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을 연주하겠습니다”...차이콥스키 콩쿠르 파격선곡한 알렉상드로 캉토로프

10월9일 예술의전당서 두번째 내한 리사이틀
​​​​​​​브람스·슈베르트·리스트·라흐마니노프 연주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5.09 14:21 의견 0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오는 10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저는 2번을 연주하겠습니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2019년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출전했다. 그는 파격적이고 독자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모든 사람이 1번을 외칠 때 홀로 2번을 외친 것. 콩쿠르 파이널 진출자 중 유일하게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아닌 2번을 연주했다. 2번에 비해 대중적이지 않아 불리했지만 과감하게 1번을 고르는 모험을 단행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두 번째 협주곡 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첫 라운드의 분위기를 이어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했지만, 그는 독일 작곡가인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초이스했다.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대곡으로 꼽히는 브람스 2번은 심도 있는 음악적 내용과 장대한 규모 등으로 인해 소화해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작품이다. 콩쿠르에서 쉬이 연주되는 음악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콩쿠르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곧은 신념과 음악적 자신감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캉토로프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게 콩쿠르의 목적은 ‘이기기 위함’이 아니라 ‘연주자로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내기 위함’이다”라고. 콩쿠르가 진행되는 내내 오로지 자신만의 음악에 집중한 캉토로프는 ‘프랑스인 최초의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따내는 영광을 안았다.

캉토로프의 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였고, 어머니도 바이올린 연주자였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고 집안 곳곳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남들보다 음악을 빠르게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시기에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열여덟 살 때, 그는 파리 필하모니아홀 2500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연주하며 비로소 음악가의 길을 택하고 그 길을 향해 종횡무진 질주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결정은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그를 묵묵히 지켜봐 주면서 선배 음악가로서 조언을 해주던 아버지로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아버지를 포함해 그의 곁에서 함께했던 음악가 선배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캉토로프는 음악에 대한 자신이 확신으로 바뀌는 결정적인 순간을 경험했다.

이후 그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며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차이콥스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디아파종 도르, 2024 길모어 아티스트 어워드를 포함한 권위 있는 상을 휩쓰는 등 남다른 기세를 보이며 지금 시대 유럽의 가장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리기에 이르렀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오는 10월 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리스트의 환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오는 10월 9일(수)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그는 지난 2022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리사이틀에서 캉토로프만이 가진 다른 차원의 음악성으로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자아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고도의 피아니즘을 엿볼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캉토로프는 이번 독주회에서 바흐·브람스·슈베르트의 음악을 통해 독일 정통 피아니즘을, 그리고 리스트·라흐마니노프를 통해 오로지 피아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폭발적인 비르투오즘을 선보인다.

1부 첫 곡으로 브람스 ‘두 개의 랩소디’ 중 1번을 연주한다. 이어 그의 주력인 리스트의 곡들로 흐름을 이어 나간다. ‘순례의 해’ 중 첫 번째 해에 들어있는 ‘오베르망의 골짜기’와 초절기교 연습곡 중 ‘눈보라’를 통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고도의 피아노 테크닉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쉴 수 없게 만들 예정이다. 1부의 마지막으로는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을 연주하며 환희의 팡파르로 마무리한다.

2부의 시작에서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으로 불꽃 에너지를 뽐낸다. 소나타 1번은 소나타 2번보다 자주 연주되지 않지만 규모나 기교적 차원에서 2번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많은 연주자들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임하는 작품이다. 공연의 끝으로 바흐·브람스의 ‘샤콘느’를 연주한다. 바흐의 솔로 바이올린 파르티타 BWV 1004 중 샤콘느를 브람스가 왼손만을 위해 편곡한 작품으로, 한 손으로 연주되지만 양손으로 연주하는 듯한 풍부한 음향과 정교한 테크닉을 볼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음악으로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몰입의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피아노 리사이틀’의 티켓은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가격은 R석 10만원, S석 8만원, A석 6만원, B석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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