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파가니니 콩쿠르 이후 7년만의 콩쿠르 참가였다. 다시 도전해보니 함께 준비한 모든 참가자들이 주인공인 것 같다. 참가자들 사이의 견제는 없었고 오히려 서로를 통해 배우는 시간이 되어 콩쿠르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제12회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 첫 우승했다. 이번 우승으로 1772년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튜린 바이올린을 최소 1년간 임대받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양인모는 29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폐막한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이번 콩쿠르를 위해 추최 측이 위촉한 마그누스 린드버거의 ‘카프리스(Caprice)’를 초연해 현대 작품 최고해석상도 받았다.
양인모는 1위 상금 3만 유로(한화 약 3760만원)와 특별상 상금 2000유로(한화 약 250만원)를 받았다, 부상으로 콩쿠르 의장인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와 바이올리니스트 페카 쿠시스토의 멘토링,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핀란드 방송 교향악단과의 협연 기회도 얻었다. 또 1772년산 지오반니 바티스타 과다니니 튜린 바이올린을 최소 1년간 임대 받아 사용하며, NFT 트로피 등을 받았다.
2위는 미국 출신의 네이선 멜처(21), 3위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3)에게 돌아갔다. 지난 18일부터 열린 이번 콩쿠르에는 16개국 총 240명이 참가해 49명이 본선에 진출했고, 2차에 걸친 본선을 통해 6명이 결선에 올랐다. 6명은 사흘간 선택 협주곡과 시벨리우스 협주곡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우승 수상 후 양인모는 소속사 크레디아를 통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어서 행복하다. 핀란드에 처음 와봤는데 관객들의 호응도 좋고 매우 따뜻해서 위로와 에너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며 “이제 핀란드에도 자주 오게 될 것 같고 유럽 활동이나 해외 커리어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는 시벨리우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65년부터 시작됐으며 5년에 한 번씩 개최된다. 1965년 제1회 콩쿠르에서 러시아 바이올린 거장 올레그 카간이 우승했다. 이후에도 빅토리아 뮬로바(1980년 1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1985년 공동 1위), 세르게이 하차투리안(2000년 1위) 등 바이올리니스트 거장을 배출해 왔다.
한국인으로는 신지아(2005년 9회·공동 3위)가 입상한 바 있으며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텔 리(2015년 11회. 1위)와 한국계 미국인 에스더 유(2010년 10회·3위)도 수상했다.
양인모는 2015년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린 제54회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가 9년 만에 배출한 한국인 최초 우승자다. 카네기 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의 리사이틀과 파비오 루이지/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네메 예르비/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오스모 벤스케/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해왔다.
한국에서는 2018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2019년 제12회 대원음악상 신인상, 2020년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의 그리움 아티스트, 2022년 부산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됐다.
최근 다비트 라일란트의 지휘로 프랑스 메츠 오케스트라와의 프랑스 현지 공연과 한국투어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도이치 그라마폰 레이블로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 라이브 실황과 ‘현의 유전학’의 총 2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양인모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남윤을 사사했고, 미국 보스톤의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미리암 프리드를 사사하며 학사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안티에 바이타스의 제자로 한스 아이슬러 음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양인모는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1718년산 ‘보스토니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지원받아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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