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오는 9월 서울 등 4곳서 국내 투어를 연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는 야구로 치면 ‘공을 끝까지 잡고 있는 투수’를 연상시킨다. 마지막 한순간까지 소리가 손가락을 떠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소리 하나하나에 영혼의 조각 같은 것이 따라붙는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2’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적확한 표현이다.

정경화는 우리 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한국인 클래식 음악가의 이름을 알린 선구자다. 콩쿠르 우승 직후 뉴욕 필하모닉, 시카고 심포니 등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백악관 갈라 콘서트 무대에도 섰고, 유럽 전역에서 언론과 관객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

당시 동양인 연주자가 드물어 그의 활약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데카, RCA, 도이치 그라모폰, EMI 등 세계적인 레이블과 함께 주요 바이올린 레퍼토리 대부분을 녹음하며 폭넓은 디스코그래피를 구축해 왔고,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5년 부상으로 인해 연주 활동을 잠시 중단했지만, 2010년 복귀 후 여전한 카리스마와 깊이 있는 음악으로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2016년에는 15년 만에 발표한 앨범인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워너클래식)를 통해 경지에 오른 대가의 면모를 보여줬다. 2023년에는 동생이자 지휘자인 정명훈과 오랜만에 듀오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는 오는 9월 서울 등 4곳서 국내 투어를 연다. ⓒ크레디아 제공


‘대한민국의 전설’ 정경화가 오랜 음악적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9월 24일(수) 오후 7시 30분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오는 11월 예정된 정경화의 미주 투어를 기념해 열리는 한국 투어다. 정경화와 케빈 케너는 서울을 포함해 평택(9월 13일), 고양(9월 21일), 통영(9월 26일)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어지는 미주 투어에서는 2017년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섰던 무대 이후 8년 만에 다시 오르게 되는 뉴욕 카네기홀(11월 7일)을 비롯해 매사추세츠 우스터 메카닉스홀(11월 2일), 뉴저지 프린스턴 매카터 극장(11월 5일), 캐나다 토론토 코너 홀(11월 9일) 등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정경화의 대담함으로 빛나는 눈부신 연주. 순수한 세련미의 결정체”(디아파종) “케빈 케너의 지성과 상상력, 피아니즘은 강렬하고 우아하다.”(워싱턴 포스트)

케빈 케너는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라고 표현할 만큼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듀오 파트너다.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위없는 2위, 폴로네즈상 수상자였던 그는 이번 한국 투어뿐 아니라 정경화의 미주 투어에도 동행한다. 또한 2025년 제19회 쇼팽 콩쿠르에서는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올해 데뷔 58년 차를 맞은 77세의 거장 정경화는 드뷔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L.140)’, 슈베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D.934)’, 쇤베르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Op.47)’, 프랑크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A장조’를 들려준다.

‘정경화 & 케빈 케너 듀오 리사이틀’의 롯데콘서트홀 공연 티켓 가격은 5만~14만원이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