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이 ‘Within(마음 깊은 곳)’이라는 부제로 오는 8월 13일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오랜만에 리사이틀을 연다. ⓒ스테이지원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송지원의 별명은 ‘콩쿠르 퀸’이다. 한국 바이올리니스트 중 가장 많은 수의 국제 콩쿠르(WFIMC 등재)에서 입상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2016년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1위 및 청중상, 2014년 중국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1위 및 특별상, 2014년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드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2012년 샤트 현악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는 등 콩쿠르 최다 우승 경력으로 유명하다. ​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송지원은 한예종 예비학교, 클리블랜드 음악원 예비학교를 거쳐 커티스 음악원,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과정, 줄리어드 음악원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했다. 2022년부터는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동감 넘치는 음색과 섬세한 해석으로 관객을 사로잡는 송지원이 오는 8월 13일(수)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Within(마음 깊은 곳)’이라는 부제 아래 오랜만에 펼쳐지는 이번 독주회에서 송지원은 콩쿠르 퀸에서, 연주자, 교육자,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그 동안 안에 차곡차곡 담아왔던 이야기를 한 올 한 올 엮어 음악으로 전한다. 그만큼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송지원은 외젠 이자이의 부성애 가득한 곡을 오프닝에 넣었다. 긴 연주여행 중 막내아들 앙투완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위해 작곡한 자장가 ‘어린이의 꿈(Op.14)’을 첫 곡으로 들려준다. 송지원은 “갓난아기였던 아기를 품에 안고 바라보며 재울 때 느꼈던 보호 본능, 아기의 순수함과 연약함, 아기를 향한 벅찬 사랑 등 처음으로 마주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되살아나게 하는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프란츠 슈베르트의 ‘9개의 환상곡’ 중 바이올린과 피아노 편성으로 작곡한 유일한 곡으로, 기교와 서정성이 번갈아 나타나 환상곡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작품이라 일컬어지는 ‘환상곡 C장조(Op. posth. 159, D 934)’를 연주한다.

“슈베르트의 환상곡은 오랫동안 연주하고 싶었던 곡으로, 사실 이번 프로그램은 이 곡을 중심으로 구상하게 됐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결정적인 걸작이라고 생각돼 꼭 무대에 올리고 싶었다. 슈베르트 특유 내면의 정서가 느껴지며, 그의 생애 말기, 사망 1년 전에 작곡된 이 곡은 슬픔과 고독이 서려있지만, 동시에 진솔하고, 꾸밈없고, 따뜻하고 온화하며, 겸손하고, 재치 있는 면모들이 공존한다. 기교적으로는 매우 어렵고 까다롭지만, 기교를 과시하기보다는 슈베르트 특유의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이 돋보이는 것이 마치 대외적인 인정보다는 내면의 세계에 몰두했던 그의 성격을 반영하는 듯해, 더욱 마음이 가고, 소중히 다루게 되는 곡이다.”

천재 작곡가 릴리 불랑제가 이틀 만에 작곡한 작품으로 사색적이고 내성적인 ‘녹턴’과 병에서 회복되어 가던 시기에 작곡해 기쁨에 넘치는 ‘코르테제(행진)’도 준비했다. 송지원은 “서로 대조적인 분위기를 지닌 작품으로, 전자는 사색적이고 내성적인 반면, 후자는 밝고 경쾌하며 아이 같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곡이다”라며 “두 곡 모두 우리 안에 있는 서로 다른 내면의 결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이번 프로그램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송지원은 피날레 곡으로 로베르트 슈만이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다비트에게 헌정했으며, 그의 이름 David의 철자에서 얻은 D.A.D.F의 네 음으로 시작되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Op.121)’을 연주한다.

“이 작품도 사실 오랜 위시리스트에 있었던 곡이다. 1번 소나타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던 슈만이 다시 작곡한 작품으로, 보다 길고 무게감이 있으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다. 처음 이 곡을 접했을 때, 인상적인 모티브로 시작하는 도입부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 여운이 오래 남아 꼭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슈만 특유의 극적이고 드라마틱한 감정의 폭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라 생각한다.”

송지원은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다층적인 모습과 감정을 담아내고자 하였으며, 여리고 섬세한 감정부터 드라마틱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그는 “그 동안의 내적 변화들이 음악에도 고스란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이전보다 조금 더 깊어진 음악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2021년 독주회 때부터 함께 연주해 온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호흡을 맞춘다. 라쉬코프스키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2위, 일본 하마마츠 피아노 콩쿠르 1위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다. 현재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연 프로그램 중 슈베르트의 ‘환상곡 C장조’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파트 모두 연주하기 무척 까다로운 곡으로,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슈베르트 ‘환상곡 C장조’의 피아노 파트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전부를 합친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온 라쉬코프스키와 함께 연주하며 음악적 대화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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