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감성가곡] 양귀비꽃(이유리 시/김성희 곡/바리톤 송기창)

손영미 객원기자 승인 2024.07.09 15:12 | 최종 수정 2024.07.09 15:15 의견 0
햇볕 뜨거운 여름날! 양귀비꽃의 그 요염한 자태가 안겨주는 매력과 상실감의 실체를 엿봅니다. ⓒ손영미 제공


[클래식비즈 손영미 객원기자(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이번 감성 가곡에서는 작열하는 태양빛과 맞서 가장 관능적인 자태와 슬픔을 태워 피는 양귀비꽃의 애수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햇볕 뜨거운 여름날! 양귀비꽃의 그 요염한 자태가 안겨주는 매력과 상실감의 실체를 엿봅니다. 지금은 잃어버렸거나, 다시 꿈꾸는 사랑 앞에서 짧지만 고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리움의 이름들을 선율 속에서 다시 올곧게 불러 보시길 바랍니다.

<양귀비꽃>

그대 사랑함이어라
불타는 정열 깊은 고뇌
그것은 삼일간의 사랑
그 뜨거움에 데여도 좋을
고뇌하지 않고는
어찌 산다는 일이
이처럼 설렘이고
멋진 일임을 알 수 있겠는가
그대 사랑함이어라
그리움에 뚝뚝 흘린
붉은 눈물
그대 있어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니
그대 사랑함이어라
그리움에 뚝뚝 흘린
붉은 눈물
그대 있어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니
그대 사랑함이어라
그리움에 뚝뚝 흘린
붉은 눈물
그대 있어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다

양귀비꽃, 그 붉은 아름다움의 비밀과 관능성. 그 붉은 정열과 매혹에 매료되지 않는 이, 그 누구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각각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절로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들꽃 중에서도 양귀비꽃은 다가서면 금방 사라질 듯 매혹적이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지 않으면 가슴을 데일 듯 슬픈 사랑을 불러오게 만드는 강렬함이 있습니다. 그 강렬함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반드시 희생과 상처를 동반하게 합니다.

특히 양귀비꽃은 동유럽이 원산지로 붉은 꽃잎의 꽃말은 위로, 위안, 몽상을 뜻합니다. 그 붉은 꽃의 매혹이 선사하는 위로, 위안으로 우리는 또 꿈속에서 7월의 한낮을 태양과 맞서 스스로 뜨거워지는 슬픔이지만 혼자만의 깊은 눈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이기도 합니다.

‘양귀비꽃’ 시를 쓴 이유리 시인의 시작 동기입니다.

“관상용 양귀비꽃이 사흘 만에 시들어 수명을 다했다고, 하루는 지인이 핸드폰 문자로 사진을 찍어 보내왔어요. 그 사흘간에 함께 했던 시간을 사랑으로 표현해 봤습니다. 연이어 함께 보내준 울산 태화강 양귀비꽃의 그 붉은 아름다움을 붉은 눈물로, 불타는 정열로, 나름 표현해봤습니다.”

다음은 김성희 작곡가의 작곡 동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양귀비꽃은 이유리 시인이 저의 김성희 작곡가 음악 카페를 개설 후 작곡 의뢰를 하였고 이후 시집을 저에게 보내오셨는데 그중에 ‘양귀비꽃’ 시가 저의 마음에 닿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수려한 자태로 유혹하는 양귀비꽃의 개화 시기는 보통 봄꽃이 다 가고 난 뒤 5월말에서 7월이면 붉게 피는데 나도 모르게 그 붉은 마력에 동화되었습니다. 산 위에서 때로 들판에서 사무쳐 피어난 그 자태로 인해 볼 때마다 가슴 뭉클하게 했습니다.
시어 중에는 ‘그대 사랑함이어라’ ‘불타는 정열’ ‘삼 일간의 사랑’ 등이 내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그리움에 흘린 붉은 눈물과 그대 있어 행복했다’라는 시어들의 전율 속에서 선율이 나도 모르게 그려지고 떠올랐고, 가슴 깊은 애절함으로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창작곡마다 다소 무거워서 시간이 지나면 차츰 밝은 곡들을 선별해 무겁지 않고 경쾌한 곡들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여전히 제게 마이너 곡들이 오네요.
무엇보다 이 곡을 바리톤 송기창 님의 탁월한 연주 해석과 타고난 그의 감미로운 음색이 빚어져 녹음할 때에는 무척 행복하게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대 사랑함이어라~~ 그대 있어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니~~~’”

다음은 연주자 바리톤 송기창의 연주 소감입니다.

“한 해 살이 풀인 양귀비꽃에 비유해 우리네 삶에 정열과 고뇌를 녹아내어 보려고 해봤습니다. ‘어찌 산다는 일이 이처럼 설렘이고, 멋진 일임을 알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면, 꽃 중에서도 이렇게 화려하고 정열적인 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이 노래 가사 말처럼 3일간의 사랑처럼요.”

어찌 산다는 일이 이처럼 설렘이고 멋진 일임을 알 수 있겠는가! 사랑의 주체가 뜨거움이고 우리 삶의 고뇌라면 그 아름다운 매혹이 주는 삶의 환기, 환영... 그러나 그 붉은 눈물은 우리에게 너무나 짧습니다. 다가서면 눈 멀고 데일듯하여 물러서는 슬픔이 주는 상실감, 그리움...‘그대 사랑함이어라 그리움에 뚝뚝 흘린 붉은 눈물 그대 있어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다’

고이듯 흔들리는 부질없는 이 그리움들이 이 시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주인 없고도 떠도는 사랑이 오늘도 우리를 살게도 절망하게도 합니다. 이제 긴 장마철이 오고 있습니다. 다음 호는 본격적인 휴가철 8월입니다. 무더위에도 항상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감성가곡으로, 물빛 고운 소중한 날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8월에 다시 아름다운 선곡 안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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