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신 “나만의 작업 해보고 싶었다”...첼로로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음반발매 기념해 12월 전국 4곳 리사이틀 투어
가사 없어진 흔적 위에서 펼쳐지는 감동 선율
‘시인의 사랑’ 호흡 맞춘 플로리안 울리히와 재회
민은기 기자
승인
2024.11.25 13:48
의견
0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첼리스트가 기존의 첼로 레퍼토리를 잘 연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좀 더 의미 있는 ‘나만의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연주하게 됐습니다.”
첼리스트 박유신이 세 번째 음반 ‘겨울나그네(Winterreise)’ 발매를 기념해 리사이틀 투어에 나선다. 음반은 오는 12월 4일 워너뮤직코리아를 통해 발매한다.
박유신은 첼리스트로서 활발한 연주 활동은 물론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음악에 대한 학구적 열의와 넘치는 아이디어로 2022년 국내 최초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Op.48)’을 첼로로 연주한 음반을 발매했다. 이런 작업의 연장선에서 메이저 레이블로는 한국 최초로 슈베르트의 걸작 연가곡 ‘겨울나그네(D.911)’를 첼로로 녹음한 음반을 선보인다.
박유신은 그의 첫 정식음반 ‘Dichterliebe(시인의 사랑)’과 두 번째 정식음반 ‘White Night(백야)’에서 국내 최초 첼로로 녹음 및 연주해 첼로 레퍼토리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번 ‘Winterreise’ 음반 역시 그런 기획 의도를 담았다.
‘Winterreise’는 박유신이 연가곡 걸작을 첼로로 연주해 음반으로 내놓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성악 작품이 가진 이야기와 감정의 층위를 첼로의 섬세한 음색과 보잉 기법으로 더욱 정교하게 해석해냈다. 현악기의 가곡 해석에 있어서 첼로라는 악기가 가진 가능성을 한층 더 깊이 탐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음반은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의 시를 음악으로 풀어낸 ‘겨울나그네’ 전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를 기념하여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음반 수록곡인 겨울나그네 전곡뿐만 아니라 첼로 레퍼토리 중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D. 821)’를 연주해 슈베르트의 시적 감수성을 깊이 있게 풀어낼 것이다.
이 두 작품은 31세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 슈베르트의 자화상과 같다. 그의 불우하고 황량한 삶을 반영한 시리고 쓸쓸한 선율은 그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겨울나그네’는 삶의 마지막에서 느낀 사랑과 고독,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사색이 표현된 작품이다.
낭만주의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나그네의 감정과 사유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세상에서 버림받은 나그네의 정처 없는 방랑의 여정을 함께 걷게 한다. 감상자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석과 여지를 열어놓는 ‘내면의 연가곡’을 ‘Winterreise’를 통해 박유신의 첼로로 만나볼 수 있다. 가사와 말이 없어진 흔적 위에서 첼로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가사의 한계를 넘어서는 깊은 감동을 전할 것이다.
독일 뤼벡 국립음대 교수이자 리트(lied) 전문 피아니스트로도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가 그의 첫 솔로 앨범인 ‘시인의 사랑’에 이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음반은 지난해 11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을 마쳤다. 자타공인 독일 음악 스페셜리스트인 두 아티스트가 쌓아온 독일 가곡 레퍼토리를 재해석하여 선보이는 이번 리사이틀은 한층 깊어진 그들의 음악적 교감을 유감없이 발휘할 예정이다.
‘겨울나그네’ 음반 발매기념 리사이틀 투어 무대는 12월 8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시작으로 12월 1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2월 1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12월 18일 인천동구문화체육센터로 이어진다.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음반 녹음 파트너인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히는 직접 내한하여 13일과 18일 공연에 함께 오른다. 8일과 11일 공연은 국내외 실내악 무대에서 전천후 활약하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함께한다.
/eunki@classicbiz.kr
저작권자 ⓒ ClassicBiz,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