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비즈 민은기 기자] “협주곡 두 곡을 연달아 치면 몸은 힘들지만 음악적으로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8월의 마지막 밤에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한꺼번에 들려준다. 7200여 객석으로 이루어진 야외 노천극장에서 못잊을 추억을 선사한다.
조성진은 오는 8월 31일(수) 오후 7시 30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야외 공연을 갖는다.
클래식 음악기획사 크레디아는 2010년부터 조수미, 정명훈, 요요마,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적 거장들과 함께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이 공연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크레디아 프롬스(Credia Proms)’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여는데 그 첫 시작을 조성진이 장식한다.
원래 크레디아 프롬스는 지난해 열려고 했으나 코로나19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잠정 연기돼 이번에 1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울 공연 하루 전인 30일에는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같은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프로그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성진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을 연주한다. 국외 무대에서 간혹 두 곡을 연주한 적은 있지만, 국내 공연에서 조성진의 협주곡 두 곡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그가 연주하는 쇼팽 협주곡 전곡이라면 클래식 애호가들이 절대 놓칠 수 없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협주곡 1번은 2015년 쇼팽 콩쿠르 당시 조성진에게 우승을 안겨주었던 결선곡이다. 이듬해 도이치그라모폰(DG) 첫 정규 앨범을 발매했을 때 수록한 곡도 역시 1번이었다. 조성진은 1번을 “2번보다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이나 음악적 요소가 많은 곡이다”라고 설명한다. 쇼팽 콩쿠르에서 이 곡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협주곡 2번은 조성진이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곡이다. 해외에서도 이 곡을 그렇게 자주 연주하지 않았던 그가 2018년 BBC 프롬스 데뷔 무대에서 선보였을 때 옵저버(The Observer)로부터 ‘진정한 품위와 세련미 갖춘 연주자’라는 평을 받게 한 곡이기도 하다.
조성진은 “2번이 1번보다 더 여성적이고 우아하게 표현해야 하는 대목이 많아 신경 쓰인다”며 “2번을 연주할 땐 작곡 당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번민했던 열아홉 살의 쇼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 그의 손끝에서 완성될 쇼팽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기대된다.
이번 공연에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창단해 올해 25주년을 맞이하는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함께한다. 조성진과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2017년 10월 이탈리아 처음 호흡을 맞췄다. 성공적인 첫 만남 이후 2018년 독일에서 재초청 공연이 이루어졌고, 4년 만에 한국에서 이들의 재회가 성사됐는데 재미있게도 이 모든 공연의 프로그램은 쇼팽 협주곡 1번과 2번이다. 지휘자 없는 악단인 크레메라타 발티카와 조성진의 호흡이 어떻게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공연의 묘미가 될 것이다. 크레메라타 발티카는 쇼팽 녹턴 Op.62-2번도 연주한다.
쇼팽 협주곡 외에도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함께 꾸미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조성진과 김한은 예원학교에서 선후배로 만나 1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2년 전 소프라노 임선혜 데뷔 20주년 공연에서 깜짝 게스트로 함께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무대다. 오프닝을 맡은 김한과는 풀랑크 클라리넷 소나타와 거슈윈 프렐류드 1번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실내악에서 협주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나는 조성진의 연주 외에도 야외의 자유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그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연세대 노천극장은 객석수가 7200석이다. 플로어까지 활용하면 더 많은 관객이 입장할 수 있다. 조성진 공연은 늘 ‘광클(표를 사기 위해 미친 듯이 클릭하는 것)’ 전쟁이 수반되는데 이번 공연도 몇분만에 매진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크레디아 프롬스-조성진 그리고 쇼팽’ 티켓은 7월 14일(목)~15일(금)에 오픈된다. 7만~1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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