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그대가 꽃이라면(장장식 시·이안삼 곡·소프라노 정선화 강혜정)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3.06.11 09:49 | 최종 수정 2023.06.12 11:14 의견 0
장장식 시인의 아름다운 시에 이안삼 작곡가의 밝은 선율이 더해진 ‘그대가 꽃이라면’은‘ 민들레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세상의 모든 꽃에 대한 노래로 읽혀진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녹음이 짙어가는 6월입니다. 담장 밑에서는 장미의 향이 매혹을 부르고 있고 우리들의 마음속 노래도 가슴 가득 익어갑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한국 현대 가곡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이안삼(1943~2020) 작곡가의 ‘그대가 꽃이라면’을 준비했습니다. 이안삼은 ‘가고파’ 김동진(1913~2009)의 제자로 서라벌 예대와 경희대 작곡과를 거쳐 브루클린 음악원 작곡 전공 및 줄리어드 합창 지휘 수학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이후 ‘내 마음 깊은 곳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가을 들녘에 서서’ 등 다수의 작품을 창작 작곡 발표회에서 선보였습니다. 매년 서울 신춘가곡제 및 이안삼 가곡 발표회를 통해 차세대 신인 연주자와 작곡자 발굴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오랜만에 청초한 목소리의 소프라노 정선화의 연주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안삼 작곡가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클래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소개하며 클래식과 팝을 조화롭게 펼쳤습니다. 이를 통해 동적이고 다채로운 한국 가곡의 음악 세계를 한걸음 더 앞서게 했습니다.

또한 현대가곡의 세계를 시와 음악이 함께 하는 장으로 접프시켜 많은 문인들과 협업해 새로운 가곡의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60여 년 동안 가곡 250여곡, 종교음악 100여곡, 기악 13곡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고전 가곡들은 아름답지만 다소 어둡고 암울한 면이 많았습니다. 이는 일제 말기와 6·25 전쟁 등의 영향 때문일 것입니다.

이에 이안삼 작곡가는 우리 가곡의 암울한 선율을 보완하고 젊은 대중 정서를 찾아 새롭게 부활시켰습니다. 처음 서울 신춘가곡제를 통해 성악가들의 기량을 보강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했다가 우리 가곡이 젊은 세대와 대중들에게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매년 가곡제를 열게 되었다고 합니다.

“국정교과서가 없어지면서 음악 과목이 축소됐고 그러면서 가곡 또한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젊은이들을 위해서 클래식과 팝의 장점을 모았다고 보시면 됩니다. 크로스오버보다는 클래식에 더 가까운 음악입니다.”-이안삼 작곡가 공연 리뷰 중-

그대가 꽃이라면 민들레 하얀 민들레
수많은 별들이 떨어져 피었다는 민들레
하늘에서 왔으니 앉을 곳을 가렸겠나
돌밭이라도 길가라도 애써 가렸겠나

별 같은 마음으로 지친 땅에 꿈을 주고
험한 세상 솜털에 실어가는 그대는 민들레
하늘에서 왔으니 그대는 민들레

그대가 꽃이라면 민들레 하얀 민들레
수많은 별들이 떨어져 피었다는 민들레
낮은 자리 피었으니 화려함을 드러낼까
돌 틈 사이 담장가에서 힘주어 고개 들까

별 같은 마음으로 거친 땅에 사랑을 주고
험한 세상 솜털에 실어가는 그대는 민들레
하늘에서 왔으니 그대는 민들레

‘음악이 없는 삶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던 니체의 말처럼 선율을 듣는 동안 내 안에 나지막이 내려앉은 슬픔들이 흰 눈 녹듯 녹아내립니다.

내 안에 꽃처럼 피어난 한 사람이 있다면, 나를 살게 하는 축복 같은 삶일 것입니다.그렇게 세상을 다 갖은 마음은 빛의 파편처럼 내 안에 파동을 만들고 녹색의 계절을 더 푸르게 할 것입니다.

특이 이 곡은 소프라노 강혜정이 10여년 전 이안삼 선생님으로부터 곡을 받은 뒤 여러 무대에서 불러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강혜정은 ‘그대가 꽃이라면’을 타이틀로 앞세운 앨범도 발매했습니다.

“‘그대가 꽃이라면’이라는 곡은 대중들이 많이 사랑해 주는 곡이기도 하지만 서정적인 작곡도 마음에 든다. 특히 개인적으로 시가 마음에 든다. ‘그대가 꽃이라면’이라는 말이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타이틀로 결정하게 됐다”-소프라노 강혜정 앨범 출시 리뷰 중-

그럼, 언제 들어도 편안하고 친숙한 목소리 소프라노 강혜정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장장식 시인의 아름다운 시에 이안삼 작곡가의 밝은 선율이 더해지니 정말로 민들레 꽃씨들이 하늘에서 천사로, 별들로 내려온 듯 합니다.

시인의 눈은 참으로 섬세하고도 위대합니다. 민들레 홀씨 꽃 하나에도 별들로 귀한 생명력을 불어 넣으니 민들레 꽃이 가지고 있는 환경적 겸손과 넉넉함이 새록새록 다가옵니다.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에도 꽃 천사들의 속삭임이 계속해서 향기로 묻어 나오는 듯합니다.

그럼, 6월에도 들장미들의 향연들 속에서 아름다운 노래 들으며 더 넉넉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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