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모차르트는 제게 모국어...기분 좋은 서프라이즈 전해주겠다”

피아노 소나타 18곡 전곡 앨범 발매하고 전국투어
“제 연주 항상 별로라고 생각...즉흥적 표현에 집중”

박정옥 기자 승인 2023.03.15 15:27 | 최종 수정 2023.03.15 15:30 의견 0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파이플랜즈 제공


[클래식비즈 박정옥 기자] “모차르트의 음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요. 고심해서 억지로 썼다기보다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음악이죠. 이런 점을 잘 살려내 최대한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표현했어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포에버, 아이 러브 모차르트’를 고백했다.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선다. 평소 ‘음악신동’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그는 프랑스 음반사 ‘나비브’와 전속계약 후 첫 앨범으로 모차르트를 선택했다.

손열음은 14일 서울 금호아트홀연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전곡 녹음은 우연히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발매된 플루티스트 조성현과의 듀오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 통영국제음악당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다른 음반 작업을 하다 통영음악당과 최진 프로듀서가 동시에 일정이 이틀 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고, 뭐라도 녹음하고 싶다고 했죠. 날짜는 다가오는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할 수 있는 건 모차르트 밖에 없다 싶었어요. 녹음을 시작한 날이 1월 27일, 바로 모차르트의 생일이었어요. 운명인가 싶더라고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히며 연주하고 있다. ⓒ파이플랜즈 제공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파이플랜즈 제공


모차르트와의 인연은 끈끈하다. 2011년 2위를 차지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현재까지 유튜브에서 2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2018년에는 모차르트 해석의 거장인 음악감독 네빌 마리너와 함께 모차르트 음반을 내기도 했다. 특히 마리너에 대해서는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모차르트는 저의 모국어이자 손과 마음의 중심에 있는 작곡가예요. 최근 몇 년간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아 공부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오니 집에 돌아온 것 같고 자유를 얻은 듯 너무 좋았어요. 처음엔 소나타 한 두 곡만 해볼까 했는데 갑자기 전곡을 녹음해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이 들게 된 이유죠.”

그는 이번 음반의 핵심은 즉흥성이라고 강조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다양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풍부했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모든 감정과 표현을 내포한 ‘만화경’ 같은 음악이라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워낙 다층적인 음악이라 고정된 해석을 두고 연주하기보다는 내 연주지만 나 자신도 놀라게 하는,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놀람)를 발견하는 느낌으로 연주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파이플랜즈 제공


손열음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 중 하나인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기획자로서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젊은 음악감독’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젊은 연주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요즘 음악가는 누구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예요. 제가 한 일이 그리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시선이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그래도 제가 주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 수많은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아있을 때 인정받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며 “저에겐 피아노가 가장 중요하다”며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상을 떠난 음악가들의 음반을 듣다 보면 말이 아닌 음악으로 남긴 메시지가 갖는 불멸성을 깊이 느낍니다. 예술은 살아서가 아니라 죽은 뒤에 평가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런 위대한 음악에 이상을 두고 좇다 보니 제 연주는 항상 별로라는 생각이 들고, 항상 더 잘 치고 싶어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하고 전국 투어에 나설 계획을 밝히고 있다. ⓒ파이플랜즈 제공


손열음은 오는 5월과 6월 서울·원주·통영·광주·대구·고양·김해에서 8차례에 걸쳐 리사이틀을 연다. 각 4회(5월 2·3·6·7일/6월 21·22·24·25일)의 서로 다른 공연이 소나타 전곡 연주 1회로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서울에서의 전곡 연주를 생각했어요. 3차례, 4차례에 걸쳐 연주해야 하는데 그렇게 공연할 수 있는 장소를 잡기가 힘들었어요. 고민하다 전국 리사이틀을 생각했어요. 제가 지역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에서만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음향이 가장 좋은 곳들로 엄선했습니다. 통영은 첫 녹음을 한 곳, 원주는 제가 자란 고향이죠. 대구, 광주, 김해도 항상 좋은 느낌을 받았던 곳들입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그리고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도전이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과거의 경험에 기대서 하는 음악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만들어내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도 다양성이 존중받는 흐름이 생긴 것도 반갑고요. 인종과 성별을 막론한 여러 작곡가와 다양한 작업을 더 많이 해보고 싶습니다.”

/park72@classic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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