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재일에게 위촉한 신작 ‘Inferno(지옥)’를 오는 9월 25일과 26일 세계 초연한다. 정재일이 지난 2023년 12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의 콘서트를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재일에게 위촉한 신작을 공개한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은 취임 전부터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정재일은 “서울시향과 작업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화답하며 신작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을 통해 폭넓은 음악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정재일과 서울시향의 특별한 협업은 기대를 모았다.
얍 판 츠베덴의 지휘로 서울시향은 정재일의 ‘Inferno(지옥)’를 세계 초연한다. 오는 9월 25일(목)과 26일(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정재일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 소설은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황제 쿠빌라이 칸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55개의 환상 도시를 묘사한다. 정재일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해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형상화했다.
‘Inferno’는 약 18분 동안 ‘지옥’이라는 주제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강력한 화음으로 거대한 지옥의 문이 열린다. 소용돌이와 함께 혼돈으로 가득한 지옥의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잠시 평온이 흐른 뒤 불협화음이 얽히며 비극적 절정에 도달한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음형이 잔잔한 물결처럼 펼쳐지며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음색의 밀도가 극적 서사를 구현하며, 칼비노의 마지막 문장들이 음악과 결속되면서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라’는 해답에 이르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얍 판 츠베덴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한다. ⓒ서울시향 제공
이어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무대에 선다. 박재홍은 2021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 이후 라흐마니노프 작품으로 서울시향이 협연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텅취 촹 지휘로 협주곡 3번을, 2023년 마르쿠스 슈텐츠 지휘로 협주곡 2번을 연주한 데 이어 이번에는 판 츠베덴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펼친다.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작품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주제로 삼아 24개의 변주로 풀어낸 대규모 작품이다. 각 변주는 짧지만 개성이 뚜렷하며 긴장과 유머, 어둠과 낭만, 그리고 눈부신 기교와 다채로운 색채가 펼쳐진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대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곡으로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낭만적 서정과 재치를 느낄 수 있다.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이 정재일 작곡의 ‘Inferno’를 세계 초연한다. ⓒ서울시향 제공
피날레는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브람스가 20여 년에 걸쳐 완성한 그의 첫 교향곡이자 브람스의 젊은 생애가 고스란히 담긴 대작이다. 고전주의 형식 위에 낭만주의 시대의 감성이 흐르는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로부터 ‘베토벤의 교향곡 10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장중하고 긴장감 넘치는 비장한 서주로 시작해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과 밝고 우아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특히 마지막 4악장에서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하는 승리와 환희의 순간이 절정을 이루며 마무리한다.
서울시향이 선보이는 ‘2025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의 티켓은 좌석 등급별 1만~12만원이며, 서울시향 누리집(www.seoulphil.or.kr)과 콜센터(1588-1210)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서울시향 누리집 회원은 1인 4매까지 1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만 24세까지 회원은 본인에 한해 40%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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