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기적 같은 연주’ 찬사...75분 리허설만 하고 카네기홀 대타 출연

3년 만에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에 미국 언론들 극찬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3.01 20:13 의견 0
조성진이 지난 25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과 협연하고 있다. ⒸChris Lee·카네기홀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숙련된 음악을 들려줬고, 기적 같은 연주 솜씨를 보여줬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연주자의 대타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 선 조성진에게 미국 언론의 극찬이 이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지난 25일 카네기홀에서 빈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 조성진에 대한 리뷰 기사에서 “공연을 그저 해낸 데 그치지 않고, 악보 없이 연주하면서 비할 데 없는 섬세한 연주를 했다”고 평가했다.

당초 이날 공연은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에 역시 러시아 피아니스트인 데니스 마추예프가 협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지지한 것이 문제가 돼 공연에서 배제됐다.

이에 따라 빈필하모닉 지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야닉 네제 세갱이 맡게 됐고, 마추예프의 빈자리는 조성진이 채우게 됐다.

조성진은 카네기홀 측의 ‘SOS’를 받고 독일 베를린에서 7시간 비행 끝에 뉴욕에 도착했다.

NYT는 조성진이 2019년 이후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연주한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빈필하모닉과 협주한 적도 없었고,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것도 처음이었다.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었다. 네제 세겡은 이미 오페라 ‘돈 카를로’ 리허설이 있었기 때문에 빈필, 조성진과 연습할 할 시간을 쉽게 내지 못했다. 90분짜리 공연인데 한자리에서 연습할 시간은 겨우 75분에 불과했다.

이처럼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성진의 연주는 너무나도 훌륭했다는 것이 NYT의 평가다. 감정이나 기교를 부담스럽게 쏟아 붇는 연주가 아닌, 순간적인 감성을 유려하게 표현하는 연주로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조성진은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10월을 앙코르로 연주했다.

당초 예정됐던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가 연주하는 것보다 결과가 나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게르기예프는 세계적인 지휘자이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피아니스트 마추예프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에서는 과도하게 질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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