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구·박상욱 “음악쾌감은 실내악이 최고”...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올해는 갤러리서도 개최

4월23일부터 5월5일까지 ‘가족’ 주제로 열네차례 콘서트
​​​​​​​19세기 여성 작곡가 조명한 ‘선구자’ 등 이색 무대 눈길

민은기 기자 승인 2024.04.22 10:47 | 최종 수정 2024.04.24 16:59 의견 0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예술감독 강동석, 피아니스트 박상욱(왼쪽부터)이 202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환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솔리스트로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데 실내악에 적응을 못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어요. 하지만 실내악을 제대로 못하는 음악가는 좋은 음악가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강동석 음악감독)

“실내악을 할 때면 ‘그래 이게 클래식 음악의 중심이었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게 바로 이런 거지’라는 마음이 들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솔리스트의 꿈을 향해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던 사람들끼리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박상욱)

‘실내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관객들의 지평을 넓혀온 서울스프링실내축제(SSF)가 4월 23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윤보선 고택, 아트스페이스3 등에서 모두 열네 차례 팬들을 만난다. 특히 올해는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리는 갤러리 콘서트를 신설해 무대를 확장했다.

‘음악을 통한 우정’이라는 모토로 2006년에 시작돼 올해 19회를 맞은 페스티벌에는 더욱 다양한 음악가들이 함께 한다. 최근 MBC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화제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신박듀오’로 활약 중인 피아니스트 박상욱, 그리고 대한민국 앙상블의 자존심인 ‘노부스 콰르텟’ ‘아벨 콰르텟’ 등 6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예술감독 강동석이 202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SSF의 출발부터 함께 한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내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솔로는 열심히 연습해서 자기 것만 하면 되지만, 실내악은 다른 사람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며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내악의 매력은 레퍼토리에 있다. 좋은 곡들이 무수히 많은데 청중들은 알려진 곡들을 주로 듣는다. 연주자들도 그렇다”라며 “비록 덜 알려졌지만 좋은 작품들을 찾아내서 소개하고 들어볼 기회를 주는 것이 서울스프링페스티벌의 의무다”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니 구와 박상욱도 “실내악은 알고 보면 굉장히 매력 있는 분야다”라고 입을 모았다. 대니 구는 2020년부터, 박상욱은 2018년부터 SSF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202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대니 구는 “솔리스트로 활동하면 어두운 방에서 거울만 바라보며 계속 연습해야 하고 스스로를 지적하며 발전해 나가야 하는 우울한 면이 있다”라며 “하지만 실내악은 서로 의지하면서 합주하면서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가는 매력이 있다”고 비교했다.

이어 “이제는 대학교에 다니거나 레슨을 주기적으로 받는 게 아니다 보니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음악적 의견을 들을 기회들이 적다”며 “실내악을 하면 배우는 것도 많고, 마치 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는 것처럼 클렌징하는 느낌도 받는다”고 말했다.

대니 구는 개막무대를 포함해 총 4회 공연에 출연한다. 어린이날 전날인 5월 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 ‘유머레스크’에서는 음악 퍼포먼스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주형기의 연출로 노래와 연기도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해석해서 폭넓게 담아낸다,

강 감독은 “음악가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족을 여러 가지 시선으로 다양하게 살펴봤다”며 “몇 세대에 걸쳐 음악을 하는 가족들이 있고, 현악4중주 그룹은 친가족보다도 파트너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등 새로운 패밀리다”고 밝혔다.

피아니스트 박상욱이 202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박상욱은 “올해 콘셉트와 실내악이 잘 맞는다”며 “남남인데도 불구하고 가족 같은 끈끈한 사이들이 있다”고 공감했다. 이어 “특히 피아니스트는 혼자 무대를 헤쳐가야 해서 더 외롭다”며 “신박듀오로 10년 넘게 활동하니 음악적인 영혼의 파트너가 있다는 점을 모두를 부러워한다”고 전했다. 그는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리는 갤러리 콘서트 ‘선구자’를 비롯해 총 2회 공연에 출연한다.

축제 기간에는 ‘가족’의 의미를 동일한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들, 시대를 앞선 선구자적 작곡가들 등 여러 각도에서 해석한 공연이 열린다.

클라라 슈만, 보니스 등 시대를 앞서갔던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집중 조명한 갤러리 콘서트 ‘선구자’(4월 29일)가 열린다. 이날 갤러리에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만을 전시해 음악과 미술의 콜라보를 추구한다. 조영찬·이화윤, 무히딘 뒤뤼올루·마리 할린크, 제이미 라데도·샤론 로빈슨 등 부부 음악가들의 무대 ‘나보다 나은 반쪽’(5월 3일), 베토벤과 브람스 등 조국을 떠나 타국에 정착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주는 공연 ‘방랑자’(4월 24일) 등이 준비돼 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공연 ‘클래시컬 패밀리’(4월 23일)에서는 고전파 음악가들의 고전적 작품을 연주하고, ‘비극의 패밀리’(4월 26일)에서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한 국가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작곡가들을 다룬다.

폐막공연은 ‘비극의 피날레’(5월 5일)라는 타이틀로 눈길을 끈다. 그라나도스, 무소륵스키, 도니제티 등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이한 작곡가들의 곡을 들려준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고택음악회(4월 27일)에서는 쇼팽 서거 175주년, 푸치니&포레 서거 100주년, 드보르자크 서거 120주년,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서거 125주년,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예술감독 강동석, 피아니스트 박상욱(왼쪽부터)이 202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제공


강 감독은 축제를 20년 가까이 이어온 소감을 묻자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다”며 “축제를 시작할 때만 해도 실내악 축제가 거의 없었고, 규모가 큰 축제는 SSF가 최초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스스로 좋아하며 열정을 갖고 함께 해준 연주자들 덕에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다”며 “연주자 입장에서도 즐기며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정적인 어려움도 살짝 내비쳤다. 그는 “많이 안정됐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언젠가는 해외 유명 페스티벌처럼 프로그램을 안 보고도 몇 달 전에 표가 매진될 정도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한편 올해 축제에는 뉴 페이스들이 대거 합류했다. 2023년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2018년 프림로즈 국제콩쿠르 최연소 우승자인 비올리스트 이해수, 윤이상국제콩쿠르를 시작으로 다수의 국제 콩쿠르 입상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마리 할린크가 있다.

2009년 바이올리니스트 알렉세이 이구데스만과 앙상블로 SSF를 찾았던 주형기는 피아니스트이자 ‘가족음악회’의 연출이라는 새로운 역할로 축제에 참여한다.

새로운 앙상블로는 국내 유일의 실내악 콩쿠르인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2023년 우승팀이자 2023년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금관5중주 부문 우승팀인 벤투스 브라스 퀸텟이 함께하며,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제이미 라레도와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이 결성한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이 최초의 리사이틀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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