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조’ ‘재회’ 시 낭송하는 바리톤 고성현...리음앙상블과 함께 ‘시실내악’ 이색콘서트

2월 11일 밸런타인데이 맞아 예당 IBK챔버홀 공연
피아니스트 노지영도 낭송자로 나와 가슴촉촉 선물

김일환 기자 승인 2023.01.20 12:49 | 최종 수정 2023.01.20 13:41 의견 0
바리톤 고성현(사진)이 리음앙상블과 함께 오는 2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연다. ⓒ리음아트앤컴퍼니 제공


[클래식비즈 김일환 기자] #1. 한국 최고의 바리톤 고성현이 노래를 부를 뿐만 아니라 시까지 낭송한다. 그윽한 저음 보이스에 실려 관객 가슴으로 파고들 시는 김남조의 ‘후조(候鳥)’다. 철에 따라 날아오고 날아가는 새가 철새인데, 이를 한자로 후조(候鳥)라고 한다. “당신을 나의 누구라고 말하리 / 나를 누구라고 당신은 말하리 / 마주 불러볼 정다운 이름도 없이 / 잠시 만난 우리 / 이제 오랜 이별 앞에 섰다” 앞부분이 이 정도이니 뒷부분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2. 리음아트&컴퍼니는 지난 22년간 수많은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올렸다. 그동안 씨줄과 날줄처럼 리음과 인연을 맺은 연주자 5명이 팀을 결성했다. 바로 ‘리음앙상블’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전진주·김효경, 비올리스트 이기석, 첼리스트 최지호, 피아니스트 김은찬 등 5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를 자랑하는 멤버들이다. 서로 눈빛만 봐도 음악이 술술술 나온다. 요즘말도 ‘케미’가 장난이 아니다.

고성현과 리음앙상블이 최고의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쏜다. 오는 2월 11일(토)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연다. 이선희가 불러 히트했고 최근 김호중이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던 동명의 노래(김이나 작사·박근태 작곡)에서 제목을 따왔다.

리음앙상블(사진)과 바리톤 고성현이 오는 2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라는 제목으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연다. ⓒ리음아트앤컴퍼니 제공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한마디로 ‘시(詩)실내악’ 음악회다. 5명이 엮어가는 실내악 연주를 바탕으로 신작가곡과 시낭송이 결합된 이색 공연이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도 뚜렷하다. ‘첫사랑’ ‘사랑, 익다’ ‘헤어질 결심’ ‘재회’ 등 연인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과 재회라는 전통적인 연애의 정석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진부하지 않다. 새롭다. 그래서 경쟁력이 있다. 누구나 감동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프로그램을 짰다.

오프닝은 리음앙상블이 피아졸라의 ‘현악사중주를 위한 탱고 발레(Tango Ballet for String Quartet)’로 연다. 이어 사랑이 싹트는 제1장 ‘첫사랑’이 전개된다.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피아니스트지만 이번 공연에는 시낭송자로 출연하는 노지영이 퍼스트 러브의 충격을 표현한 ‘사랑의 물리학’(김인육 시)을 낭송한다. 그리고 리음앙상블은 보로딘의 ‘현악사중주 2번(Quartet No.2 in D major for Strings)’의 3악장을 연주한다.

제2장은 바라만 봐도 눈에서 꿀물이 떨어지는 ‘사랑, 익다’ 순서다. 역시 노지영이 출연해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백석 시)를 낭송하고 리음앙상블이 베토벤 ‘현악사중주 13번(String Quartet No.13, Op.130)’ 5악장을 연주한다. 그리고 바리톤 고성현이 등장해 절친 작곡가인 우광혁의 ‘사랑이 우리를’을 부른다.

피아니스트 노지영이 오는 2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스토리텔링 콘서트 ‘그 중에 그대를 만나’에서 시 낭송자로 무대에 오른다. ⓒ리음아트앤컴퍼니 제공


그러나 사랑에도 고통이 따르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법. 더욱 단단한 사랑을 맺기 위해 잠시 떨어져있는 시간이 필요하듯 제3장은 ‘헤어질 결심’으로 꾸민다. 고성현이 직접 시낭송을 맡아 김남조 시인의 ‘후조’를 읊는다. 이어 리음앙상블은 쇼스타코비치의 ‘두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5 Pieces for 2 Violins and Piano)’ 중 1곡 플렐류드와 4곡 왈츠를 연주하고, 배턴을 이어받은 고성현은 ‘시간에 기대어’(최진 곡)를 들려준다.

참다운 사랑은 고난을 극복해야 한다. 제4장은 잠시 이별을 결심했던 두 연인이 다시 화해하고 그 이전보다 더욱 뜨거운 사랑을 하는 시간이다. 고성현은 헤르만 헤세의 시 ‘재회’를 낭송하고,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경민(시)과 장민호(곡)의 아름다운 신곡 ‘시간이 흘러도’를 불러 포에버 러브를 그린다. 피날레는 어떻게 될까? 리음앙상블이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Piano Quintet in E-flat Major, Op.44)’ 모든 악장을 연주해 긴긴 사랑의 행복을 표현한다.

‘시실내악’은 예술장르를 구분 짓기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오랜만에 시 속에 음악이 있고, 음악 속에 시와 이야기가 녹아있는 종합예술을 소개하고자 기획한 공연이다. 특히 밸런타인데이에 열리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스다. 티켓은 R석 5만원, S석 3만원이며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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