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벚꽃 나무 아래(김동현 시/이원주 곡/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강혜정·정수연)

박정옥 기자 승인 2024.04.17 14:42 | 최종 수정 2024.04.17 14:45 의견 0
빛나는 봄을 만끽하며 선곡 ‘벚꽃 나무 아래’에는 어떤 바람이 일렁이는지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봄철 한때 삼삼오오 오가는 이들의 눈을 붙잡기에는 벚꽃만한 게 없는 듯합니다. 지역마다 기후가 조금씩 달라서 아직 피지 않는 곳도 많지만 벌써 곳곳에서 향기를 내어줍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을 일깨우며,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이즈음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인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가 떠오릅니다.

4월만 되면 생각나게 하는 이 시는 ‘왜? 4월이 가장 잔인한 달일까’ 궁금하게도 하지만, 그 해석은 시인의 눈을 통해서 역으로 가장 황폐한 들판에서 신비로운 생식과 부활의 의미를 더해 우리에게 희망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늘도 여러분과 함께 빛나는 봄을 만끽하며 선곡 ‘벚꽃 나무 아래’에는 어떤 바람이 일렁이는지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벚꽃 나무 아래’

하얗게 꽃 피운 고운 나무는
더 하얗게 기다리는 저 고운 손보다도 빛나네
그보다 빛나네
수줍게 얼굴 붉힌 벚나무는
나지막이 찬바람 뒤에 숨어서 그대를 노래해
노래해 언제까지나
노래는 바람 타고 흘러
꽃잎은 내 노래에 잠기네 곱게 잠겨
두 눈을 감고 마음을 열면
아득한 저 하늘 가장 깊은 곳
그곳까지 나를 데려가네
부르고 또 불러 흐르고 또 흘러
꽃잎은 세상 가득 하얗게 가득 채워지네
그대 마음에도 내 마음에도
하얗게 더 하얗게 가득 날리네

다음은 ‘벚꽃 나무 아래’ 이원주 작곡가의 이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원주(1979. 4.16 ~ )
한양대학교 서양음악 작곡과 졸업 및 동대학원 졸업
제1회 화천 비목 창작가곡제 1위
제1회 CBS 창작가곡제 동상
제2회 한국음악프로젝트 문화부장관 장려상 수상
제1회 세일가곡콩쿠르 작곡부문 1위
2013년 음반 Universal Music
악보집 도서출판 수문당

작곡가 이원주는 한양대학교에서 작곡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마쳤습니다. 이후 세계적인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에서 음반과 수문당에서 악보집 출판 이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됐습니다. 또한 여러 아티스트들과 음반 작업을 했고 실내악, 관현악, 합창곡 등의 작곡과 편곡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히 창작 가곡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음악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이때 그는 가사가 있는 음악들이 청중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메시지와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2007년, 2008년, 2009년 출품한 한국 창작 가곡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이후 가곡 작곡가로서 크게 자리매김을 하게 됐습니다. 한국적 서정미가 돋보이는 그의 가곡들은 한국 전통음악의 재료들로 주목받게 됐고 대중적이고 세련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한 2010년부터 합창 음악 창작에도 꾸준한 노력을 해왔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아리랑을 재해석한 ‘삼아리랑’(삼베를 짜며 부르는 노동요)과 1900년대 초 만주와 시베리아에 흩어져 독립운동을 하며 부르던 독립군가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2016년, 2017년에는 Sony BMG를 통해 발매된 명상음악 음반 작업 또한 이원주가 추구하는 음악의 다양성과 일관성을 보여주었고 벨라 바르톡, 조지 거슈윈, 아스토르 피아졸라 등의 작품에서 나라 혹은 도시의 분위기가 진하게 나타나듯이 이원주의 작품 역시 한국적인 정서와 분위기가 음악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내외의 외교행사에 그의 음악이 자주 연주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객과 대중음악 평론가들이 앞으로 그의 행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벚꽃 나무 아래’ 이후 현재에도 끊임없이 한국 정서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음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선율을 만든 작곡가 소개를 마치고 노래 연주자를 소개하려니 무대에 서는 연주자 노고를 생각하게 합니다. 시와 선율과 노래 연주자까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개별 영역입니다.

특히 무대에서 연주자가 관객에게 감동적인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다양한 테크닉적인 볼거리가 있어야겠지요.

탁월한 발성에 의한 목소리뿐만 아니라 곡에 맞는 음악성을 보여줘야 하고 음악성을 잘 표현하기 위해 가사 해석은 물론 악보 이해와 감정이입까지. 이와 더불어 자신만의 독창적인 곡 표현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것들을 적절히 우려낸 성악가가 우리 곁에 있다면 참 행복하고도 귀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우리 곁에도 바리톤 고성현이 있습니다.

오늘도 그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일 매일 피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대가는 자신의 적극적인 학습태도와 주도적인 습관으로 만들어진다는 일화를 실감하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바리톤 고성현의 목소리로 ‘벚꽃 나무 아래’를 각기 다른 공연무대 연주로 감상해 보겠습니다. ‘하얗게 더 하얗게~’ 가사를 되뇌며 걷다 보면 어느새 도로 곳곳에는 연분홍빛 벚꽃이 팝콘을 터뜨리듯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일본에서는 벚꽃 나무 아래는 으레 시신이 있다는 괴담도 있습니다. 이는 벚꽃이 주는 화사함과 더불어 시신에서 느끼는 공포와 초췌함을 극적으로 대비해 벚꽃이 주는 신비감을 더 말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시신을 자양분 삼아 꽃을 피우는 꽃이라는 괴담 안에는 벚꽃이 벚나무 곳곳을 영역으로 한곳에 모여 피어난다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몹시 화사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점점이 손톱만한 꽃잎들이 꽃바람을 일으켜 자유롭기까지 하니 사람들의 환심을 사나 봅니다. 꽃비처럼 흩날리는 모습이 때로 애처롭고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그 꽃비를 여과 없이 마주하며 오솔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는 괴성을 지르고 누군가는 손짓하며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고개를 떨구고 떠나간 연인을 추억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소프라노 강혜정과 정수연의 이중창입니다. 블루투스와 연결해서 들으시면 더 좋습니다.

그럼, 계절의 여왕 5월을 기약하며 아름다운 벚꽃이 비 온 뒤 떨어짐이 찰나에 운명이듯 우리들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노래 속에서 찬란한 봄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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