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싱싱한 세계적 바리톤의 탄생·유지 비법 대방출...‘고성현의 숨’ 출간

호흡에서 시작해 멘탈관리법 등 에세이식으로 정리
‘멈추면 실패, 계속가면 경험’ 촌철살인 멘트도 가득

박정옥 기자 승인 2022.09.12 10:38 의견 0
세계적 바리톤 고성현이 자신의 성악 노하우를 정리한 ‘고성현의 숨’을 출간했다. ⓒ현대문화출판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바리톤 고성현은 올해 두 개의 큰 공연을 마쳤다. 먼저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데뷔 40주년 기념 독창회(5월 20일)를 열었다. 인생 오페라 아리아 3곡과 한국가곡·크로스오버 등 대중성 있는 노래 4곡으로 엑설런트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6월 17일)로 다시 한 번 진가를 입증했다. 눈물의 아버지, 슬픔의 아버지, 복수의 아버지 등 ‘명불허전 리골레토’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두 번의 무대를 보면서 예순의 나이에도 이토록 ‘싱싱하게’ 노래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세계 최정상 드라마틱 바리톤의 탄생과 유지에는 그만의 비법이 있을 터. 최근 출간된 ‘고성현의 숨’(현대문화출판·346쪽·2만3000원)은 그의 노래와 인생 이야기를 가벼운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있지만, 후배들을 위한 훌륭한 원 포인트 레슨이 가득하다. 즉 ‘K벨칸토’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 모두 금쪽같은 조언으로. 언터처블 보이스의 비밀에 한 발짝 접근할 수 있다.

고성현은 자신의 긴 호흡의 비결은 들숨(들이마시는 숨)과 날숨(내쉬는 숨)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특급 성악가들은 노래를 하면서 숨을 잘 쉰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숨(폐)은 휘발유고, 호흡(횡경막 복근)은 엔진’이라고 설명한다.

그가 실제로 경험하고 터득한 성악 테크닉이 잘 정리돼 있다. ‘압뽀지아(Appoggia)’ ‘빠사지오(Passaggio)’ ‘스타카토(Staccato)’ ‘도 디 뺏또(Do di Petto)’ ‘인 골라(In gola)’ 등의 스킬과 ‘나만의 생각, 내 머리 속을 바라보자’ ‘너의 소리를 찾아라’ ‘자기 자신이 라이벌이고 선생님이다’ 등 흔들리는 멘탈을 잡는 요령도 적었다.

성악가는 모두 오페라를 잘 하고 싶어 한다. 3장에는 그에 대한 팁으로 ‘고음은 감정의 폭발, 곡 중 절정의 표현이다’ ‘성악가는 검투사’ ‘잘 들리게 하자’ ‘소리에도 메이크업이 필요하다’ ‘오페라 가수의 역할은 관객이 그 역을 감당하도록 하는 것’ 등 고개가 끄덕여지는 노하우를 대방출했다.

4장 ‘고성현의 성악 인생’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성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일상 속 체력 관리’ ‘복근 훈련과 비강 훈련’ ‘매일 빵 굽는 사람처럼’ ‘자기 자신과의 싸움’ ‘나는 그리고 당신은 왜 아직도 공부하는가?’ 등 소제목만 읽어봐도 대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가슴을 파고든다. 뭉클하다.

‘고성현의 숨’은 책의 사이즈가 좀 크다. 후반부에 자신이 애창하는 노래 33곡의 악보를 모아 놓은 ‘고성현 노래집’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는 “살면서 내가 가장 기쁜 순간은 좋은 노래를 만났을 때다”라며 “나를 기쁘게 만들었던 곡들을 소개한다”고 적었다.

노래집의 첫 곡인 ‘산아’는 고성현 이름 석자를 알린 곡이다. 서울대 성악과 81학번인 고성현은 3학년 때 작곡과 선배 신동수가 쓴 곡으로 1983년 제3회 MBC대학가곡제에 출전해 대상과 최우수 가창상을 수상했다. ‘대지의 노래’(우광혁 시·곡)는 절친인 우광혁 교수(한예종)가 오직 고성현 만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곡이다. 그리고 최진 시·곡의 ‘시간에 기대어’ ‘서툰 고백’ 등도 실려 있다.

이 책에는 특히 본문 글꼴보다 조금 더 큰 크기로 고성현의 반짝이는 멘트가 하늘색 으로 표시되어 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다. “노래는 철학이요 인문학이요 심리학이요 종교학이다.” “머리는 차가워야 하고 성대는 자연스러워야 하고 심장은 뜨거워야 한다.” “소리를 타고났다고 하기보다는 인내, 공부하자 하는 마음을 타고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멈추면 실패요, 계속 가면 경험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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