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쇼팽 콩쿠르 우승자가 되려면 반드시 ‘합’을 맞추어야 하는 악단이 있다. 폴란드의 정서를 간직한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수도 바르샤바를 근거지로 1901년 창단돼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창단되던 해에 새로 건립된 필하모닉 홀의 첫 연주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 악단은 뛰어난 기량과 탁월한 합주력, 그리고 특유의 깔끔하고 담백한 음향으로 단숨에 유럽 주요 악단으로 도약했다.
엄청난 비극도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필하모닉 홀이 완파되고 단원 상당수가 희생됐다. 하지만 1950년 이후 다시 일어서며 폴란드의 굳건한 음악적 뿌리를 세계인에게 보여줬다. 해외 순회공연을 비롯해 폴란드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바르샤바의 가을’에도 고정적으로 출연하며 위상을 공고히 다졌다.
우아하고 정돈된 소리로 수많은 레퍼토리를 소화함과 동시에 폴란드의 작곡가들인 비톨드 루토스와프스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등의 현대작을 남다른 깊이로 꾸준히 연주에 올리며 폴란드의 음악을 세계에 소개하는데 힘썼다.
이와 더불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쇼팽 스페셜리스트’들의 탄생을 매회 함께하며 국내 팬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름으로 각인됐다. 쇼팽 콩쿠르 결승 라운드와 입상자 투어에서 쇼팽의 음악적 감성을 한껏 담은 연주로 참가자들을 빛내주고 있다. 경연자들의 피아노 선율 위에 폴란드만의 정서를 섬세하게 녹여내 음악을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지휘자 안제이 보레이코는 2019년부터 5년째 음악 및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완벽한 다이내믹과 예술적 식견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폴란드계 부친과 러시아계 모친 사이에 태어난 그는 폴란드와 러시아를 넘나들며 음악적 역량을 키워왔다. 남다른 예술적 깊이를 지닌 두 나라에서의 음악 공부를 토대로 1987년 폴란드 그제고쉬 피텔베르크 지휘 콩쿠르에서 입상, 1989년 암스테르담의 키릴 콘드라신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 예나 필하모닉 음악감독 시절에는 독일 평론가들로부터 혁신적인 프로그램 기획으로 극찬을 받으며 독일 음악 평론가상을 수상했고, 이러한 전례 없는 업적 등을 바탕으로 악단은 그에게 명예지휘자 타이틀을 수여했다. 2019년 이후부터는 아버지의 나라인 폴란드의 바르샤바 필하모닉 수장이 되어 그만의 음악세계를 계속해서 펼쳐가고 있다.
안제이 보레이코가 지휘하는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2월 14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공연한다. 폴란드 작곡가들의 작품을 포함해 완벽히 이상적인 프로그램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보레이코의 지휘에 맞추어 이번 공연을 함께하는 선우예권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선우예권은 제15회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한국인 최다인 국제 콩쿠르 8회 우승의 값진 기록을 보유한 그가 쇼팽 콩쿠르의 음악적 기둥인 바르샤바 필하모닉과 함께 그려낼 쇼팽의 선율은 잊지 못할 선물이 될 것이다.
바르샤바 필하모닉은 그들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1부는 폴란드 작곡가들의 작품이 연이어 펼쳐진다. 먼저 폴란드의 전통 민요와 춤을 기반으로 클래식과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주는 루토스와프스키의 ‘작은 모음곡’으로 오프닝을 연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쇼팽 콩쿠르 결선에서 바르샤바 필하모닉과 함께 항상 등장한다. 이 작품을 콩쿠르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최상의 연주를 선보이는 선우예권이 협연한다. 세계의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모두를 사로잡은 연주자와 악단이 선사할 남다른 호흡에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어 2부에서는 세대불문 사랑받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 바르샤바 필하모닉이 가진 단정하고 정제된 음색 속 색다른 차원의 예술성으로 전달된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티켓 가격은 R석 19만원, S석 16만원, A석 13만원, B석 9만원, C석 6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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