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첫 앨범 낸 김유빈 “저만의 개성 담은 플루트 연주에 포커스 맞췄어요”

“안개에 둘러싸인 음색 표현하고 싶었다”
프랑스 작곡가 6곡으로 앨범 ‘포엠’ 구성

18일부터 서울·대전·대구·부산서 리사이틀
“앞으로 더 많은 현대작품들 연주할 계획”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8.12 15:49 | 최종 수정 2024.08.16 08:09 의견 0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정규음반에 수록된 드뷔시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를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콩쿠르에서 좋을 성적을 냈을 때 ‘김유빈 음악 같았다’라는 평가를 들을 적이 있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 때도 저만의 개성을 담은 연주를 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드디어 꿈이 이뤄져서 꿈만 같습니다.”

지난 2022년 독일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플루티스트 김유빈(27)이 9일 소니클래시컬 레이블로 첫 정식음반 ‘포엠(Poème)’을 선보였다.

앨범 발매를 기념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연주자에게 음반은 명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왔다”며 “프랑스어로 ‘시’의 의미를 담은 이번 음반은 최대한 대중적인 레퍼토리를 소개하고 싶어 생동감 있고 듣기에 신나면서도 활동적인 작품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유빈이 초이스한 6개의 곡은 전부 프랑스 작곡가 작품이다. 피에르 상캉(1916~2008)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클로드 드뷔시(1862~1918)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와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프랑시스 풀랑크(1899~1963)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앙리 뒤티에(1916~2013)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티네’,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넣었다. 특히 프랑크의 곡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플루트 버전으로 바꿔 연주해 눈길을 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정규앨범 ‘포엠(Poème)’을 설명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김유빈은 “인상파 또는 후기 낭만파 등 프랑스 20세기 작곡가들의 음악으로 음반을 구성했다”며 “플루트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작곡한 작품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작곡가들의 모호한 곡 분위기가 플루트의 음색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김유빈은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에서 공부한 이유도 있지만, 플루트라는 악기 자체가 프랑스에서 그 전통이 깊다”면서 “뚜렷하기보다는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음색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유빈은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16세에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리옹국립고등음악원에서 플루트 학사, 파리국립고등음악원 대학원에서 플루트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 1위,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유학 과정에서 프랑스 음악을 ‘체화’한 김유빈은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에서 공부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점을 느꼈다”고 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정규음반에 수록된 드뷔시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를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정규음반에 수록된 드뷔시의 ‘플루트 솔로를 위한 시링크스’를 연주하고 있다. ⓒ목프로덕션 제공


지난 3월 진행된 녹음에는 세계적 톤마이스터 최진이 참여했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함께 작업해 큰 힘이 됐다. 2021년 부소니 콩쿠르 2위, 같은 해 시카고 국제 음악 콩쿠르 1위를 차지한 스타 피아니스트다.

김유빈은 “솔리스트 피아니스트와 작업하는 게 꿈이었다”며 “김도현과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협연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함께 음반 작업을 하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덩달아 제 연주도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음반 발매를 기념해 전국을 순회하며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오는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23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 25일 대전 클라라하우스, 27일 대구 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8일 부산 문화회관 중극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리사이틀 프로그램도 음반과 동일하게 구성했다. 김도현이 리사이틀도 함께 한다.

김유빈은 “플루티스트와 피아니스트의 듀오 연주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같은 대공연장에서 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더 많은 관객 앞에서 연주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플루티스트 김유빈이 9일 서울 용산구 사운즈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첫 정규앨범 ‘포엠(Poème)’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샘 목프로덕션 대표. ⓒ목프로덕션 제공


김유빈은 이날 간담회에서 ARD 국제 음악 콩쿠르에 참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미 20세에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최연소 종신수석으로 임명된 ‘프로 중 프로’가 주로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출전하는 경연에 참가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갑자기 모든 연주가 중단돼 음악가로서 매우 힘든 시기였다”면서 “나름의 동기 부여가 필요해 콩쿠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사위원들로부터 ‘심사하기보다는 연주를 즐겼다’는 심사평을 받아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콩쿠르 우승이 결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로 이적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ARD 1위’라는 타이틀은 새 둥지를 트는 데도 영향을 줬다. 김유빈은 세계적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이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수석으로 선임돼 올해 초부터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우승하자마자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디션 공고가 있었는데 지원서에서 ARD 우승을 어필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며 “유럽에서는 지휘자들과 직접 말할 기회가 흔치 않은데 미국에서는 모두가 친구 같은 문화가 있어 살로넨과 음악은 물론 개인적 얘기도 많이 하면서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앨범 발매 기념 전국투어 외에도 하반기에 많은 무대에 오른다. 22일에는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피아니스트 김준형, 첼리스트 문태국과 드뷔시 피아노 삼중주 협연 무대를 갖는다. 다음달 13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 그리고 세계적인 바로크 스페셜리스트 리차드 이가와 함께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이번 첫 정규 음반에 뒤티에와 상캉의 곡을 담은 점에서 알 수 있듯, 김유빈은 클래식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크 음악뿐 아니라 현대 음악에도 관심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현대 작품들을 연주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는 것을 연주자로서의 목표로 삼고 연주자의 길을 확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eunki@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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