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안삼 가곡제 더 넓고 깊어졌다...‘이안삼 13곡·다른 작곡가 11곡’으로 구성

8월2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개최...임청화·이현·송기창 등 11명 출연

민은기 기자 승인 2022.07.24 09:10 | 최종 수정 2022.07.24 20:24 의견 0
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선생 2주기를 추모하는 ‘제2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8월 20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이안삼가곡제추진위원회


#1. 두 번째 맞이하는 ‘이안삼 가곡제’가 더 넓고 깊어졌다. 지난해 첫 가곡제는 모두 이안삼의 곡으로만 프로그램을 짰는데, 이번엔 다른 작곡가 9명(강문칠·김광자·김성희·나실인·박경규·이수인·임긍수·정덕기·최영섭)의 작품도 넣어 ‘반반’으로 구성했다. 한국가곡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소개해 가곡제의 위상과 지평을 점차 확대하려는 뜻이다.

선곡에는 시인 20명이 머리를 맞댔다. 고영복·고옥주·공한수·김명희·김성희·김필연·노중석·다빈·문효치·서영순·심응문·이귀자·이명숙·이향숙·전경애·전세원·조재선·최숙영·한상완·황여정은 모두 이안삼에게 노랫말을 준 절친이다. 이들이 신청곡을 적어냈다. 이를 바탕으로 이안삼 가곡 13곡과 다른 작곡가 가곡 11곡 등 베스트 24곡을 골랐다.

#2. 이번 ‘이안삼 가곡제’는 두 사람을 추모한다. 이안삼 작곡가는 2020년 8월 18일 별세했다. 그를 떠나보내고 1년 뒤인 2021년 8월 22일 이수인 작곡가도 타계했다. 이수인 선생(1939년생)은 이안삼 선생(1943년생)보다 네 살 많은 선배인데, 공교롭게도 후배가 저 하늘로 떠난 날 나흘 뒤에 별세했다.

두 사람은 2003년 ‘그리운 금강산’의 최영섭, ‘강 건너 봄이 오듯’의 임긍수와 함께 ‘4인 작곡가회’를 결성해 본격적으로 한국가곡 부흥에 나서는 등 온 힘을 다해 우리 가곡 살리기를 이끌었다. 이수인 작곡가를 기리는 의미를 담아 그의 대표곡 ‘내 맘의 강물’과 ‘바람아’를 1부와 2부에 넣었다.

#3. ‘이안삼 가곡제’ 프로그램북에는 ‘이안삼 선생님을 추억하며’라는 뭉클한 글이 실린다. 이안삼 선생은 오랫동안 김천고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했는데, 당시 제자였던 서수용 김천예고 교장이 쓴 편지다. 서수용 교장은 ‘트바로티’ 김호중을 키워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안삼 선생님은 평생의 은인이다’라며 1976년 첫 만남때 부터의 스토리를 적었다.

“5월의 어느 음악시간, 노래로 수행평가를 받았는데 제 목소리를 듣고는 대뜸 ‘너 이름 뭐야? 오늘 수업 끝나고 음악실로 와’하고 엄명을 내렸어요. 이렇게 ‘간택’을 받아 음악을 시작했어요. 성악의 ‘ㅅ’자도 몰랐던 저를 처절하고 혹독하게 가르쳤습니다. 저희 집안이 원래 불교를 믿었는데, 더 연습해야 한다며 반강제적으로 교회 성가대에 넣기까지 했어요. 이것이 오늘날까지 기독교인으로, 안수집사로, 지휘자로 살아가는 계기가 됐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오페라 단원으로 활동하다 1989년 휴가 때 잠깐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그때 안부 전화를 드렸더니 또 대뜸 ‘너 장가갔니? 내가 지휘하고 있는 김천시 합창단 연습실로 와’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아내를 만났어요. 어찌 이런 인연의 선생님이 계실까요. 진로, 종교, 결혼 등 제 인생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영향을 주셨어요. 아마 선생님과의 인연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와 김호중과의 인연도 없었겠지요. 선생님, 보고 싶습니다.”

제2회 이안삼 가곡제에는 정상의 성악가 11명이 출연한다. 윗줄 왼쪽부터 김민지, 김성혜, 김지현, 이윤숙, 임청화, 정선화. 아랫줄 왼쪽부터 이재욱, 이정원, 이현, 김승철, 송기창, 공연포스터. Ⓒ이안삼가곡제추진위원회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그리움만 남기고 떠나버린 그대여~” ‘제2회 이안삼 가곡제’가 오는 8월 20일(토)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다. 한국 예술가곡의 거장 이안삼 선생 2주기 추모 음악회다.

역시 오랫동안 그와 교류했던 소프라노 김민지·김성혜·김지현·이윤숙·임청화·정선화, 테너 이재욱·이정원·이현, 바리톤 김승철·송기창 등 11명의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김민지는 ‘홀로’(이향숙 시·김문칠 곡)와 ‘마음 하나’(전세원 시·이안삼 곡)를, 김성혜는 ‘자클린의 눈물’(한상완 시·김성희 곡)을, 김지현은 ‘아리랑 연가’(고영복 시·나실인 곡)와 ‘월영교의 사랑’(서영순 시·이안삼 곡)을 부른다.

이윤숙은 ‘가을 연가’(김성희 시·이안삼 곡)를, 임청화는 ‘바닷가 내 고향’(공한수 시·최영섭 곡)과 ‘위로’(고옥주 시·이안삼 곡)를, 정선화는 ‘금빛날개’(전경애 시·이안삼 곡)를 들려준다.

또한 이재욱은 ‘바람아’(홍일중 시·이수인 곡)를, 이정원은 ‘분수의 노래’(이명숙 시·김광자 곡)와 ‘침묵하는 동안’(조새선 시·이안삼 곡)을, 이현은 ‘어느 날 내게 사랑이’(다빈 시·이안삼 곡)와 ‘다시 묻지 않으리’(노중석 시·이안삼 곡)를 연주한다.

김승철은 ‘대관령’(신봉승 시·박경규 곡)과 ‘주목’(심응문 시·이안삼 곡)을, 송기창은 ‘라면 한 입’(김필연 시·정덕기 곡)과 ‘그리움’(황여정 시·이안삼 곡)을 선사한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이성하, 피아니스트 장동인, 첼리스트 강지현, 기획진행 김정주, 기획진행 장장식, 사진작가 김문기. Ⓒ이안삼가곡제추진위원회


멋진 화음을 뽐낼 중창 무대도 펼쳐진다. 김성혜와 이재욱은 ‘파랑새의 꿈’(최숙영 시·임긍수 곡)을, 정선화와 이윤숙은 ‘나 이리하여’(이귀자 시·이안삼 곡)를 노래한다. 6명의 소프라노는 ‘내 맘의 강물’(이수인 시·곡)을, 3명의 테너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이안삼 곡)를 부르고 출연자 모두가 피날레로 ‘내 마음 그 깊은 곳에’(김명희 시·이안삼 곡)를 합창한다.

피아니스트 이성하·장동인, 그리고 첼리스트 강지현이 반주를 맡아 콘서트에 풍성함을 더한다. 시인 김정주(가곡카페 ‘아리수사랑’ 대표)와 장장식(가곡 ‘그대가 꽃이라면’ 작사가)이 기획·진행을 맡는다. 이번 음악제의 포스터·프로그램북은 김필연 시인이 디자인했다. 김문기 작가가 찍은 이안삼 선생의 사진 중 보물 같은 한 컷을 골라 멋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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