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안무가 주재만 “객석에 앉아 있다는 것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작품”

서울시발레단 8월 창단공연 시작으로 본격 행보
​​​​​​​10월 더블빌 ‘한스 판 마넨✕차진엽’도 기대증폭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7.04 14:07 | 최종 수정 2024.07.04 15:04 의견 0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8월 창단 공연으로 주재만 안무가의 ‘한여름 밤의 꿈’을, 10월에 더블빌 ‘한스 판 마넨✕차진엽’을 선보인다. 사진은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를 상징하는 콘셉트 이미지.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다양한 사랑의 감정에 주목하고 각기 다른 여러 가지 꿈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깊은 상상력과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안무로 관객들이 객석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만큼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것이다.”(‘한여름 밤의 꿈’ 안무가 주재만)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발레단이 8월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과 10월 더블빌(두 작품을 동시에 공연하는 것) ‘한스 판 마넨 ✕ 차진엽’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지난 4월 창단 사전공연 ‘봄의 제전’을 통해 생동하는 현대 발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서울시발레단은 세계 초연작인 ‘한여름 밤의 꿈’을 시작으로 동시대를 대표하는 국내외 안무가들의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다.

창단 첫 해인 2024년은 미국 유수 발레단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재미 안무가 주재만, 현대발레의 살아있는 전설 한스 판 마넨, 춤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안무가 차진엽의 작품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 : 주재만 안무 / 8월 23일~25일 / 세종대극장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8월 창단 공연으로 주재만 안무가의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먼저 서울시발레단은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으로 힘찬 태동을 알린다. 안무와 총연출은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퍼러리 발레단, 피츠버그 발레단 등 미국 유수 발레단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재미 안무가 주재만이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낭만 희극으로 잘 알려진 ‘한여름 밤의 꿈’은 조지 발란신, 프레드릭 애쉬튼, 알렉산더 에크만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에 의해 재창조돼 무대화 됐을 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

주재만 안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가가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재해석한 전막 창작 컨템퍼러리 발레로 오는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세계 초연된다.

엇갈린 두 커플의 뒤죽박죽 뒤엉킨 이야기가 중심인 원작과 달리 주재만은 ‘한여름 밤의 꿈’을 요정 퍽의 시점에서 보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재해석했다.

창단 공연에는 김소혜, 김희현, 남윤승, 박효선, 원진호 등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를 비롯해 해외 객원 무용수 이승용(슬로바키아 국립발레단)과 프로젝트 무용수 김다운, 김여진, 시후아이, 이근희, 이정우 등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는 30여명이 함께한다.

이들이 발산하는 역동적이면서도 섬세한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한 무대는 클래식 발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로베르트 슈만 등 클래식 음악과 필립 다니엘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음악 또한 판타지로 가득한 무대와 어우러져 ‘한여름 밤의 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서울시발레단 ‘한여름 밤의 꿈’ 메인 포스터는 사진작가 최랄라와 협업해 예술성과 새로움을 더했다. 최랄라 작가는 필름 카메라를 활용한 아날로그적 언어로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예술 사진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 이에르 국제 패션 및 사진 페스티벌에서 사진 부문 그랑프리와 대중 투표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최랄라 작가 특유의 매혹적인 색감과 몽환적인 감성이 돋보이는 사진은 이번 서울시발레단 창단 공연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 서울시발레단 더블빌 ‘한스 판 마넨 ✕ 차진엽’ : 10월 9일~12일 / 세종M씨어터

국내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은 10월에 더블빌 ‘한스 판 마넨✕차진엽’을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10월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첫 해외 안무가 라이선스 작품이 관객을 찾아간다. 컨템퍼러리 발레의 살아있는 전설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와 새로운 몸의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안무가 차진엽의 신작 ‘백조의 잠수’가 더블빌로 오는 10월 9일~12일 세종문회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발레단은 첫 라이선스 작품으로 ‘현대 무용계의 몬드리안’으로 불리는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 중 하나인 ‘캄머발레(Kammerballett)’를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한스 판 마넨의 작품을 첫 라이선스 작으로 선정한 것은 60여년 전 무용의 불모지였던 네덜란드를 안무가 이리 킬리안과 함께 오늘날 세계 무용의 중심지로 일군 그의 궤적이 2024년 한국에서 아직은 낯 설 수 있는 컨템퍼러리 발레를 일구어 가야 하는 서울시발레단의 출발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 무용계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실험과 도전이 가능했고, 이를 편견 없이 수용해 준 관객들이 있었기에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성장하면서 현재 세계 무용계에서 네덜란드만의 차별화된 위상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다.

‘캄머발레’는 대형 클래식 발레와 구별되는 친밀하고 실험적인 공연의 본질에 집중하는 ‘체임버 발레(영어 Chamber/ 독일어 Kammer)’를 작품 제목으로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제된 단순함과 명료한 형식, 선명한 색의 의상 등 한스 판 마넨 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1995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의 초연 당시 현재 현대 무용계의 흐름을 이끌고 있는 천재 안무가 폴 라이트 풋, 솔 레옹이 무용수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포르투갈, 스위스, 이탈리아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에서 꾸준히 재공연 되고 있는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 중 하나다. 카라예프, 스카를라티 소나타 등 피아노 선율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음악과 무용수 각각의 개성과 감정이 담긴 동작으로 구성된 안무, 그리고 후반부의 솔로가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마 발레리나 김지영이 특별출연한다. 김지영은 2007년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DNB) 활동 당시 ‘캄머발레’로 무대에 오른 바 있는데, 안무가인 한스 판 마넨은 본인의 스타일을 잘 아는 최고의 무용수 중 하나로 꼽는 김지영의 출연을 그 누구보다 반기고 있다. 2024년 서울시발레단의 첫 라이선스 작품으로 17년 만에 ‘캄머발레’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김지영은 총 5회 중 3회 공연에 출연한다.

이번 ‘캄머발레’ 공연을 위해 따뜻한 음색과 균형 잡힌 해석으로 클래식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태형의 연주 음원을 특별 제작한다. ‘탁월한 균형의 예술가’라 불리며 다양한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태형은 컨템퍼러리 발레까지 연주의 영역을 확장해 발레와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로 감동을 더한다.

춤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으로 새로운 몸의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안무가 차진엽은 ‘백조의 잠수’라는 타이틀로 신작을 선보인다. 차진엽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폐회식 안무 감독을 비롯해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폐막식 예술감독 등 국내외 선 굵은 무대의 안무를 맡았다. 다양한 영역과의 융복합을 통해 장르나 형식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예술 언어로 사물의 본질과 본연에 다가가는 작품 활동을 선보여 왔다.

이번 더블빌을 통해 서울시발레단과 만나는 차진엽은 생명의 춤이 시작되는 태고의 무대로 ‘물’에 집중한다. 잠수는 어쩌면 심연 깊숙이 내재된 미지의 세계에 대한 향수라고 표현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물결, 일렁이는 해수면 위에서 균형을 이루고 항해하듯 살아 춤추는 몸을 무대로 가지고 온다.

음악 용어인 ‘ritardando(점점 느리게)’의 ‘ritard’와 ‘decrescendo(점점 작게)’의 ‘scendo’를 결합해 ‘리타데센도(Ritardscendo)’라는 합성어를 만든 차진엽은 느림이 갖는 미학적 의미와 가치를 이번 작품에서 표현한다. 현대 사회의 광란적인 속도와 자극에서 벗어나 수면 아래로 잠수하듯 빠져들어 온전히 몰입되는 몸의 세계, 또 하나의 새로운 컨템퍼러리 발레를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발레단의 창단 공연 ‘한여름 밤의 꿈’과 더블빌 ‘한스 판 마넨 ✕ 차진엽’은 7월 9일(화) 티켓을 오픈한다. 두 공연 모두 관람이 가능한 서울시발레단 패키지 티켓 (R석 40% 할인, 12만원 → 7만2000원, 200매 한정)과 7월 15일(월)까지 진행되는 조기예매 할인(전석 30%)을 준비해 관객들이 두 공연을 더욱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종시즌 구독자와 패키지 예매자는 7월 9일 오전 10시부터, 개별 티켓은 오후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및 인터파크, YES 24 등 주요 예매처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단, 세종시즌 구독자 및 패키지 예매는 세종문화회관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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