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방 작가는 11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제주갤러리에서 ‘마이 라이프(MY LIFE)’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양 작가의 작품 ‘Footmark’. ⓒ제주갤러리 제공


[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조각가 양용방은 오랜 시간 일상의 폐기물·식기·사용된 도구들을 재료 삼아 인간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조각 기법에서 벗어나 사물에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양용방이 ‘마이 라이프(MY LIFE)’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11월 26일(수)부터 12월 15일(월)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제주갤러리(인사아트센터 B1)다. 그동안 작가가 탐구해온 ‘사물과 인간의 협력’이라는 주제를 한층 확장해 보여준다.

산업사회 이후 대량생산과 소비, 그리고 버려진 것들이 쌓아 올린 오늘의 현실을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로 재구성한다.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적 상징성을 담은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작가의 작업은 일상의 사소한 도구를 통해 인간의 삶, 욕망, 순환을 읽어내는 데서 출발한다. 숟가락, 냄비 뚜껑, 버려진 주방도구와 같은 생존의 도구들은 때로는 애벌레의 형상으로, 때로는 정원의 연잎이나 생활 소음을 품은 오브제로 변주되며 인간 존재의 근원성과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Footmark’는 작가의 나이와 같은 숟가락 65개가 모여 애벌레 형태를 이루는 작품이다. 밥벌레로 살아온 날들을 회상하듯, 모든 인간의 생애란 결국 밥을 먹기 위해 살아온 존재라는 것을 되새겨준다.

양용방 작가는 11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제주갤러리에서 ‘마이 라이프(MY LIFE)’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양 작가의 작품 ‘It’s not a Chanel bag’. ⓒ제주갤러리 제공
양용방 작가는 11월 2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제주갤러리에서 ‘마이 라이프(MY LIFE)’는 타이틀로 전시를 연다. 사진은 이번에 전시되는 양 작가의 작품 ‘Bravo my life’. ⓒ제주갤러리 제공


산업 폐기물로 만든 명품백이나 프라이팬 위에 놓인 현대적 욕망의 기호들은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욕망과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은유한 작업들은 삶의 순환과 책임을 되묻는다.

‘It’s not a Chanel bag’은 소비사회의 꽃이라고 말하는 명품의 이미지를 폐품으로 패러디해 소비사회의 욕망과 아이러니를 드러냈다. 산업폐기물이 ‘명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화려한 소비의 이면과 자본주의적 욕망의 민낯을 풍자한다.

‘Bravo my life’는 컴퓨터·유튜브·비트코인 등 자본주의 욕망의 상징들이 실제 프라이팬 위에 배치된 작품이다. 현대인의 삶을 비추는 하나의 은유적 장면이다. 익숙한 생활 도구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풍요와 욕망의 이면을 드러내며, 바라보는 이의 초상을 비춘다.

이렇게 작가는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삶과 욕망, 그리고 그 이면을 포착하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양용방의 작업은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에 새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의 확장으로, 특유의 위트와 풍자를 통해 ‘MY LIFE’라는 보편적 삶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의 작품 속 평범한 오브제들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삶의 단면을 드러내며, 관람객에게 자신의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심각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유머와 현실 감각은 일상 속 사소한 기쁨을 재발견하게 하고, 사물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온 삶의 풍경을 현재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도구들이 어떻게 우리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는지를 체험하게 하며, 각자의 ‘MY LIFE’를 돌아보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삶은 늘 어려우면서도 즐겁고 또 쓸쓸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결국 사소한 일상에서 나온다. ‘MY LIFE’는 무거운 담론보다는 우리의 일상, 그리고 우리가 살아낸 시간들을 사물의 목소리로 되돌려주는 전시다.

양용방 작가의 ‘MY LIFE’는 2025 제주갤러리 공모 선정작가 시리즈로 올해 8번째 순서의 전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가 주최·주관하며, 제주 출신 작가들이 서울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지역성과 한국성을 새롭게 논의하는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unki@classicbiz.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