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사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뉴욕 필하모닉은 11년 만의 방문이다. ⓒBenjamin Suomela/마스트미디어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지휘자가 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공연이었다.”(바흐트랙)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경이로운 기교와 깊은 지적 통찰력을 지닌 위대한 피아니스트다.”(뉴욕 타임즈)
‘미국의 음악적 자부심’ 뉴욕 필하모닉이 무려 11년 만에 내한 공연을 연다. 이들은 거장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과 현존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함께 오는 6월 27일(금)과 28일(토)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팬들을 만난다.
서로 다른 두 프로그램으로 이틀간 무대를 꾸밀 뉴욕 필하모닉은 베토벤의 주요 협주곡과 교향곡부터 라벨, 드뷔시, 베를리오즈가 남긴 프랑스 음악사의 걸작을 연주해 고전과 낭만이 어우러진 무대로 모든 이의 가슴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뉴욕 필하모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위대한 기회이자, 최고의 오케스트라다.”(주빈 메타) ‘미국 클래식 음악의 심장’으로 불리는 뉴욕 필하모닉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로 1842년 창단됐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끊임없이 현대적인 레퍼토리와 실험적인 작품에 열정을 쏟으며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세계 초연한 것을 비롯해 바그너, 브루크너 등 대가들의 작품을 미국 무대에 처음 소개하며 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구스타프 말러,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쿠르트 마주어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며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2026년에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새로운 음악감독 취임을 앞두고 있어, 이들이 보여줄 새로운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다. 뉴욕 필하모닉은 11년 만의 방문이다. ⓒBartek Barczyk/마스트미디어 제공
또한 뉴욕 필하모닉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2008년 평양에서 열린 역사적인 공연을 통해 음악을 통한 문화 외교의 새 장을 열었고,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해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과 미국이 음악으로 이어지는 벅찬 순간을 만들었다. 이처럼 음악으로 깊이 연결된 이들의 내한 공연에 국내 관객의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지휘자와 협연자의 조합 또한 주목할 만하다. 지휘는 ‘클래식 음악계 혁신을 이끄는 거장’ 에사페카 살로넨이 맡는다. 핀란드 출신의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그는 열린 접근과 독창적인 해석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는 뉴욕 필하모닉이 지향하는 음악적 비전과도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명확하면서도 분명한 깊이의 감성으로 청중들에게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을 이해시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해석으로 무대를 장악할 것이다.
협연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명실상부 이 시대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연주가 공연의 절정을 이룬다. 대중적인 활동보다 예술적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삼는 철저한 완벽주의자 짐머만의 음악은 희소성 속에서 더욱 빛나며 그의 연주는 언제나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되지만, 이번 공연은 그 중에서도 각별하다.
짐머만은 오랜만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2003년 리사이틀 이후 무려 22년 만에 그 무대로 돌아오며,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예술의전당에 울려 퍼질 그의 연주는 그 자체로 감동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2018년 살로넨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내한 이후 7년만의 협연이라는 점까지, 그의 음악을 갈망해온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공연임이 분명하다.
에사페카 살로넨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오는 6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다. 뉴욕 필하모닉은 11년 만의 방문이다. ⓒBrandon Patoc/마스트미디어 제공
이번 공연이 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2009년 LA 월트 디즈니 홀에서 고국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군사 정책을 비판하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에서 더 이상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짐머만은, 이후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왔다. 그리고 마침내 1979년 자신의 미국 데뷔 무대를 함께했던 뉴욕 필하모닉과 1996년 이후 약 30여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다.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문이 열리는 이번 공연은, 그의 음악적 여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에사페카 살로넨, 크리스티안 짐머만,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은 이틀간 고전과 낭만을 아우르는 작품들로 예술의전당을 황홀경에 빠뜨린다. 첫째 날은 짐머만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으로 시작된다. 서정성과 혁신이 결합된 이 작품은 살로넨의 정밀한 해석과 뉴욕 필하모닉의 세련된 연주, 그리고 짐머만의 깊이 있는 해석이 더해져 특별한 울림을 전할 것이다. 이어지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에서는 베토벤의 대담한 음악적 비전과 뉴욕 필하모닉의 웅장한 사운드가 만나 강렬한 무대로 관객을 압도할 것이다.
둘째 날 공연은 프랑스 음악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1부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으로 시작해 드뷔시의 ‘바다’로 이어진다. 동화적인 상상력부터 바다의 찬란한 움직임까지, 살로넨이 섬세하게 그려내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대미를 장식하며, 극적인 이야기와 강렬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압도적인 피날레를 선보인다.
에사페카 살로넨, 크리스티안 짐머만, 그리고 뉴욕 필하모닉이 선사할 이틀간의 전설적인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선 예술적 경험을 선물할 것이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에사페카 살로넨 & 뉴욕 필하모닉 with 크리스티안 짐머만’의 티켓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다. 6월 27일(금) 티켓 가격은 R석 53만원, S석42만원, A석 31만원, B석 20만원, C석 10만원. 6월 28일(토) 티켓 가격은 R석 48만원, S석 39만원, A석 29만원, B석 19만원, C석 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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