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명품 군무를 다시 보게 돼 감동이었습니다. ‘눈송이 왈츠’ ‘로즈 왈츠’가 눈앞에 펼쳐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두고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지난해 공연하지 못했던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이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자 관객의 환호가 쏟아졌다.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사람들로 꽉 찼다. 로비에 만들어 놓은 포토존 앞에는 꼬마 팬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섰고, 굿즈 판매대 역시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번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과 세종문화회관이 공동주최했다. 18일 개막했고 오는 30일까지 16번의 공연이 열린다.
‘호두까기인형’은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콤비인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탄생시킨 명작이다. 1892년 초연 이후 129년이 지난 현재 세계 최다 누적 관객수를 동원한 스테디셀러이자 연말을 대표하는 클래식 시그니처다.
35번째 시즌을 맞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986년 초연 이래 연속매진과 국내 최다 공연 횟수를 기록하며 한국에서 연말 필수 감상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성공요인은 원작 스토리의 생생한 구현, 차이콥스키의 명곡들, 그리고 연말 분위기를 한껏 돋울 안무(로이 토비아스·유병헌)와 연출(올레그 비노그라도프)에 힘 덕분이다.
19일 두 번째 공연(오후 6시)은 손유희(클라라 역)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호두까기왕자 역)가 주인공을 맡아 러시아 황실 발레의 세련미, 정교함, 화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마린스키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도의 테크닉과 스토리텔링이 잘 어우러졌고 다양한 춤과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1막이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서정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그려냈다면, 2막은 발레 테크닉이 집중 배치돼 있어 발레의 A~Z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완결성 높은 군무는 1막 ‘눈송이 왈츠’와 2막 ‘로즈 왈츠’에서 빛났다.
1막 대미를 장식한 ‘눈송이 왈츠’는 대열을 바꾸며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20명의 눈송이 요정 위로 하얀 눈발이 펄펄 날려 신비한 장면이 연출됐다. 또한 코러스가 더해진 차이콥스키의 명곡이 공간을 날아다니며 눈송이와 한몸이 됐다. 시각과 청각이 환상케미를 뽐냈다.
2막 ‘로즈 왈츠’에서는 남녀 군무의 쉴새없이 이어지는 리프트와 점프가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앙상블을 연출했다. 작품의 피날레인 남녀 주인공의 ‘그랑 파드되’(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프리마 발레리나와 남성 제1무용수가 추는 춤)는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수준 높은 테크닉을 보여줬다.
거기에 더해 과자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페인(초콜릿), 아라비아(커피콩), 중국(차), 러시아(막대사탕) 등의 과자를 의인화시킨 각국의 민속춤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해 몰입감과 감동을 더블로 만들었다.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나와 관객에게 인사하는 커튼콜의 마지막에서는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노래가 울려 퍼져 성탄절과 연말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호두까기인형’은 차세대 스타를 미리 점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로운 스타를 소개하거나, 신인에게는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탄탄한 실력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유니버설발레단의 대표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드미트리 디아츠코프, 손유희·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한상이·강민우, 서혜원·이동탁, 김수민·간토지 오콤비얀바, 박상원·이현준 등 여섯팀이 번갈아 주역을 맡는다.
주말·휴일 공연은 구모영이 지휘하는 코리아쿱오테스트라가 반주를 맡으며, 평일 공연은 녹음반주(MR)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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