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배다해, 시인 나태주, 수상자들이 제3회 음그 작곡 공모전 당선작 무대 ‘여운; 스며들어, 네 곁에 머무는 노래’를 마친 뒤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음그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신승민 작곡가의 ‘달밤’이 올해 세 번째를 맞은 ‘음그 작곡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에 곡을 붙인 ‘달밤’은 서정적인 선율과 시의 정서를 조화롭게 담아내, 노래를 부른 가수 배다해와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음악 교육기관 음그(EUMG)가 주최한 제3회 작곡 공모전 당선작 무대 ‘여운; 스며들어, 네 곁에 머무는 노래’가 지난 30일 서울 서초동 로데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올해 세 번 째를 맞은 이 프로젝트는 시와 음악을 잇는 새로운 노래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해마다 큰 기대를 모아왔다.
이번 무대는 가수 배다해가 뮤즈로 참여해 더욱 주목 받았다. 그는 나태주 시인의 시에 선율을 붙인 80여곡을 직접 불러 본 뒤, 그중 마음을 울린 7곡을 최종 본선작으로 선정했다.
본선에 오른 곡은 김수진의 ‘목련꽃 낙화’, 봉준영의 ‘너를 두고’ 김형진의 ‘가을 고백’, 김요환의 ‘봄의 사람’, 남진경의 ‘이름 부르기’, 이유민의 ‘목련꽃 낙화’, 그리고 신승민의 ‘달밤’이다. 배다해가 피아니스트 김명현의 반주에 맞춰 7곡을 모두 불렀다.
공연을 마친 뒤 배다해의 평가 50%와 청중투표 50%가 합산돼 신승민 작곡가의 ‘달밤’이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올해는 공모전의 특전이 확대돼 대상 1곡뿐 아니라 특상 2곡도 함께 선정했다. 청중투표에서 2등과 3등을 차지한 이유민의 ‘목련꽃 낙화’와 남진경의 ‘이름 부르기’가 그 주인공이다.
가수 배다해가 제3회 음그 작곡 공모전 당선작 무대 ‘여운; 스며들어, 네 곁에 머무는 노래’에서 본선작들을 부르고 있다. ⓒ음그 제공
세 곡 모두 배다해의 목소리로 녹음되며, 대상곡은 음원으로 발매되고 특상 2곡 역시 그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로써 참여 작곡가들의 작품이 무대를 넘어 대중과 더 폭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음그 작곡 공모전은 ‘오늘날의 작곡가, 오늘날의 시, 오늘날의 노래’를 모티브로 진행되며, 매회 한 명의 시인과 한 명의 가수가 짝을 이룬다. 1회는 시인 박준과 가수 구본수, 2회는 시인 원태연과 가수 이해원, 그리고 올해는 시인 나태주와 가수 배다해가 함께했다. 현재 한국 문단과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창작자들이 참여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의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 함께한 나태주 시인은 ‘풀꽃’으로 널리 알려진 서정 시인이자 교과서와 광고, 드라마 OST 등에서 폭넓게 인용되는 대표적 작가다. 그는 공연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사회를 맡은 정은지 아나운서와 짧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며 관객과 교감해 큰 호응을 얻었다.
나 시인은 “좌절했을 때 상심에 빠져있지만 말고 땅을 짚고 일어나라”며 “제가 쓴 대부분의 시는 여자에게 차인 후 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자신의 시 ‘멀리서 빈다’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는데,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에서 관객 모두는 뭉클함을 선물 받았다.
제3회 음그 작곡 공모전 당선작 무대 ‘여운; 스며들어, 네 곁에 머무는 노래’에서 본선에 오른 작곡가들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음그 제공
뮤즈로 함께한 배다해는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KBS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에서 ‘천상의 목소리’라는 호평을 받으며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여러 뮤지컬에서 주연을 맡고 다양한 드라마 OST에 참여하는 등 폭넓은 활동을 이어온 아티스트다. 그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노래 작품들을 해석하며, 특유의 맑고 섬세한 목소리로 무대를 채웠다.
배다해도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그는 “일곱 곡 중 ‘이름 부르기’를 제외한 여섯 곡은 연습할 때 펑펑 울었다”며, 다시 감정이 북받치는 듯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곱 곡의 감정, 일곱 가지 색깔로 부른 노래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도록 스며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음그의 최종열 대표는 “이번 공모전은 단순히 곡을 선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늘날의 작곡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할 수 있도록 돕는 장이다”라며 “앞으로도 음악과 시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 나가겠다. 작곡가들이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곡이 오래도록 사람들 마음속에 머물 수 있도록 음그가 책임감을 가지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음그는 교육과 무대를 동시에 준비하며, 단순한 발표의 기회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이 길이 쉽지 않더라도, 작곡가들이 음악가로 자리 잡는 순간까지 늘 곁에서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은 한 달 전 이미 전석 매진되며 화제를 모았고, 현장에서는 뜨거운 박수와 함께 참여 작곡가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달밤>
어수룩히 숙어진 무논 바닥에
외딴집 호롱불 깜박이는
산이 내리고
소나기처럼 우는
개구리 울음에
물에 뜬 달이 그만 바스라지다.
달밤.
안개는 피어서 꿈으로 가나.
물에 절은 쌍꺼풀눈
설운 네 손톱을.
한 짝은 어디 두고
홀로이 와서
입안에 집어넣고 자근자근 씹어주고 싶은
네 아랫입술 한 짝을.
눈물 아슴아슴
돌아오는 길
어디서 아득히 밤뻐꾸기 한 마리
울다말다 저 혼자도 지치다
나 혼자 이슬에 젖는 어느 밤
/park72@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