡이 베토벤의 개성이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악성이 남긴 명품 10곡은 이전 작곡가들의 작품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주종관계를 벗어났다. 두 악기의 역할이 동등해지면서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긴밀하게 호흡하는 게 특징이다. 서로 눈빛만 봐도 착 알아채는 수준, 즉 백아와 종자기의 지음(知音)이 필요하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을 남겼다. 이름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조합이다. 올레그 카간-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레프 오보린, 기돈 크레머-마르타 아르헤리치, 아르투르 그뤼미오-클라라 하스킬, 이자크 펄먼-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예후디 메뉴힌-빌헬름 켐프, 오귀스탱 뒤메이-마리아 주앙 피레스, 야사 하이페츠-베노 모이세비치 등의 연주는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반짝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4)과 피아니스트 김선욱(33)도 이 환상케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인 두 젊은 연주자는 지난해 독일에서 녹음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앨범을 다음달 말에 발매할 예정이다. 이를 기념해 오는 8~9월 10곡 전곡을 선보이는 전국 투어를 연다.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주미 강과 김선욱이 서울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콘서트를 갖는다고 6일 밝혔다.
두 사람은 강원 평창의 계촌마을(8월 22일)을 시작으로 음성(8월 31일), 부평(9월 3일), 대구(9월 4일), 화성(9월 5일), 진주(9월 8일), 고양(9월 11일), 울산(9월 16일), 여수(9월 17일) 등에서 공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세 차례(9월 12·14·15일)에 걸쳐 바이올린 소나타 10곡을 나눠서 연주한다. 첫날은 1·4·7·8번, 둘째 날은 3·6·9번, 마지막 날은 2·5·10번 등이다.
주미 강과 김선욱은 해외에서 여러 가지 편성의 실내악 또는 듀오 투어를 함께 진행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몇 차례 실내악 무대에 함께 올랐는데 듀오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미 강은 지난 5월 “김선욱과 무대에 서면 오케스트라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음악적으로 묵직하고 단단하면서 엄청난 유연성이 있는 피아니스트다”라며 “리허설 때는 영감을 많이 주고, 무대에서는 기둥처럼 든든하고 완벽하게 지지해주고 받쳐준다”고 극찬했다.
티켓은 7일부터 예술의전당 및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는 4만~1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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